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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성지에서 만난 미얀마 소년

기자명 성원 스님

그림 사며 그림 파는 아이 걱정하다

 
우리세대는 너무나 많은 변화를 겪어야 했고 겪어 왔다. 우리들이 한세대에 겪은 변화가 얼마나 많았고 다양했는지 세상을 다니다보면 적나라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가 되지 않을 때 태어나 1000달러 소득이 온 국민의 희망이 되었던 때에 청소년기를 보냈으니 지금 우리들의 생활환경에서 바라보면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변화다.

엽서에 색칠 대충 마친 그림
문득 아이의 사연 궁금해져
팔아야만 하는 처지 걱정돼
어린이에 대한 차별 없어야

현재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에게 아무리 얘기해도 납득은커녕 상황에 대한 이해도 할 수 없어 한다. 어떻게 하루 삶의 지순한 목표가 세끼 밥을 먹는 일이라는 것을, 간식에도 맛을 찾으며 비만을 해결하는 것이 삶의 목표인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겠는가!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망각 탓인지는 몰라도 먹을 것이 부족하긴 했지만 넉넉함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부정 할 수가 없다. 현재 아이들은 무엇 때문에 결핍을 느끼고 우리들은 물질적 부족으로 허덕이면서도 넉넉한 풍요를 느끼며 살았을까?

생각해보면 넉넉함이란 절대적 가치가 아니라 늘 상대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한 불평불만이 크지 않다가 비교대상이 많아지면 결핍감도 덩달아 늘어나는 것이 확실하다.

지난번 미얀마에 갔을 때 일이다. 옛 왕조의 수도였던 바간은 20년의 세월동안 언제 가봐도 옛적 우리들의 마을 모습 그대로다. 참 특이하게도 매우 가난한 미얀마에는 걸인이 없다. 사원과 함께 머무르며 갖지 않고도 삶을 영위할 수 있어서일까, 묘한 여유가 느껴졌다.

마누하 사원을 참배했다. 사원에는 황금발우 모양의 큰 복전함이 있는데 참배하러 들어갔을 때 거사님들이 큰 발우에 담겨진 지폐들을 꺼내 황금발우 바로 앞에서 큰 보자기를 펴고 둘러앉아 헤아리고 있었다. 그때도 참배 온 미얀마 불자들은 발우에 시줏돈을 넣고 있었다. 우리들에게는 매우 생경스러운 모습인데도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다. 언제 느껴도 문화의 차이란 지식의 차이보다 더 분명하고 강렬한 것 같다.

이 사원에서의 경험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10세쯤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가 열사의 햇살로부터 얼굴을 보호한다는 다나카를 곱게 바르고 내게 다가오더니 그림을 사라고 했다. 구걸을 하지 않는 미얀마이지만 어린아이들이 가끔 그림엽서를 파는 경우는 있었는데 자신이 그린 그림을 팔려하는 아이는 처음이라서 살펴봤다. 엽서 크기만한 세 장의 그림 모두 겨우 볼펜으로 선을 그리고 색연필로 대충 칠한 것이었다. 그림이라기보다는 낙서에 더 가까워 보이는데 자꾸 1달러라며 졸졸 따라다녔다.

차를 타러왔는데도 계속 아무런 표정도 없이 사달라고 졸랐다. 문득 이 아이는 이 그림을 팔지 않으면 안 되는 급박한 인연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림의 가치보다 아이의 근심이 더 근심스럽게 생각되었다. 난생 처음이었다. 물건을 사면서 물건의 가치보다 팔고자 하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구입하기는.

어린아이에게 1달러밖에 되지 않는 물품을 사주는 것이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들이 구입해 주면 이 어린아이는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또 누군가에게 떠밀리어 사원을 배회하며 또 다른 참배객을 찾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국적, 인종, 이념, 종교, 성별 등에 차별받지 않고 교육, 환경, 의료, 보건 등 삶을 온전히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유니세프의 이념이 삶의 현장에서는 여지없이 허물어지고 마는 것 같다.

우리처럼 한 세대에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불탑과 황금의 나라 미얀마의 한 아이라도 더 거리에서 학교로 가게 할 수 있을까? 늘 맘이 먼저 아파온다.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401호 / 2017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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