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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훈 불교음악원장

불교음악 판도 바꾼 예술가
부적절한 정치행보 ‘아쉬움’
모범불자로도 이름 남기를

박범훈(69) 전 중앙대 총장이 7월17일 조계종 불교음악원장에 임명되면서 교계 안팎에서 하마평이 무성하다. 그가 작곡과 연주에 능하고 불교와 인연이 깊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다. 문제는 그가 보인 부적절한 정치 행보에 있다.

2007년 17대 대선 당시 중앙대 총장을 맡고 있으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 캠프에 참여해 구설수에 올랐다. 현직 대학총장이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런 박 원장은 2011년 중앙대 총장에서 물러난 뒤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으로 옮겨갔다.

박 원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도덕적 지탄을 넘어 불법행위로 이어진 것은 수석 시절이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12년 7월, 정원 감축이라는 통폐합 승인 조건을 위반한 중앙대에 2013년도 학생모집을 중단하라는 행정제재를 내렸다. 그러자 박 원장은 담당 공무원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중앙대 이사장인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에게서 뇌물을 받았다. 이로 인해 박 원장은 직권남용 및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고, 결국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2000만원이 확정됐다.

지난 5월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박 원장은 사실 불교음악계에서 입지적인 인물이다. 피리연주의 명인이었던 그가 1980년대 중반 작곡과 지휘를 본격화하면서 국악계 판도가 바뀌었다. 1987년 민간 국악단체인 중앙국악관현악단을 창립하면서 국악은 근엄하다는 통념을 깨뜨렸다. 다음해 대한민국작곡상을 수상한 ‘신모듬’은 사물놀이와 국악관현악이 어우러진 창작곡으로 서양음악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침체일로를 걷던 한국전통음악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주, 작곡, 지휘에 두루 뛰어난 박 원장이 불교에 매료된 것은 해인사 새벽예불에 참여하면서부터다. 당시 예불의 장엄함에 압도됐다는 그는 이를 계기로 불교음악사에 길이 남을 ‘붓다’를 작곡했다. 찬불가와 국악을 연결시킴으로서 웅장하면서도 감동적인 찬불음악의 새 장을 연 것이다. 늘 불자임에 당당했던 그는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장시절 매년 부처님오신날에 맞춰 불교음악을 공연함으로써 불자들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했다. 뿐만 아니다. 광덕 스님 요청으로 만든 국악교성곡 ‘부모은중경’을 비롯해 ‘보현행원송’ ‘꽃을 바치나이다’ ‘무상계’ ‘탑돌이’ ‘용성’ ‘진감’ 등 30여곡의 찬불가와 대형합창곡을 잇따라 창작함으로써 불교음악을 풍성하게 했다.

박 원장은 불교음악의 이론 정립에도 큰 발자취를 남겼다. 1999년 동국대에서 취득한 박사학위 논문 ‘불교음악의 전래와 한국적 전개에 관한 연구’는 불교음악의 뿌리를 구명하고 한국음악의 전통성을 밝힌 탁월한 학문적 업적이다. 여기에다 세종대왕이 만든 불교음악의 곡목과 용성 스님의 찬불가 악보를 발굴해 선보인 것도 뜻깊다.

▲ 이재형 국장
박 원장은 지난 수십년 간 불보살을 찬탄하는 ‘음성공양’으로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불심을 선사했다. 이런 박 원장이 불교음악으로 자기 삶을 회향하겠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많은 불자들의 시선에 불신이 어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불성(佛性)을 불성(佛聲)으로 승화해야 한다던 그가 정작 중생심에 머물러 있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그동안 숱한 영예와 굴욕의 세월을 건너왔다. 그 아픔을 계기로 훗날 불교음악에서 뿐 아니라 모범적인 불교인으로도 회자되고 기억되길 기대한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402호 / 2017년 8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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