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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저도 법명 주세요!”

기자명 원빈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7.07.31 09:56
  • 수정 2017.07.31 09:59
  • 댓글 0

불자로 다시 태어나는 수계법회
귀의할 수 있는 스승 찾길 발원

인연 되는 많은 법우님들이 법명을 받고 싶어 합니다. 불자로 새로 태어나고 싶은 것이죠. 하지만 매번 여법한 수계법회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에 대개는 약식으로 먼저 삼귀의(三歸依)와 오계(五戒), 그리고 법명(法名)을 주고 이후에 여법한 수계의식에 참석하도록 약속을 하죠.

수계법회를 여법하게 진행하는 것은 대개 1년에 두 번 정도인데 이번에는 종로구 홍지동에 있는 소림사 큰법당에서 의식을 치렀습니다. 새롭게 불자가 되는 법우님들과 이미 불자가 되었으나 계체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기를 원하는 법우님들 50여 명이 함께 의식에 참석하여 도반들의 행복의 길을 환희롭게 축복하는 시간이었죠.

특히 이번 수계법회에는 유발상좌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청소년, 청년들이 많이 참석해서 함께한 법우님들이 더욱 기뻐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아들, 딸, 손자, 손녀 또래의 법우님들이 불자가 되어 제게 공부를 배우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부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고 하더군요.

유발상좌(有髮上佐)는 말 그대로 머리카락이 있는 상좌라는 뜻입니다. 마을상좌라고도 표현하는데 삭발염의를 하고 출가하지는 않았지만 특정 스님을 은사로 의지하여 평생 수행과 공부 그리고 공양을 이어나가겠다는 다짐이자 인연의 형성을 의미하는 것이죠.

석가모니 부처님을 만나러 오는 사람들은 대개 삶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세존께서는 이러한 문제를 너무나도 지혜롭게 해결해주셨죠. 그렇기에 세존의 공덕을 찬탄하는 여래십호에는 세간의 문제를 잘 이해하고 해결해주시는 분이라는 뜻인 세간해(世間解)가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또한 초기경전에 자주 등장하는 정형구 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넘어진 자를 일으켜 세워주시듯, 덮여있는 것을 걷어내 보여주시듯, 길 잃은 자에게 방향을 가르쳐주시듯, 어둠 속에서 눈 있는 자 형상을 보라고 등불을 밝혀주시듯, 이렇게 자세하게 설해주신 거룩하신 석가모니 부처님께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귀의합니다.”

세간해이신 여래께서 자신의 문제를 잘 해결해주셨을 때의 심정을 표현하고 찬탄하며 귀의하는 이 내용을 잘 살펴보면 우리들의 인생사 자화상을 볼 수 있습니다. 사바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언제든 넘어지는 순간, 눈이 멀어버리는 순간, 길을 잃는 순간, 캄캄한 어둠 속에 갇힌 듯한 역경의 순간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순간이 왔을 때 귀의하고 의지할 곳이 있는 이는 그 역경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하지만 의지할 곳 없는 이는 자력으로 그 상황을 해결해야 하기에 어려움을 겪고는 하죠.

상상해보세요. 넘어져 있는 나를, 탐진치(貪瞋癡)에 눈이 멀어버린 나를, 길 잃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나를, 캄캄한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를 도와주는 스승에 의해 이 모든 역경을 해결했다면? 당연히 찬탄하고 귀의하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요?

유발상좌 프로그램은 일종의 멘토멘티(mentor, mentee) 프로그램입니다. 외국의 경우 이 멘토멘티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있는 사회 분위기인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자신의 자녀를 외부 전문가에게 의지시키는 문화가 미약한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자녀들의 경우 역경을 만났을 때 의지할 곳이 스스로의 인연 있는 선배나 친구, 선생님 또는 부모뿐인 경우가 많죠.

유발상좌의 인연을 맺고 싶다고 찾아오는 청년들에게 삼귀의와 오계, 법명을 주고 난 후 꼭 이 질문을 합니다.

“언제 다시 올래요?”

요즘 청년들은 자발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이 정도 이끌어주는 말은 필수입니다. 그렇게 정기적으로 질문거리를 준비해 찾아와 묻고 답하며 커피 한 잔씩 함께 나누는 인연들이 신뢰관계를 쌓아가도록 돕는 것이죠.

이렇게 점차적으로 신뢰관계를 쌓아갈 때 진정으로 귀의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삼귀의의 마음은 불교의 모든 공부와 수행에 있어서 탄탄한 기반이 되는 공덕이기에 진정 모범적인 불자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 원빈 스님
행복명상 지도법사
“당신에게는 귀의하는 스승이 있나요?"

만약 대답이 YES가 아니라면 지금 당장 스승을 찾기 위해 노력해보세요. 하지만 그 결과가 하루아침에 나타날 것이라고 착각하지는 마세요. 스승을 찾고 그와의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인연을 이어나가는 씨앗 없이 귀의라는 열매는 쉽게 열리지 않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스승은 삶의 가장 큰 축복 중 하나이라는 것도 꼭 기억하시고 항상 이렇게 발원하세요.

“좋은 스승과의 인연을 발원합니다. 또한 그 스승에게 제가 올바로 의지하기를 발원합니다."

cckensin@hanmail.net

 

[1402호 / 2017년 8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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