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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담론 부족한 실천승가회 우려된다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7.08.14 11:25
  • 댓글 0

1992년 출범한 실천불교전국승가회의 지난 25년 여정을 총평 한다면 ‘불교 내 제반 모순과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여 이 땅에 정토사회를 구현’시키겠다는 창립취지에 걸맞은 행보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노동, 환경, 종교편향 등에 관한 사안은 실천불교승가회가 주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쉬운 건 지금도 실천승가회가 불교계를 대표하는 진보 단체라는데 이견이 없느냐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겠지만 적어도 2010년 직후부터 실천승가회의 동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대 사회를 향한 성명서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할 정도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1990년대
사회민주화와 불교대중화에 앞장섰던 주요 인물들이 일선에서 물러난 데 따른 영향이 클 것이다.

실천불교승가회가 재도약을 하려면 담론을 통해 미래지향적 기틀을 다시금 다져야 한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행보를 보면 우려감이 든다. 대표적으로 최근 불거진 집행위원회 소집이다. 실천승가회는 ‘촛불집회’ 논의를 위한 집행위원회를 소집했는데 대표단 2명만 참석했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전에 촛불집회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거나 아예 없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대표단 한 두 스님에 의해 결정됐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을 뒷받침한다. 놀라운 건 이날 가섭 스님을 실천승가회에서 제명하는 안건도 예정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가섭 스님 제명 이유를 명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불교신문 좌담회에서 발언한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가섭 스님은 ‘(종단) 집행부만을 표적으로 삼아 적폐라고 낙인을 찍는 것은 논리비약’이라는 소신을 밝힌 바 있는데 실천승가회 대표단의 일부 스님에게는 이 점이 마땅치 않았던 듯싶다. 자신들이  종단 집행부와 대척점에 서 있는데 실천승가회 소속 스님이 그런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속내가 읽혀진다.

그런데 ‘마음에 안 드는 발언’을 이유로 20년 이상 실천승가회에 몸담으며 활동해 온 스님을 당장 제명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실천승가회는 공의를 모아 의사를 결정하는 단체는 아니다. 그저 한 두 스님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중심 없는 단체일 뿐이다. 

최근 실천승가회 스님들이 포함된 종책모임이 ‘앞으로 종단운영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이 아닌 건실한 비판과 문제제기 및 대안제시를 통해 신뢰받는 조계종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정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실천승가회도 머리를 맞대고 재도약의 활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1403호 / 2017년 8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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