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실하면 잘 살 수 있을까

기자명 광전 스님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려는 시도가 있는 21세기에 살면서 우리는 여전히 “열심히 공부해야 잘산다.” “열심히 일해야 성공한다”는 20세기적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영국의 사업가 롭 무어가 쓴 ‘레버리지’란 책을 보면 20세기적 성공방식, 즉 제조업적 근면성과 21세기적 성공방식, 다시 말해 일을 덜하고 더 많은 성과를 내는 효율성이 얼마나 다른지 보여주는 사례가 나온다.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회사에서 1억7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자신의 업무를 연간 3600만원을 주고 중국 업체에 아웃소싱(위탁)하고 자신은 근무시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하며 지냈다. 그는 업무를 중국 업체에 맡기고도 차액인 1억3400만원의 연봉을 챙길 수 있었다. 게다가 다른 회사 업무도 받아 중국 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었다. 그는 결국 해고당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불성실하고 부정직하다고 비난하며 해고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무어는 회사가 그를 오히려 승진시키고 업무 처리 방식을 배워 다른 분야에 적용해야 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20세기의 제조업적 관점에서 판단할 때 불성실한 직원이지만 21세기적 혁신의 관점에서 보면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덜 일하고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탁월한 직원이라는 설명이다.

근면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태도는 농경사회와 제조업 시대를 거쳐 일관되게 칭송받았다. 문제는 이 같은 20세기적 성공방식이 인공지능(AI)이 등장한 현대사회에선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무어는 새로운 성공방식으로 레버리지를 지목한다. 레버리지란 하기 싫은 일, 못하는 일, 자신에게 가치 없는 일은 외부에 아웃소싱하고 자신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20세기적 사고방식에서 보면 많이 일할수록 더 많이 벌어야 한다. 실제로 야간수당이나 휴일수당을 생각하면 버는 돈은 일하는 시간에 비례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래 일하면 더 많이 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부자들이란 더 적게 일하면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아이디어와 시스템, 효율성을 창출하는 사람들이다. 일하는 시간에 따라 급여가 늘어나는 직종은 대부분 저임금이고 AI에 일자리를 뺏길 가능성도 높다. 일하는 시간과 관계없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예컨대 시스템만 갖추면 돈이 벌리는 사업체, 거래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늘어나는 중개업 등이 그렇다.

무어는 시계추는 양쪽으로 움직이며 결코 중간에 서는 일이 없는데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은 시계추를 가운데 맞추려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다. 성공한 사람은 일과 삶의 균형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과 삶을 일치시키며 자신의 삶을 통제할 뿐이다. 자신의 삶을 통제한다는 것은 매 순간 무엇을 하고 무엇을 포기할지 결정하면서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려 노력하지 말고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 가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시간은 절대 관리할 수 없다. 시간은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일정하게 흘러갈 뿐이다.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행동, 감정, 선택뿐이다. 매 순간 생각과 행동, 감정을 관리해 자신에게 가장 가치 있는 일, 자신의 비전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일에 시간을 쓰도록 선택을 조절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위에서 살펴본 내용이 우리 절집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싶겠지만 종교도 사회의 일부분인지라 한치 앞을 짐작하기 어려운 4차 산업혁명을 앞둔 현대사회를 사는 종교지도자인 스님들은 이런 사회의 바뀌어 가는 패러다임이 정의로운지에 대한 판단은 별도로 하더라도, 한번쯤 곱씹어 볼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이 아닌가 생각된다.

광전 스님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chungkwang@yahoo.com
 

[1403호 / 2017년 8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