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5. 한국불교사의 시대구분론 ①

불교사 연구는 일반역사 이해 넘어선 독자적 시각 필요

▲ 석전 박한영 스님은 근대불교학 역사에서 가장 먼저 시대구분론을 제기한 인물이다.

한국불교사의 전개과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려고 할 때에 우선 고려되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시대구분이다. 불교사의 연구에서 시대구분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것은 곧 그 연구자의 불교사인식의 태도와 방법을 나타내주게 된다. 그러므로 연구자의 입장과 관점에 따라서 시대구분이 다르게 이루어질 수 있으며, 같은 연구자라도 시대구분의 기준에 따라 다양한 구분이 가능하다. 불교사 시대구분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예를 몇 가지 들어보면 첫째 전통적인 왕조 중심의 구분, 둘째 불교교리의 발전 단계나 종파의 변천과정을 기준으로 한 구분, 셋째 불교와 국가권력의 관계나 국가의 불교정책을 기준으로 한 구분, 넷째 지배세력의 변천과 불교교단의 관계, 또는 불교의 사회적 위상과 역할의 변화를 기준으로 한 구분, 다섯째 불교의 토착화과정의 단계나 다른 사상·종교와의 관계를 기준으로 한 구분, 여섯째 불교사의 하나의 분과로서 불교미술의 양식적인 변화를 기준으로 한 구분 등 각양각색의 시대구분이 가능하다.

불교사 연구의 시대구분은
연구자 관점에 따라 달라져

단 하나의 관점만 고집하면
오히려 불교사학발전 장애

과거역사 이해차원 넘어서
현재 불교 평가문제와 직결

불교사 연구 선구자 박한영
자주적 관점서 불교사 연구

다양한 기준에 따른 시대구분들은 각기 한국불교사를 체계화하는 작업으로서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서 일종의 이해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각각의 시대구분은 일정한 의미를 가진 반면에 불교사의 한 측면만을 이해할 수밖에 없게 한다는 한계성을 가진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하나의 입장이나 방법만을 선택하여 절대적인 진리로 고집하는 것은 한국불교사의 올바른 인식을 그르치고, 불교사학의 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리고 불교의 역사적 전개를 큰 흐름 속에서 고찰하려면 정치사·사회사·경제사를 위주로 하는 한국의 일반 역사 이해와는 다른 독자적 관점이 필요하다. 불교사의 전개는 확실히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전환에 상응하여 변화되어 왔기 때문에 일반 역사의 시대구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교사의 전개과정이 그것과 그대로 완전하게 겹쳐질 리 없다는 점을 유의하면서 불교사로서의 독자적인 이해체계를 설정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한편 불교사의 시대구분의 의미는 과거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차원의 문제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과거 역사의 이해만이 아니라 현재의 불교를 어떻게 인식하고 평가하는가의 문제와도 연결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과거 역사의 이해 문제는 학문적 연구의 대상이 되는 반면에 현재의 불교에 대한 인식의 문제는 불교개혁운동의 성격을 갖게 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불교의 내용인 교학과 실천의 관점만이 아니고, 역사상 불교교단의 ‘흥성(興盛)’과 ‘쇠퇴(衰退)’의 관점이 주로 시대구분의 기준이 된다. 1910년대 불교의 계몽과 개혁운동을 주도하였던 인물들의 불교사 시대구분론이 앞의 두 입장이 혼합된 가운데, 특히 당시 불교의 쇠퇴 원인 규명과 진흥방법의 모색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던 것을 보아 후자로서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여기서 종래의 한국불교사의 시대구분론을 모두 검토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논의를 빠짐없이 종합 검토한다는 것은 시간상 힘에 겨운 작업이 될 뿐만 아니라 제한된 지면에서 허용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범위를 좁혀서 주로 근대적인 학문으로서 불교사 연구가 시작된 1910년대 이후 제시된 시대구분론 가운데서 연구사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사례들만을 선택하여 논의를 진행시키고자 한다. <한국불교사 시대구분론 일람표 참조> 이것은 아직 만족할 할 만한 체계적인 개설서를 내놓지 못한 우리 불교사학계의 실정에서 충분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동안 제기되어온 시대구분의 내용과 그 전제가 되는 불교사인식의 문제를 검토해 보는 것도 의미가 없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필자 나름의 한국불교사 시대구분의 새로운 시안을 제시해보려고 한다.

1910년대부터 근대적인 학문으로서의 불교사학의 연구가 시작되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한 학자가 불교의 계몽과 개혁운동을 주도하였던 인물들이었음이 주목된다. 그들 가운데 특히 박한영(朴漢永)·이능화(李能和)·권상로(權相老) 등 3인은 각기 한국불교사를 거시적으로 개관하면서 시대를 구분함으로써 각자 한국의 불교사를 바라보는 역사인식의 기본관점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먼저 당대의 대표적 학승이었던 박한영은 한국불교사를 4시기로 구분하여 삼국시대는 배태시대(胚胎時代), 통일신라~고려시대는 장성시대(將盛時代), 조선시대는 노후시대(老朽時代)라고 하고, 당시의 일제강점기를 미래의 불교진흥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부활시대(復活時代)라고 하였다. 박한영은 과거불교의 침체 원인과 현재불교 부흥의 이유, 그리고 미래불교의 진흥방법을 심사숙고할 것을 촉구하고 있었던 점에서 불교개혁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전시대의 불교가 노후하게 된 원인으로서 운수소관으로 돌리거나 국가의 억압과 유교의 치성(熾盛) 때문이라는 일반여론의 견해를 비판하고, 고려 전성시대 이미 불교 교육의 소홀과 인재 양성의 부재로 인해 사회적 역할을 못하고 지배세력의 후원만을 기대하는 불치병에 걸렸다가 국가의 멸망과 함께 쇠퇴하게 되었을 뿐이라고 하여 불교계 자체의 책임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인재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청년 불자들에 대한 교육을 강조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佛敎의 興廢所以를 探究할 今日’, ‘海東佛敎’4, 1914)

박한영은 전통 강원의 출신으로서는 드물게 일찍부터 강렬한 개혁의식을 가지고 1911년에 이회광의 원종에 대항하여 임제종 운동에 참여하였으며, 1913년에는 불교의 계몽잡지 ‘해동불교(海東佛敎)’를 창간하여 불교유신을 주장하고 불교인들의 자각을 촉구하였다. ‘흥성’과 ‘쇠퇴’를 기준으로 한 그의 불교사 시대구분론의 의도도 과거 불교사의 이해보다는 현재 불교의 진흥을 위한 불교인의 각성을 촉구하려는 것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는 끝내 한국불교사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성과를 내놓지는 못하였지만,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근대불교학의 역사에서 가장 먼저 제기된 시대구분론으로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최병헌 서울대 명예교수 shilrim9@snu.ac.kr
 

[1403호 / 2017년 8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