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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자애수행으로 극복하는 분노 습관

기자명 재마 스님

삶에서 분노와 증오는 골치 아픈 내부 적

무더운 여름의 습도와 뜨거움에서도 청안하셨는지요? 덥고 습한 기온이 불쾌지수를 높인다는 보도와 습관적 인지 때문에 혹시라도 짜증나는 여름을 보내고 계시진 않으신지요? 저는 작은 자동차 사고가 있어서 한방병원 다인실에서 짧은 여름휴가를 보냈습니다. 에어컨 바람과 따뜻한 삼시 세끼와 아침저녁으로 2번씩 이루어지는 침과 약물과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아주 시원하게 보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도 짜증과 화를 바라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남 죽이기 전 나 죽이는게 분노
분노가 일어날 때 잠깐 멈추고
호흡을 의식하며 알아차릴 때
자연스레 흘려보낼 지혜 발현

제가 입원한 첫날 저녁, 병실에서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었는데 아흔이 다 되어 가시는 할머니 환자분께서 계속해서 “아유, 아유, 아유…”하는 신음소리를 냈습니다. 신음소리를 들으면서 나이 듦과 죽음이 우리 모두에게 가까이 와 있음을 생각하는 동안 다른 환자의 간병인이 할머니 환자에게 “시끄러우니 조용히 하라”고 요구를 합니다. 그 간병인의 환자는 일거수일투족을 도와야 해서 종일 피곤하게 보냈기 때문에 간병인의 요구는 당연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할머니는 “아픈 걸 어떻게 하라고? 아유, 아유, 아유, 아유”소리를 더 크게 냈습니다. “늙고 아픈 것도 서럽고 불행한데, 아유, 이 소리를 이해 못해주나?” “답답하다”고 한숨지으며 소리를 계속 냈습니다. 

처음엔 간호사들도 이 상황을 잘 알지 못해 어쩌지 못하는 시간이 계속되자 갈등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 자칫 싸움으로 번지려고 했습니다. 돌봄과 치료를 위한 병실에서 이런 갈등상황에서 어찌 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할머니의 아픔을 조금 이해해서 그냥 넘어가 주면 안 될까? 간병인이 좀 참아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제 안에 있음을 알아차렸지요. 나중에는 할머니의 신음소리보다 간병인의 짜증내고 화내고 할머니께 종용하는 소리가 더 커져버린 것을 그 간병인은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의 화를 병실에다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외부조건이 불편하고 힘든 상황이 올 때 자신의 첫 반응이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는 깨어있음이 수행의 첫 걸음입니다. 보통 가장 일반적인 반응이 불쾌함일 것입니다. 기분 나쁨, 짜증 등의 무의식적인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데요, 이들을 빨리 알아차려 흘려보내거나 다른 감정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분노와 증오의 충동적이고 습관적인 감정으로 자라게 합니다.

인도에서 티베트 불교 비구계를 받은 최초의 서양인인 텐진 로버트 서먼(Tenzin Robert Thurman)은 우리의 삶에서 일으키는 ‘분노와 증오가 골치 아픈 내부의 적’이라고 말합니다. 이 내부의 적이 습관적으로 우리를 지배하면 우리의 삶이 엉망진창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스스로도 화가 많은 사람이라고 규정하기 쉽습니다. 물론 타인으로부터도 화가 많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듣기도 하지요. 

마음에서 불쾌감이나 화가 한 번 일어나면 뇌의 변연계에 있는 프로그램에 의해 몸에 퍼지고 혈관에서 완전히 빠져 나가는 시간이 90초라고 합니다. 90초 이상 지속되는 화는 새로운 화가 일어난 것이라고 합니다. 불쾌한 감정이 지속되거나 증폭해 만약 한 시간 동안 계속 화를 낼 경우 80명을 죽일 수 있는 독소가 배출된다고 하는데요, 타인을 죽이기 전에 자신을 죽이는 것이 분노라고 합니다. 분노와 증오라는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까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실험해보시길 권합니다.

외부적인 조건에서 불쾌하고 마음에 들지 않은 상황을 만나면 잠깐 멈추기(stop)를 권합니다. 호흡을 의식하며 생각과 감정이 신체 어느 부위에 어떤 감각으로 느껴지는지 머물러(stay)봅니다. 그리고 호흡을 의식하며 자세히 관찰하여(see) 알아차린 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기(let go)하는 지혜(sophia)를 발현하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 후 호흡이 순조로워지고 의식이 조금씩 맑아지면 붓다의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조용히 읊조리면서 마음의 공간을 확장해보시길 바랍니다. “모든 존재들이 원한이 없기를, 악의가 없기를, 근심이 없기를, 행복하게 살기를! 모든 존재들이, 모든 인간들이, 모든 생명들이 원한이 없기를, 악의가 없기를, 근심이 없기를, 행복하게 삶을 영위하기를!” 고맙습니다.

재마 스님 jeama3@naver.com
 

[1403호 / 2017년 8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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