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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여름불교수련회

기자명 성원 스님

사찰에서 정성껏 뿌리는 성불 씨앗

 
여름이 가까워지면 설렘과 걱정이 교차한다. 여름불교수련회 준비과정은 설레지만 그에 따르는 잔 업무는 실로 여름더위를 더욱 살찌우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방학 등 학사 일정이 항상 늦게 발표되어 제주에서는 수련회 일정 확정이 늦다. 주말과도 조합을 맞추어야하기에 이번에는 2박3일 고학년 수련을 먼저 하기로 했다. 주로 리틀붓다 단원들을 중심으로 하지만 일반참가자들도 많다. 단원들 중에는 방학을 맞아 가족들과 휴가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여름수련회는 전원참가가 힘들다.

처음 부르는 찬불가도 척척
예불·발우공양도 의젓하게
어린이 순수한 마음밭에는
그 무엇이든 담아낼 수 있어 

어느 해인가 신청자를 일찍 마감하지 않고 방사가 가능하다고 130명 넘게 받아서 너무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올해는 일찌감치 60명으로 제한을 두고 받았지만 결국은 75명이 되고 말았다. 형제자매가 함께 오는 경우도 많다. 뿐만 아니다. 예약도 없이 당일 날 당당히 준비물까지 챙기고 참가하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 예약을 하지 않았다고 어이없어하는 우리들을 보고 어이없어한다. ‘절에는 그냥 오면 되지 않느냐?’고 오히려 의아해 한다.

어쨌든 올해도 대(大) 인원으로 수련을 치러야 했다. 마침 수련지도에 경험이 많은 노련한 비구니스님 한 분을 진행법사로 초청했기 망정이지 정말 어려울 뻔 했다. 수련실로 사용하는 달마실과 유마실은 모두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어 다행이었다. 그래도 법당과 사찰소개로 여러 전각과 탑을 참배한다고 이끄시던 스님께서는 온통 땀으로 샤워를 한 것 같았다.

나는 어릴 때 여름이면 인근 교회서 진행하는 ‘여름성경학교’에 참석했었다. 당시 불교는 그러한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무슨 깊은 선연이 있었는지 그래도 자라서는 불법을 알게 되고 믿게 되고 출가하여 사문이 되었으니 참으로 신기할 뿐이다. 장난삼아 어린 시절 성경학교에서 배운 노랫가락을 흥얼거렸더니 모두가 박장대소했다. 한번 기억된 노랫가락은 좀처럼 잊히지 않는 것 같다. 올해는 틈이 날 때마다 찬불가와 ‘약천사의 노래’를 자꾸 부르게 했더니 아이들은 금세 다 외워 혼자서도 부르고 있었다.

발우공양과 다도를 배우고 도량을 순례하며 귀 기울이는 아이들을 보면 훗날 나보다 훨씬 훌륭한 불자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마치는 날 회향식에서 수련회가 너무 좋았다 하기에 “자라서 스님이 되고 싶은 사람이 있냐”고 물었더니 15명쯤이 망설임 없이 번쩍 손을 들었다. 제주를 불국토라 하지만 어린 불자들이 이토록 큰 감동으로 참가했다니 정말 보람을 느꼈다.

제주시에서 온 김정명 군은 언제 봐도 늠름하다. 어릴 적 소아암을 겪었고 아직도 조심스럽게 생활해야 하는데도 매년 수련회에 참가해 누구보다도 모범적으로 일정에 동참한다. 어린아이들의 성장과 건전성은 어른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순수하고 맑은 어린이들에게 갈등과 대립, 양분적 논리에 휩쓸리지 않도록 우리불교가 가진 넉넉한 대자대비와 원융무애 사상을 심어줘야 앞으로 우리 사회의 미래에 희망이 있을 것이다.

여름불교학교는 단순히 여름휴가를 대신하는 행사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일이자, 힘겹고 혼란스러운 우리시대 새로운 민중의 지도자 ‘붓다’를 발굴하고 길러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출가자가 줄어든다고 걱정하는 불자들이 많다. 지금이라도 출가라는 꽃다발을 찾으려하지 말고 밭을 일구고 씨를 뿌리는 불사를 시작하였으면 좋겠다. 온 대지에 흩뿌려진 코스모스 씨앗이 얼마 있지 않아서 대지가득 피어나 온 천하를 가을로 물들이지 않는가!

올해도 전국의 모든 사찰에서 뿌린 성불의 씨앗이 우리 한반도 가득히 붓다의 숲을 이루게 되리라 혼자 생각을 늘이며 행복에 젖어본다. 미륵부처님은 아이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와 계실지 모르겠다.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403호 / 2017년 8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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