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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 절은 투쟁이 아닌 신행공간입니다”

  • 기자칼럼
  • 입력 2017.08.18 19:07
  • 수정 2017.08.18 21:12
  • 댓글 84

기자칼럼-명진 스님의 막말 기자회견

8월18일 ‘단식 기자회견’서
본지 기자에 “쓰레기” 지칭
“언론비판 수용해야” 해놓고
자신 비판한다고 ‘막말’ 행태

 

▲ 명진 스님은 8월18일 서울 조계사 일주문 옆 우정국 앞에서 자신의 단식을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계종 종정과 집행부 스님들을 비방하는 발언으로 ‘제적’의 징계를 받은 명진 스님이 자신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법보신문 기자를 향해 막말을 쏟아내 빈축을 사고 있다. 종단 집행부를 향해 수많은 막말을 퍼부면서도 “건전한 비판”이라고 항변했던 명진 스님이 정작 자신에 대한 비판은 조금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보여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명진 스님은 8월18일 서울 조계사 일주문 옆 우정국 앞에서 자신의 단식을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명진 스님은 이날도 종단을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쏟아냈다. “조계종의 모든 적폐는 총무원장으로부터 기인한다” “불교신도 300만명 감소 역시 현 종권의 적폐 때문”이라는 등 종단 집행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명진 스님은 “참회의 뜻으로 굶기로 했다”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 선택뿐”이라고 주장했다.
 
명진 스님의 막말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왔다. 법보신문 기자가 “(조계사 불자들이 극구 반대하는) 이런 방식의 참회가 옳은…”라는 질의에 명진 스님은 말이 채 끝나기 전에 흥분한 듯 막말을 퍼부었다. 특히 명진 스님은 “법보신문과 불교신문은 내가 쓰레기 취급을 하고 있다” “쓰레기 신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은 명진 스님 추종세력들도 덩달아 목소리를 높이더니 본지 기자에게 다가와 “나가”라며 삿대질에 으름장을 놓았다. 분을 삭이지 못한 듯 다른 언론사 기자를 겨냥해 “한겨레신문에도 쓰레기 같은 놈이 있다”는 등 막말을 쏟아낸 뒤 기자회견을 서둘러 마무리 지었다.
 
물론 명진 스님도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 불편함을 가질 수 있다. 그렇더라도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을 향해 막말을 퍼붓는 것은 출가수행자로서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이는 “언론의 비판은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며 자신이 수차례 해왔던 발언에도 어긋난다. 특히 명진 스님은 이날 조계종이 교계 인터넷매체를 해종언론으로 지정한 것을 두고 “적폐”라고 규정하면서 “비판언론조차 말살하려하는 것은 독재적 발상”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매를 드는 전형적인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같은 논리라면 자신을 비판한 언론을 향해 막말을 내뱉는 것도 ‘적폐’와 ‘독재적 발상’으로 비춰지기 십상이다.
 
 
▲ 조계사 신도회 사무총장은 일주문 앞에 앉은 명진 스님에게 삼배를 한 후 "스님들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를 신도들이 보는 앞에서 드러낸다면 우리는 누구를 의지해서 신행생활을 해야 합니까”며 자리를 비켜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한 조계사 신도도 “절집에서 저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신행공간을 투쟁장소로 이용해서야 되겠냐. 저 스님은 불자들을 창피하게 만들고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사실 명진 스님의 막말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스님은 각종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종단 스님들을 향해 “창녀보다 못하다” “똥 냄새 풍기는 집단” “권력의 사냥개” 등의 발언을 일삼았다. 종단 안팎에서 명진 스님을 정치권에서 ‘막말 정치인’으로 조롱받는 ‘홍준표‧트럼프’를 빗대 ‘불교계의 홍트럼프’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조계종이 명진 스님을 징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명진 스님은 끝내 자신의 발언을 참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발언이 정당하고, 모든 잘못은 종단 집행부에 있다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명진 스님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종단 허물에 대해) “저부터 참회하겠다”는 말을 강조했다. 그러나 참회를 한다면서 굳이 서울 한복판에서 숱한 기자들을 다 불러모아놓고 ‘밥을 굶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이 올바른 참회의 방식인지 의문이다.
 

실제로 조계사 신도회 사무총장은 일주문 앞에 앉은 명진 스님에게 삼배를 한 후 “조계사는 불자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방문해 불교를 접하는 장소입니다. 스님들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를 신도들이 보는 앞에서 드러낸다면 우리는 누구를 의지해서 신행생활을 해야 합니까”며 자리를 비켜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 조장희 기자

그 모습을 지켜본 한 조계사 신도도 “절집에서 저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신행공간을 투쟁장소로 이용해서야 되겠냐. 저 스님은 불자들을 창피하게 만들고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명진 스님의 단식이 정말로 참회에 있다면 산사가 적합하다. 자신의 발언으로 상처를 받은 스님과 불자들을 향해 100일이든 1000일이든 열심히 기도하는 것도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명진 스님의 단식은 참회를 내세운 선동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04호 / 2017년 8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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