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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스님이 육식 주장했다니

  • 데스크칼럼
  • 입력 2017.08.21 11:21
  • 수정 2018.09.28 13:42
  • 호수 1404
  • 댓글 3

연합뉴스 만해 육식론은 잘못고기 먹는 스님들 증가는 사실먹더라도 교리 왜곡은 말아야

연합뉴스가 8월14일 ‘스님이 고기 먹어도 될까?…불교계는 논쟁 중’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지난 달 20~22일 조계종 백년대계 워크숍에서 몇몇 스님들이 육식 허용을 주장하면서 논쟁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기자는 ‘육식을 둘러싼 불교계의 찬반론이 뿌리 깊다’며 뜬금없이 만해 스님을 육식 찬성론자로 규정했다. 1910년 쓴 ‘조선불교유신론’에서 승려도 결혼하고 육식을 하자는 ‘대처식육론(帶妻食肉論)을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많이 본 뉴스 상위권에 올랐고, 댓글도 100여개나 달렸다. 또 SBS, MBN, 서울경제 등 언론에도 연합뉴스의 기사를 받아 보도됐다.

다음날인 8월15일에는 한국종교문화연구소가 이메일로 발송하는 뉴스레터를 통해 이 문제를 다뤘다. 글을 쓴 연구원도 “근대기 한국불교의 개혁론자로 이름이 높은 만해 한용운은 승단의 육식에 대한 찬성론자”로 명명했다.

백년대계 관계자 30여명이 참여한 워크숍 자리에서 오고간 얘기만으로 불교계가 육식 논쟁을 벌인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만해 스님이 육식 찬성론자라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만해 스님이 ‘조선불교유신론’에서 결혼이 성불의 장애가 되지 않으니 승려 결혼을 자율에 맡기자고 주장한 것은 사실이다. 당시 출가자가 줄고 있는 불교계 상황에서 나름의 대안 제시라 할 수 있다.

만해 스님이 대승경전을 인용하며 설명했듯 결혼 유무가 성불의 전제 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육식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범망경’ ‘능엄경’ ‘능가경’ 등에서도 살생과 육식은 “돌이킬 수 없는 악업이자 윤회의 족쇄”라고 설하고 있으며, ‘입능가경’에서는 “육식은 자비종자를 끊는 일”이라고까지 경고하고 있다. 대승불교인 한국불교에서 스님들이 1700여년간 고기를 멀리했던 것이나 만해 스님이 육식론을 주장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불교에서 스님들의 육식 문제가 거론된 것은 초기불교가 확산된 1990년대 말 이후다. 율장에 죽이는 모습을 보지 않은 고기 등은 먹어도 좋다는 삼정육에 근거한다. 하지만 한국불교는 대승불교일 뿐 아니라 남방불교처럼 신도들이 주는 대로 받아 끼니를 해결하는 탁발문화도 아니다.

연합뉴스 기사가 아니더라도 최근 스님들의 육식관이 모호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대승은 물론 초기불교에서도 맛에 대한 탐착을 철저히 경계한다. ‘쌍윳따니까야’의 ‘아들의 고기에 대한 경’에는 육식에 대한 부처님 견해가 잘 나타난다. 황야를 건너는 부부가 양식이 떨어져 모두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부득이 귀한 아들을 죽인 뒤 자신의 가슴을 후려치며 그 살을 먹는 것처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후에 부처님은 수행자들을 향해 “놀이를 위해 먹을 수 있는가, 자기 보양을 위해 먹을 수 있는가”를 되묻는다. 그렇다면 초기불교를 내세워 고기를 먹는 스님이 있다면, 그들은 정말 황야를 건너는 부부가 자식을 먹는 마음으로 고기를 먹는 것일까.

▲ 이재형 국장

21세기는 생명의 시대다. 이제는 인권을 넘어 모든 존재들의 생명권이 보장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 앞에 섰다. 불교는 그 요청에 가장 걸맞은 탁월한 사상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출가자든 재가자든 고기를 먹을 수는 있다. 하지만 고기 먹는 마음이 불편하다고 하여 부처님 가르침과 한국불교의 오랜 전통을 내 눈높이로 끌어내리는 것은 훼불에 가까운 참담한 일이다.

mitra@beopbo.com

[1404호 / 2017년 8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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