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적이 방법과 수단을 정당화시키지 않는다

역사의 진행 과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장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설정하고, 그것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향하는 목적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목적에 맞는 올바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목적이 방법과 수단을 정당화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선택하는 방법과 수단은 바로 목적을 규정한다.

이런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평가하는 나름의 잣대를 제시하고자 해서이다. 하나하나의 일들을 꼬치꼬치 따지면서 양시양비론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생산적인 일이 될 수 없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우선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큰 방향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방법과 수단이 그 방향과 아귀가 맞는지를 검토함으로써, 큰 그림에 대한 평가를 내려야 할 것이다. 다음엔  큰 그림 속에 숨어있는 구체적인 잘잘못에 대한 평가가 뒤따를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우리 역사가 지향해야 할 가장 큰 방향성에는 몇 개의 키워드가 있다. 민주화, 양극화의 해소, 분단 상황의 극복과 평화통일…. 그런데 알고 보면 이 몇 개의 키워드는 각각 다른 것 같으면서도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며, 결국은 하나로 연결되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보자. 양극화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 남북의 양극화이다. 그리고 남북의 양극화를 부추기면서 극단적인 대립의 구도를 빚어내려 한 중심세력은 독재정권들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분단구조에서 오는 위기감을 극적으로 강조하는데서 정권의 존재 기반을 찾았던 것이다. 노동과 자본의 양극화를 조장하면서 일반 민중과 부를 함께하지 않고 독점하려는 세력이 바로 반민주 독재 세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평가하자면 지난 박근혜 정권은 어떤 수식을 더하더라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힘들었다고 할 수 있다. 잘못 이해된 보수라는 이념 아래서 빈부의 격차를 조장하는 정책이 많았다 할 수 있으며, 남북관계의 양극화는 그 극을 치달았다 할 수 있다. 그 권력이 실행되는 수단과 방법에 있어서도 ‘불통정권’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쓰일 정도로 절대적 군림이라는 독재적 양상을 보였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거 정권에 비교되어서인지 일단 몇 가지 원칙적 방향성에 있어서는 문재인 정부가 후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 문제, 갑질 근절 등 요즈음 언론을 장식하는 주요한 말들이 양극화를 지양하는 큰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남북관계의 양극화는 애초부처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권과는 반대 방향의 융화정책을 쓸 것을 기대하고 있었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김정은과 트럼프라는 정말 예측 불가능할 정도의 장애를 어떻게 물리치고, 또 전쟁의 위험도 비껴가면서 남북 양극화를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인가가 걱정일 따름이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추구하는 수단과 방법의 측면에서도 권위적인 모습을 벗어나고 있기에 민주적인 방향성 속에 정착되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큰 원칙과 방향이 우리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필자는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면서 민주의 핵심적인 요소인 절차적 정의 속에 수렴되기를 바란다. 국민들의 새로운 정부에 대한 성급한 기대와 갈채,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된다는 조급함이 겹치게 되면, 개혁을 모든 것을 척결하려는 성급한 움직임을 보이기 쉽다. 그것이야말로 문재인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될 것이다. 원자력 발전의 문제, 남북한의 문제 등은 방향성과 목적을 내세워 과정과 방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중차대한 문제이다. 차분하게 절차를 따르면서 국민의 뜻을 모으는 과정이 있기를 기대한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tysung@hanmail.net
 

[1404호 / 2017년 8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