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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신데렐라 ②

기자명 김권태

연기적 시선 담긴 인간 발달단계 이야기

신데렐라 이야기는 인간의 발달단계에 따른 발달과업과 그 단계에서 성취해야할 핵심가치를 이야기로서 잘 드러내고 있다. 특히 미국의 소아정신분석가 에릭슨이 주장한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psychosocial development theory)과 그 짝이 잘 맞는다.

에릭슨 심리발달이론과 상응
기질과 사회환경 상호작용
8단계 과업 완수하며 성장
생로병사 넘으면 지혜 생겨

이 이론은 과거를 재탐색하고 재구성하는 프로이트의 이론과는 다르게, 인간의 생애를 8단계의 발달단계로 제시하고 그 과업을 하나씩 완수하며 성장해 가도록 안내하는 미래지향적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을 고정된 무엇으로 두고 분석하기보다는 인간의 타고난 기질과 사회적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중시하며 인간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열려있는 연기적 시선을 갖고 있다.

1. “신데렐라가 엄마가 죽고 나서 그 엄마를 대신할 수 있는 나무를 원했다”는 것은 영아기(0~1세)에 ‘어떻게 하면 이 세상에서 안전할 수 있을까’라는 ‘신뢰 대 불신’의 단계를 뜻한다. 이때 아기는 엄마를 통해 자신의 욕구가 일관되게 충족되고 있음을 느끼며, 세상과 엄마는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따라서 엄마의 부재 또한 점점 견딜 만한 것이 되며, 엄마의 행동 또한 예측할 수 있게 된다.

2. “막내딸로서 자기 역할을 자각하고 심부름을 수행했다”는 것은 유아기(2~3세)에 ‘어떻게 하면 독립된 주체로서 분리-개별화할 수 있을까’라는 ‘자율성 대 수치심과 의심’의 단계를 뜻한다. 이때 아기는 막 걸음마를 시작하며 세상을 탐색하고 성취감을 느낀다. 반면에 지나친 배변훈련과 부모의 통제는 아기의 자율성을 뺏고 수치심과 의심을 갖게 한다.

3. “나무를 심고 키우며 때때로 자신의 고달픔을 하소연했다”는 것은 어린 아동기(4~6세)에 ‘어떻게 하면 힘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주도성 대 죄책감’의 단계를 뜻한다. 이때 아이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여 양심을 형성하고, 또래 아이들과 경쟁하며 주도성과 힘을 경험한다. 또 언어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4. “부엌데기로서 재를 뒤집어쓰고 부엌일을 도맡아 했다”는 것은 아동기(7~12세)에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근면성 대 열등감’의 단계를 뜻한다. 이때는 학교에 입학하여 교사의 지시를 따르고 과제를 수행하며, 자신의 노력을 통해 노력한 만큼 자기가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다.

5. “왕자에게 자기의 신분을 숨기지 않고 부엌데기임을 밝혔다”는 것은 청소년기(13~19세)에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이 세상에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정체성 대 혼돈’의 단계를 뜻한다. 이때는 자아성장의 결정적 단계로서 정신의 기저선이라고 할 수 있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정체성 수립과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자신의 재능과 장단점 등을 파악하는 시기이다.

6. “갖은 시련을 겪고 마침내 왕자와 결혼했다”는 것은 청년기(20~40세)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사랑하고 친밀할 수 있을까’라는 ‘친밀감 대 고립감’의 단계를 뜻한다. 부모를 떠나 경제적 주체로서 직업을 갖고 동료들과 어떻게 친밀하게 지낼 것인지, 또 어떤 이성과 교제하여 나의 배우자로 삼을 것인지를 탐색하고 실행하는 시기이다.

7. “신데렐라가 왕자와 함께 나라를 잘 다스렸다”는 것은 중년기(41~65세)에 ‘어떤 선물을 줄 수 있을까’라는 ‘생산성 대 침체성’의 단계를 뜻한다. 이때는 자녀를 키우고 후배들을 양성하며 업적을 이루는 시기로 자기의 성취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며 더 큰 성취감을 얻는 시기이다.

8. “왕자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했다”는 것은 노년기(65세 이후)에 ‘어떤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자아통합 대 절망’의 단계를 뜻한다. 이때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인생의 의미에 대해 묻고 늙음과 죽음을 수용하는 시기이다. 그럼으로써 지난했던 생로병사의 과업을 완수하고, 이 생로병사의 고통을 뛰어넘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지혜를 선물로 받게 되는 것이다.

김권태 동대부중 교법사 munsachul@naver.com       

[1404호 / 2017년 8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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