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3. 에너지의 날 ‘에너지를 생각하다

기자명 최원형

에너지 소비 성찰 없으면 모두 고통으로 돌아올 것

어느 날 자고 일어났는데 벽면에 있어야할 모든 콘센트가 사라졌다. 이런 일이 막상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요새 흔히 하는 말로 ‘멘붕’ 상태가 되지 않을까.

24시간 전기 소비하는 현대인
한국 소비량 30년간 6배 증가
핵발전폐기물 1만6000톤 쌓여
개개인 행동 변화 따라야 해결

우리 삶이 전기와 점점 밀접해질수록 이런 상상을 자주하게 된다. 도시에서라면 물을 쓰는 일도 용변을 보는 일도 모두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되면서 사람들은 이제 24시간 전기를 소비하게 되었다. 길을 걸어갈 때도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연결해서 음악을 듣고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스마트폰을 열어 뉴스를 읽고 먼 곳에 있는 친구나 지인들과 소통을 한다. 웬만한 업무도 스마트폰 하나로 가능하게 됐다. 아침잠을 깨워주는 것도 스마트폰이다. 이렇듯 세상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스마트폰은 전기 없이는 작동이 불가하다. 끼니 때가 되면 밥을 먹듯이 스마트폰도 전기가 있어야 작동 가능하다. 그런데 이 전기를 만드는 일에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있다.

우리나라 에너지소비는 지난 30년간(2014년 기준) 약 6배 늘었고,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증가율이다. 게다가 에너지의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에너지 순 수입량이 OECD 국가 중 4번째로 많은 나라였다. 그랬는데 어느 순간 독일과 자리를 바꿔서 우리가 3위가 됐다. 독일은 에너지 소비를 줄였고, 더 나아가서 재생 에너지를 개발하니 수입량이 줄어든 거다. 해나 바람을 이용하는 재생에너지는 오직 국산이다. 우리는 발전 에너지원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석탄과 우라늄에 의존하고 있다. 과연 어느 나라의 선택이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할까?

현재 우리나라에는 핵발전소에서 나온 1만6000톤의 핵폐기물이 쌓여있다. 해마다 24기의 핵발전소에서 750톤 내외의 핵폐기물이 쏟아져 나온다. 영구 저장할 곳이 전국에 단 한 군데도 없이 모두 핵발전소에 임시로 저장 중에 있다. 이 핵쓰레기는 방사능 농도가 매우 높은 고준위핵폐기물로 안전하게 보관되어야 한다. 적어도 10만년 동안이나.

2016년 한해 한국전력이 전력을 판매한 양은 전년대비 2.8% 증가했지만 평균전력 증가율은 오히려 0.1% 감소했다. 그런데 최대전력 증가율은 8.1%나 증가했다. 총 전력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전력수요가 기록적으로 증가한 이유는 한여름과 한겨울의 냉난방 전기소비가 급격히 늘어난 때문이다. 전력수요는 일주일을 놓고 볼 때 주중 낮 시간에 가장 높다. 결국 내 집보다는 공적인 공간에서 쓰는 전기수요가 높다고 봐야할 것 같다.

특히 최대전력수요는 여름의 경우 냉방수요로 낮 3시 전후가, 겨울은 난방 수요로 오전 10시 전후가 최대치를 기록한다. 최대전력수요란 말 그대로 전력소비가 최대치란 뜻이다. 이 최대전력수요는 발전소를 더 지을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주요한 변수가 된다. 현재도 전력예비율은 늘 충분히 여유롭다. 이 말은 전기가 남아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계속 발전소를 더 지으려는 근거는 바로 이 최대전력수요 때문이다. 최대전력수요가 낮아지면 발전소 건설은 불필요해진다. 이 부분은 국가정책에도 변화가 와야 하지만 전기를 소비하는 우리 각자의 행동에도 변화가 따라야 하지 않을까?

전기의 편리함을 모르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불가능할 것 같은 많은 것들을 전기가 해내고 있으니까. 그런데 콘센트에 플러그를 연결해서 전기를 이용하는 방법을 배우기 이전에 우리는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오는가에 대해서 먼저 배웠어야 했다. 전기를 쓰는 일이 어쩌면 다른 생명 내지는 후손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도 미리 배웠어야 했다. 아니, 당장 우리에게 어떤 피해를 주게 되는지에 관해서도 미리 알아두었어야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쉽게 소비하는 전기로 인해 점점 삶이 힘들어질 거라는 것도 알고 있어야 했다.

8월22일은 에너지의 날이다. 전기소비로 지구온난화는 날로 심화되고 있고 핵발전소를 계속 짓느라 핵의 위험에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의 후손까지 대대로 고통을 받게 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에너지 소비에 대한 성찰이 없다면 이 난제는 끝내 우리 모두의 고통으로 되돌려 받을 것이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404호 / 2017년 8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