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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백범 김구와 불교계

기자명 이병두

짧은 출가생활이지만 깊은 인연

▲ 해방 직후 마곡사를 방문한 백범 김구 일행.

백범 김구(1876~1949)는 1948년 8월15일과 9월9일에 남과 북이 각기 서울과 평양에 단독 정부를 세운 뒤에도 민족분단의 비애를 딛고 민족통일운동을 전개하다가, 이듬해 6월26일 육군 소위 안두희가 쏜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그 뒤 공주 태화산 마곡사에서는 8월13일에 백범의 영가 천도를 위해 49재를 봉행한다.

마곡사서 출가해 승려생활
해방 후 불교계 감사 표현
김구 서거 후 불교계 추모

“그 위엄스럽고도 자비스럽던 선생의 풍모는 다시금 이 세상에서는 뵈올 길이 바이없게 되었다./ 떠돌아 70년을 비바람도 세옵더니(거세더니)/ 돌아와 마지막에 광풍에 지시다니/ 조각 난 이 강산을 그대로 버려두고/ 만고 한 품으시고 가신 데 어디메요!”

백범이 서거하자 그해 4월 창간된 ‘불교공보’에서는 제2호(1949.7.15.) ‘오호! 민족의 거성 백범 김구선생 만고 한 품은 채 흉탄에 급서'라는 특집 기사를 냈는데, 그 중 한 대목이다.

친일파와 민족 배신자들이 아니고서는 백범의 서거를 모두 슬퍼하였겠지만, 20대 후반 기독교에 입교해 활동한 백범에게 불교계가 이처럼 각별한 관심을 보인 이유가 무엇일까.

젊은 시절 백범은 우리 민족을 구할 뜻으로 동학교도가 되어 고향에서 접주가 되어 교주 해월 최시형을 만나기도 하고, 만 20세인 1896년 2월에는 황해도 안악 치하포에서 명성황후 시해와 관련 있는 것으로 의심 되는 일본군 중위 쓰치다 조스케(土田壤亮)를 맨손으로 처단하여 원한을 풀었지만, 집에 숨어 있다가 몇 달 뒤 체포되어 감옥에 수감돼 1897년 사형이 확정되었다. 사형집행 직전 다행히 고종의 특사로 집행이 중지되었으나, 석방이 안 되자 이듬해 봄에 탈옥하였다.

피신 중이던 1898년 마곡사에 입산하여 하은(荷隱) 스님을 은사로 계를 받아 승려 원종(圓宗)이 되었고, 1899년 서울 봉원사를 거쳐 평양 근교 대보산 영천암(靈泉庵)의 주지가 되었다가 몇 달 만에 환속하였다. 1년 정도에 지나지 않는 짧은 출가 생활이었지만 백범에게는 아주 깊은 인연으로 남았던가 보다. 1945년 민족 해방 후 귀국한 백범은 마곡사를 찾아서, “50년 전에 같이 고생하던 승려가 하나도 없어 슬프다”면서 함께 한 일행과 위 기념사진을 남겼다. 그때에 대웅보전 앞에 소나무 한그루와 무궁화 한포기를 심었는데 지금도 그 나무가 제자리를 지키며 백범이 승려 시절 머물던 방(白帆堂)과 함께 ‘백범과 마곡사의 각별한 인연’을 전해주고 있다.

백범은 이때의 감회를 ‘백범일지’에 이렇게 남겼다. “해방 후 마곡사를 찾았을 때, 마곡사 승려대표가 공주까지 마중 나왔고, 정당·사회단체 대표로 마곡사까지 나를 따르는 이가 350여명에 이르렀다.…마곡사 동구에는 남녀 승려가 도열하여 지성으로 나를 환영하니, 옛날에 이 절에 있던 한 중이 일국의 주석이 되어서 온다고 생각함이었다.”

백범은 사적인 인연이 있는 마곡사, 그리고 1949년 남북협상을 위해 방북하였을 때에는 잠시 주지 소임을 맡았던 평양 인근 영천암을 방문했을 뿐 아니라, 환국 후에는 이시영 등 일행과 함께 서울 대각사를 방문하여 ‘용성 스님이 상해 임정에 보내준 지원’에 간곡한 감사의 뜻을 전하는 등 불교와의 인연을 잊지 않았다.

최근 마곡사가 백범 명상로를 만들고 해마다 추모제를 열어 그를 기리는 것은 다행이지만, 이것이 일회용 이벤트가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일이기를 바란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04호 / 2017년 8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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