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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적인 적폐청산 구호와 한풀이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17.08.22 17:28
  • 수정 2017.08.28 13:23
  • 댓글 23

[특별기고]조계종 홍보국장 효신 스님

조계종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명진 스님이 서울 조계사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이에 동조한 외부 인사들이 가세해 조계종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계종 총무원 홍보국장 효신 스님이 현 상황과 관련해 ‘선동적인 적폐청산과 한풀이’라는 제하의 기고문을 보내왔다. 편집자

▲ 조계종을 비방한 혐의 등으로 제적의 징계를 받은 명진 스님이 종단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단식농성을 진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요즈음 주변에서 가장 흔히 듣는 말이 ‘적폐청산’이다. 대통령부터 장관까지, 심지어 종단에서 징계를 받은 제적 승려조차 적폐청산을 외치고 있을 정도이다. ‘적폐청산’이라는 단어는 지금 시대를 대표하는 말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적폐청산은 새로운 현상도 아니다. 인류의 역사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과거에 쌓여온 폐단을 청산하는 과정이기에 역사의 발전이 바로 적폐를 청산하는 과정이라고 하여도 무방하다. 청산된 적폐가 시간이 흘러 다시 적폐가 되고 또 청산되고 마치 윤회의 수레바퀴와 같지 않을까 한다.

광화문 촛불집회, 헌법수호 목적
촛불집회 흉내 낸 조계사 시위는
현란한 선동으로만 일관해 유감
종법 근거할 때 진정한 적폐청산

적폐청산의 역사 가운데 인류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대표적 사건이 프랑스 대혁명이다. 봉건왕조의 적폐를 청산하고 공화제를 도입케 한 프랑스 대혁명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유민주주의와 시민사회가 존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적폐청산을 외쳤지만 문명의 후퇴를 가져온 사례로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들 수 있다. 중국 혁명정신의 재건이라는 미명으로 10여년간 자행된 홍위병들의 적폐청산 행동들은 오히려 중국 역사에 또 다른 적폐를 남긴 채 수십 년의 퇴보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적폐청산이라는 구호와 행동이 모두 역사에 긍정적인 평가를 남기지는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5·16쿠데타나 10월 유신과 같은 가짜 적폐청산으로 역사가 상당히 퇴보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역사발전과 시민의 권리 향상을 위한 올바른 적폐청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시작된 적폐청산의 요구는 이제 문재인 정부의 주요한 시책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정권의 잘못된 폐습에 대한 시정이야 응당 이루어져야 할 시대적 과제이다. 하지만, 하나의 유행처럼 반대편을 억누르기 위한 무분별한 적폐 주장이나 개인적 또는 집단적 한풀이를 위한 적폐청산 주장은 늘 경계하고 주의해야 진정한 적폐청산과 사회 발전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적폐청산 흐름에서 조계종도 예외는 아닌 것이 현실이다. 조계사 주변이 연일 적폐청산을 외치는 일부의 주장으로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촛불집회를 흉내 낸 집회부터 방송용 차량을 통한 선동, 단식농성까지 마치 지난해 촛불집회를 재현하고자 열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광화문 촛불집회가 시민 한 명 한명이 참여하여 헌법을 수호하자는 목소리로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진행된 것과는 다르게 조계사 주변 적폐청산 주장은 종단 징계자들의 주도와 비불자들의 무분별한 발언, 종법을 불태우거나 단식을 하는 등 현란한 선동으로 일관하고 있어 매우 유감스러울 뿐이다.

특히 종단 중진으로서 주요 소임을 살았고 사회 현안에 입바른 소리를 해왔다는 자가 이제는 종단의 징계를 받고 한풀이 하듯 앞장서고 있어 측은함마저 느낀다. 더불어 이러한 한풀이에 지난 시기 종단의 사회적 역할은 도외시 한 채 정확한 내용도 모르고 개인적인 친분에 기대어 동조하는 일부 노동자나 시민운동가, 정치인들을 보면 감탄고토(甘呑苦吐)라는 옛말을 새삼 깨닫게 한다.

종단은 그동안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복직 호소와 용산참사 문제의 타결을 위한 활동, 철도 노조 파업에 대한 배려,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노력 등과 같이 사회적 문제에 대하여 그동안의 무관심이라는 적폐를 청산하고 어느 종교보다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종단내의 문제도 마찬가지로 여러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토대를 만들어 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종단의 이러한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부족하다고 지적할 수는 있으나 지난 시기를 일방적으로 적폐라고 치부하며 청산해야 된다는 주장은 결코 동의될 수 없다.

이제 총무원장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적폐청산을 외치며 종로거리를 행진하거나 단식을 하면서 지인들에게 종단을 험담하는 것은 정상적인 선거를 방해하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또 다른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술수와 다름없다.

▲ 조계종 홍보국장 효신 스님

수말사 주지 자리에 대한 미련이나 본인이 스스로 초래하고 항소를 포기하여 확정된 징계에 대한 한풀이에 종단은 너무 많은 상처를 입고 있다. 진정 촛불집회의 정신을 계승하고 적폐청산을 염원한다면 지난해 촛불집회를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일부 몇몇의 주장이나 외부의 조력을 빌어 적폐청산은 이루어질 수 없다. 종단 구성과 운영의 근간인 종헌과 종법에 의한 합법적인 절차만이 진정한 적폐청산의 길이며, 여법한 총무원장선거를 통하여 적폐청산이 완성되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1405호 / 2017년 8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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