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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색기이(自塞其耳) 고성대규(高聲大呌)

골수 종교적 신념의 공직자들

문 대통령이 8월24일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임명한 뒤 ‘창조과학’이라는 용어가 주목받고 있다. 창조과학은 신의 창조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겠다는 극단적 보수기독교의 이론이다. 진화론이나 지구와 우주에 관한 과학적 성과들을 인정하지 않고 신에 의한 우주창조와 생명체의 동시창조를 주장해 사이비 과학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학회에 박 후보자가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과학계의 우려가 깊다. 주류 기독교에서마저 ‘이단’으로 취급하는 이론을 과학이라 믿는 왜곡된 신념의 소유자가 과연 4차 산업 시대를 맞아, 분출되는 벤처기업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박 후보자의 독특한 종교적 신념이 알려지면서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지난 7월 인사청문회 당시 발언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유 장관은 기독교 가르침을 과학적 이론으로 포장한 ‘바이블 매트릭스’의 저자와 공저로 책을 출간한 바 있다. 청문회에서 창조과학 신봉자가 아니냐는 지적들이 거세게 제기됐다. 특히 유 장관은 과학 분야 장관으로서 진화론에 대해 자신이 기독교인임을 강조하며 “여러 의견이 있어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상식 밖의 발언으로 거센 항의를 받았다.

창조과학학회의 주장은 상식선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많다. 지구역사가 천지창조로부터 6000년에 불과하고 공룡이나 오래된 조상들 화석이 거짓이거나 6000년 안의 역사 속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면서 교과서에서 진화론을 삭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에 반해 가톨릭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과학위원회 검토를 거쳐 2014년 “진화론과 빅뱅이론을 인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혜 스님의 ‘서장’에 자색기이(自塞其耳) 고성대규(高聲大呌)라는 격언이 있다. “귀를 막고 큰 목소리로 부르짖음”을 뜻한다. 보편적 사실에 귀 막고, 왜곡된 종교적 신념만을 소리 높여 외치는 이들에게 국정을 맡기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마냥 박수를 칠 수 없는 이유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05호 / 2017년 8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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