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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성남 만덕산 약사사

반세기 이어온 보살행 성남시민 등불 되다

▲ 약사사는 60여년 전 개산 당시부터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다양한 불사를 전개해왔다. 특히 1983년 여래구도봉사단 창립을 계기로 무료급식·장학사업 등의 보살행을 정례화·구체화했다.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산만큼 좋은 곳이 없다. 산은 찾아오는 이들을 차별하지 않으며 넉넉한 품으로 모든 것을 내어준다. 또한 그 속에 위치한 산사는 삶에서 생겨난 번뇌와 고통을 치유하는 공간으로 정신적 안식처가 되어 준다. 경기도 성남 중원구에는 주봉인 청량산을 중심으로 문형산, 검단산, 만덕산 등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산은 그리 깊지 않으나 높고 낮음이 다양하고 등산로가 발달해 성남시민의 휴식처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만덕산 중턱에 성남시민이 사랑하는 도량 약사사(주지 혜안 스님)가 자리해 있다.

개산 때부터 나눔 적극 실천
1983년 여래구도봉사단 조직
무료급식·장학사업 등 정례화
지역 초월해 해외에도 자비행

약사사는 남한산성공원 관리소를 지나 계곡을 따라 20여분만 오르면 만날 수 있다. 언제든 이웃, 가족과 함께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약사사가 산문을 연 것은 60여년 전, 지난해 입적한 여래종 전 종정 인왕 스님이 터를 잡고 약사사라 명명했다. 지금의 약사사는 전통사찰 98호로 대웅보전을 비롯해 극락전, 보궁, 성보전 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이전에도 도량이었다. 지역주민들의 구전을 비롯해 대웅보전 중창불사 당시 출토된 기와편들을 보면 고려시대부터 법당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남한산성 약사사가 성남시민의 도량으로 자리매김한 데는 만덕산이 주는 푸근함과 친근함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일찍부터 시작된 자비나눔 때문이다. 약사사는 개산 당시부터 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곳에 광명에 전하며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다양한 불사를 전개해왔다. 이는 “가난한 사람이 도움을 청해 오면 분수껏 마음을 다해 나누어라. 동체대비가 곧 참된 보시”라는 인왕 스님의 평소 가르침을 실천으로 옮긴 결과였다.

실제 인왕 스님은 약사사 개산 당시부터 법당에 있는 쌀과 밀가루 등 부처님 공양물을 어려운 이웃들과 나눴다. 도량의 대중은 곡식이 떨어져 공양을 거를지라도 도움을 청하는 이를 빈손으로 돌려보내는 경우는 결코 없었다.

 
인왕 스님의 이 같은 자비원력과 보살행은 1983년 약사사 신도회를 중심으로 한 ‘여래구도봉사단’이 창립되면서 정례화·구체화됐다. 초창기 여래구도봉사단은 남한산성 입구에 위치한 무료급식소에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2차례 무료급식 활동을 진행했다. 그러다 10여년 전부터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 결식노인과 아동, 실직자 등을 위한 점심공양을 책임지고 있다. 1일 300여명, 연간 1만2000여명이 약사사 여래구도봉사단의 자비행으로 따뜻한 한 끼를 해결하고 있다. 비용은 약사사의 보시와 신도 및 불자들 후원만으로 전액 충당한다.

지역 내 효 사상을 고취하고 어려운 환경에도 배움의 길을 걸어가는 학생들을 돕는 일도 약사사 여래구도봉사단의 주요 불사다. 여래구도봉사단은 50여년째 부처님오신날을 즈음해 ‘어르신 모시기 큰잔치’를 열고 있으며, 현인장학회를 조직해 소년·소년가장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사하고 있다. 또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가 쌀과 생활보조금을 지원하고,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한 ‘자비의 김장김치 나누기’ 행사도 해마다 펼치고 있다.

약사사의 자비나눔 활동은 비단 지역 사회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2003년 미얀마 바간 땀민솨 대탑 복원불사를 계기로 인연을 맺은 파소중학교 학생들을 위한 교육기자재와 장학금을 매년 지원하고 있다. 또 양곤의 한 초등중학교와도 자매결연을 맺고 후원금을 전달하는 등 국경을 초월해 자리이타를 실천 중이다.

“불법의 실천을 통해 세상을 밝게 하라”는 인왕 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약사사는 성남시민의 든든한 이웃되기를 발원하며 내일의 희망을 위해 오늘을 준비한다.

성남=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필요한 곳에 나누는 게 부처님 가르침”

약사사 주지 혜안 스님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은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약사사는 산문을 열 때부터 불교중흥과 포교, 대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지난 60여년간 그랬던 것처럼 지역사회와 적극 소통하며 성남시민의 도량 약사사가 되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약사사 주지 혜안<사진> 스님은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처님 가르침이 아무리 좋다 한들 머릿속에만 담고 있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게 스님의 지론이다. 때문에 도량은 기도와 무소유(無所有)를 행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무소유는 소유하지 않는다는 게 아닙니다. 가진 것을 내놓는다는 뜻입니다. 있는 것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 필요로 하는 곳에 사용하는 것, 이것이 불교의 근본이자 부처님 가르침입니다. 약사사가 불전함 시줏돈을 여래구도봉사단 활동에 모두 사용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스님은 동참을 강요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스스로 발심해 참여하지 않는다면 결코 복전이 될 수 없어서다. 실제 여래구도봉사단에서 행하는 모든 불사는 불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 스님은 “산중의 작은 사찰이 수많은 불사를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자비실천의 마음을 내어준 약사사 신도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 사회가 더불어 사는 사회임을 자각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자타불이의 가르침을 실천해준 불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혜안 스님의 바람은 한결같다. 복지관 등 공공기관을 수탁해 지금의 활동들을 더욱 체계화하고 확대하는 것이다. 또 쉼이 필요한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약사사 내에 마련되기를 발원한다.

“우리는 매일 부처님 앞에 네 가지를 서원합니다. 그 중 첫 번째가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것입니다. 복지관은 이 같은 발원을 좀 더 구체화하고 현실화시키는 첩경입니다. 약사사는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자비를 실천하는 노력들을 변함없이 경주해 나갈 것입니다.”

한편 혜안 스님은 1972년 관악산 법륜사에서 인왕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법화 스님에게 구족계, 일붕 스님에게 전법계를 받았다. 약사사 교무, 여래종 사무총장, 총무부장 등을 역임했다.

[1405호 / 2017년 8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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