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살충제 달걀, 안전한 번호로 밥상이 안전해질까?
64. 살충제 달걀, 안전한 번호로 밥상이 안전해질까?
  • 최원형
  • 승인 2017.08.29 11: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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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생명들 고통으로 차려진 부끄러운 밥상

인류는 지질시대마저 바꿀 만큼 지구 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질시대를 인류세로 표현하기 시작한 지는 좀 됐다. 이 용어는 네덜란드 화학자이자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천이 2000년에 처음 쓰기 시작했다. 새로운 지질시대로 전환하는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몇 가지를 꼽자면 닭 뼈, 방사능 핵종, 시멘트, 그리고 플라스틱이다. 하나같이 소비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것들이다.

조류독감·살충제 계란 등 닭 수난
평생 알 낳다 폐기처분되는 산란계
진드기 제거위해 뿌려진 살충제가
결국 밥상으로 올라와 안전 위협


안전한 먹을거리 문제가 잊힐만하면 한 번씩 터져 나온다. 이번엔 달걀이다. 닭의 수난시대라 해도 결코 과장일 수 없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지난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3800만 마리에 가까운 닭을 폐사시켰다. 이 가운데 산란계 그러니까 알을 낳는 닭이 2500만 마리가 넘었다. 그리고 이제 살충제 달걀이 등장했다. 어떤 일이건 인과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인식하고 호들갑 떠는 지점은 언제나 결과다. 그래서 해마다 조류인플루엔자가 반복되고 먹을거리에 빨간불은 꺼지지 않는 게 아닌가! 결과가 있도록 만든 원인에 대한 성찰 없이 우리가 먹는 것들 가운데 과연 어떤 것들이 안전할 수 있을까? 식생활을 한번 진지하게 들여다보자. 얼마나 많은 소와 돼지와 닭 그리고 얼마나 많은 달걀을 우리가 소비하며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소름끼친다. 살아 숨 쉬는 동물들이 공장에서 물건 찍듯이 생산되는 속도는 얼마나 기이한가?

닭도 여느 새들처럼 알을 낳고 포란을 하고 새끼를 길러내는 일을 할 수 있다다. 그런 닭들이 좁은 케이지에 갇혀 24시간 훤히 불 밝힌 곳에서 밤낮 구분 없이 알을 낳고 또 낳는다. 그렇게 알을 낳다가 못 낳게 되면 닭은 폐계가 되어 닭장 바깥으로 밀려난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외출인 셈이다. 알을 낳는 기계였다가 폐기 처분되는 것이 산란계의 일생이다. 흙을 밟을 수 없으니 깃털에 기생하는 진드기를 제거하는 일은 흙 목욕 대신 살충제가 담당했다. 닭에게 뿌려댄 살충제는 닭의 몸을 통해 달걀로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식탁에 올랐다. 만약 식탁에 오르지 않았다면 문제는 없었을까? 재래닭 유정란에서 DDT가 미량 검출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생협에서 판매하던 유정란인데 공장식 축산도 아니고 자연에 방사하며 키운 닭이 낳은 알에서 말이다. 이미 38년 전에 사용을 중단한 DDT에 오염된 흙이 여전히 독성을 품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가 자연을 향해 뿌려댄 화학물질의 반격이 두렵기만 하다. 그런데 더욱 두려운 것은 사람들의 반응이다. 살충제 달걀을 마주한 사람들은 안전한 숫자를 찾아 퍼뜨렸다. 살충제가 검출되지 않은 농장 번호가 사람들 사이로 빠르게 퍼져갔다. 살충제 달걀은 금세 판로가 막힐 테고 살충제가 뿌려진 닭들은 모두 살처분으로 끝을 맺게 될 것이다. 농장 번호에 두어 번 오류가 있다는 뉴스가 전해질 때마다 사람들은 분노했다. 안전한 번호가 우리 밥상을 언제까지 안전하게 지켜줄까?

가축들은 사료 값 대비 이익이 남도록 성장호르몬이 섞인 사료를 먹고 빨리 자라야 했고, 필요한 부위만 기형적으로 비대해져야 했고, 새끼를 낳지 않아도 계속 우유를 생산해야 했다. 쉼 없이 알을 낳도록 밤이 사라진 환경에서 얻어낸 것들이 어떻게 정상일 수 있을까? 과정을 알려고도 하지 않고 안전한 먹을거리만 내놓으라는 것은 이만저만한 억지가 아니다. 과정은 모두 위험 일색인데 오직 내 입에 들어가는 것들만 안전하고 싶어 하는 이기심은 인과에 무지하다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어느 새벽에 이산선사 발원문을 읽었다. 그러다 ‘모든 생명 사랑하고’에서 더 이상 읽을 수가 없었다. 수많은 생명들의 고통으로 차려진 밥상을 받으며 이런 기도를 올리는 게 너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도시락 뚜껑에 눌린 채 밥 위에 얹힌 달걀 프라이는 세상에서 가장 맛난 반찬이었다. 달걀 프라이가 그토록 맛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귀했기 때문이다. 모든 게 너무 흔해서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마저 퇴색해버린 시대에 살충제 달걀은 화두다. 원인 없는 결과 없으니 그 원인을 제공한 그것은 누구이며 무엇인가!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405호 / 2017년 8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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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 2017-08-31 20:09:57
2017년 8월31일 남해군 창선 농협에서 오늘 달걀을 샀습니다.유통기한은 9월30일까지 한달간 남은 달걀입니다. 달걀을 깨는 순간 썩은 냄새와 이물질과 함께 흙탕물 처럼 달걀이 퍼집니다 달걀 껍질에는 이물질이 남아있습니다.. 달걀이 민감한 시점에서 이런 달걀이 유통되고 있으니 화가 납니다.. 농협에서 상한것은 인정하지만 모르겠다합니다. 살충제 성분만 화인하고 싱싱한건지 상한건지는확인 안하나 봅니다 ~~이렇게 소비자들이 아직 믿고 먹을 수는 없을듯 합니다 증거사진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