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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불살조(殺佛殺祖)

높은 지지율에 취하지 말라

선사들의 어록 중 가장 극적인 가르침으로 ‘살불살조(殺佛殺祖)’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이 말은 임제 의현(臨濟義玄,?~867)의 경책으로 스님의 어록을 모은 ‘임제록’에 수록돼 있다.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죽인다”는 의미로 불경스런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해 비판이나 비난은커녕 후대 스님들로부터 극찬이 끊이지 않았다. “자신의 깨달음에 방해가 된다면 부처나 조사라도 과감하게 버려야 된다”는 가르침이야말로 불교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의 염원을 담은 촛불집회를 통해 탄생된 정부인만큼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 80%를 오르내리는 지지율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고 국민과 소통하고 과거의 누적된 적폐를 청산하려는 일련의 과정들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최근 고위직 인사들을 보면 우려가 깊어진다. 특히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후보자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다. 포항공대 교수이며 과학자인 박 후보자가 사실은 진화론을 부정하고 창조론을 교과서에 실리게 하겠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펴는 창조과학회 이사였음이 밝혀졌다. “경제발전을 위해 독재가 불가피했다”는 과거 연구보고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사퇴는 했지만 이유정 헌법재판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불과 1년 6개월 만에 16억이 넘는 재산을 축적했다. 직업도 없이 외국에서 공부 중인 딸의 통장에 1억2000만원에 이르는 돈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도 헌법재판관으로 추천됐다. 또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 사드배치 결정에 반발해 촛불을 들며 절차적 문제를 제기한 것이 엊그제 일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어떤 논의도 없이 사드 추가배치를 결정해 버렸다.

인사의 난맥상도, 사드 추가배치 결정도 촛불을 들었던 국민의 뜻에 반하는 일이다. 대통령도 문제지만 대통령에게 이런 결정을 내리게 한 참모들의 책임이 크다. 내편이 하는 일이라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역사적으로 옳아야 옳은 것이다. 높은 지지율에 취하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살불살조하는 심정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06호 / 2017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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