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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요골수충처·일체인숙처·무종몰입처

기자명 김성순

천상에 나고자 했던 외도들 지옥

초열지옥의 일곱 번째 별처지옥인 요골수충처(饒骨髓蟲處) 역시 외도들에게 해당되는 지옥으로서, 바른 계율과 선업을 쌓지 않고, 범천의 세계에 태어나기 위해 마른 쇠똥을 태워서 자신을 불사르는 소신(燒身)공양을 했던 이들이 주요 대상이다. 이들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소신공양이 끝나면 천계가 아닌 요골수충처에 떨어지게 되며, 들어오는 즉시 옥졸의 망치로 얻어맞게 된다.

자기를 불태웠던 이들이 대상
불을 피워 천신에 공양한다며
마을에 불을 놨던 악행 포함
지인들 불타는 모습 지켜봐야

요골수충처의 너비는 3요순, 높이는 5요순이며, 그 안에 죄인들의 몸이 빈틈없이 꽉 들어차서 그야말로 살로 쌓은 산[肉山]을 이루고 있다. 이 요골수충처에 가득 찬 기관충(機關蟲)이라는 이름의 벌레들은 전생에 벌레들을 함부로 죽인 중생들이 지옥으로 떨어져 변화하게 된 존재들이다. 이 기관충들은 마른 소똥을 태워 스스로를 분신공양한 죄인들과 함께 불태워진다. 죄인들의 육신과 기관충으로 쌓아올린 육산은 불꽃이 위로 10요순까지 치솟으면서 탄다. 게다가 지옥의 죄수들은 일반적인 사람에 비해 몸 자체가 훨씬 크기 때문에 받는 고통도 그에 비례해서 커진다.

죄인이 이 요골수충처에서 기나긴 고통을 견디면서 전생에 지녔던 사견의 악업이 소멸되기를 기다리다가 마침내 그 지옥을 벗어날 수 있더라도 이후 500생 동안 목구멍이 바늘처럼 가느다란 아귀로 태어나게 된다. 그 다음 500생은 지극히 차가운 바다의 한류 속에서 사는 바닷물고기로 태어나고, 혹여 인간 세상에 나더라도 광야 같은 곳에서 나서 끝내는 들불에 타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고 한다. 이는 그가 전생에 자신의 몸을 살라 천계에 나고자 했던 삿된 견해의 업력 때문일 것이다.

다음 초열지옥의 여덟 번째 별처지옥인 일체인숙처(一切人熟處)는 불을 피워서 천신에 공양하는 의례를 행하여 사후 천상에 나고자 했던 외도들이 떨어지는 지옥이다. 이 외도들은 의례에서뿐만 아니라 천신이 흡족할 만큼 천지에 불이 가득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실제로 마을 여기저기에 불을 놓았기 때문에 그 악업으로 인해 일체인숙처에 떨어지게 된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익어가는 지옥’이라는 명명에 걸맞게 이 일체인숙처의 죄인은 자신이 생전에 좋아하고 아끼던 모든 이들이 이 지옥에서 함께 불에 타는 것을 눈앞에서 보게 된다. 그가 전생에 지은 악업이 아직 살아있는 이들의 화인(化人)을 만드는 변화를 지어내서 죄인의 눈앞에 그들이 고통을 받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죄인은 그가 사랑하는 부모, 처자, 친구, 지인들이 불에 그을려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제로 자신이 불에 타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워  하게 된다. 지옥에서는 애정 자체가 죄인의 심신을 옭죄는 결박이 되면서 육신을 태우는 불보다 더 뜨겁게 죄인의 마음을 태우는 것이다. 죄인을 더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그 부모, 형제, 처자, 친우 등의 화인이 그에게 빨리 와서 자신을 구해달라고 울부짖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죄인은 기나긴 세월 동안 고통을 견디다가 악업이 모두 소멸하게 되면 이 일체인숙처를 벗어나게 되는데, 이후 300생 동안 아귀로 태어나고, 그 다음 500생은 물벌레가 되어 자신의 새끼가 고기잡이 등에게 늘 잡혀죽는 것을 봐야 한다.

다음 초열지옥의 아홉 번째 별처지옥인 무종몰입처(無終沒入處) 역시 천상의 신에게 불을 피워 공양하는 의례를 행했던 외도들이 떨어지게 되는 지옥이다. 이 무종몰입처의 외도들은 벌레, 개미, 뱀, 사슴, 말 등의 짐승을 불속에 넣고 태우며 의례를 행하면서 이렇게 희생물이 있으면 불이 매우 기뻐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집행한 자는 큰 복을 얻어 좋은 곳에 날 것이요, 불에 태워진 희생물은 마혜수라의 세계, 즉 대자재천의 세계에 나게 된다고 믿었던 이들이다.

이 무종몰입처의 죄인들은 자신이 전생에 행했던 악업을 역으로 돌려받으며, 온몸이 끝없이 불에 태워지는 고통을 당하게 된다. 죄인들은 악업이 소멸되는 어느 순간에 지옥을 벗어날 수 있기는 하지만, 이후 500생 동안 똥을 먹는 아귀로 태어나다가, 나중에는 몸에 불빛을 달고 다니는 개똥벌레로 수백 생을 살게 된다고 한다.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shui1@naver.com
 

[1406호 / 2017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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