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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수행 구본설-상

기자명 법보신문

▲ 66, 성공
죽음은 삶을 드러내기도 하는 모양이다. 

할머니·아버지와 사별 뒤
죽음·인생 등 가치관 고민
집안 대대로 이어온 불연
동산·염불만일회로 싹 터

고모와 아버지를 키우며 모진 생활 다 겪으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가슴 한 구석이 허전했고 인생의 고뇌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더 많이 가지고, 더 잘 먹고, 더 지위가 올라가고, 보란 듯이 남보다 더 잘사는 것이 삶의 목적인줄 알았다. 오욕락을 즐기는 것이 성공한 삶이고 인생의 목적이라는 단견으로 종교에 별 관심이 없었으나, 부친과 조모의 별세로 인생에 대한 사려가 더 깊어지면서 죽음의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나의 죽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책이 없었다.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머리를 흔들고, 현실문제에 더 깊이 들어가거나, 죽음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수많은 삶 중에서 부귀와 영화를 추구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자신만의 가치체계를 구축하고 남들을 위해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종교인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고조부 이하 장손으로 어려서부터 가문과 유교적 예절을 몸에 익힌 나로선 나 개인의 문제 보다 집안 전체에 대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친구들 따라 교회도 가보고 천도교도 가보고 신흥종교에도 가보았으나 마음이 끌리지를 않았다.

불연은 달랐다. 전생에 수행자였던 느낌도 들고, 또 우리 가문에 신암사라는 사찰이 있어 낯설지 않았다. 고려 말, 능성 구씨 4세조 할머니께서 부군의 묘를 쓰고 묘역에 절을 짓고 부처님 모시고 선조들 왕생극락과 후손들 복을 빌었다고 들었다. 4세조 할머니가 아주 신씨였기에 성을 따서 신암사로 불렸고, 법당 주불은 아미타부처님이다.

지혜와 덕 높은 스님을 젊은 시절에 만났다면 출가해 수행자가 됐을지도 모른다. 부처님과 제자들처럼 출가해 생사문제를 해결하고 자유인으로 살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나 내겐 출가 인연은 없었던 것 같다.

서울 조계사 인근 동산반야회에서 재가자들을 위한 기초교리강좌가 눈에 들어왔다. 3개월 과정이었는데, 법주는 한국불교 포교일선에서 대단한 역할을 했던 무진장 스님이었다. 조계종 포교원장을 역임한 스님은 부처님 가르침인 교리를 상세하게 강의했고, 당시 김재일 동산반야회장이 단체를 이끌며 직장인 재가자들에게 불교를 지도하던 때였다.

가을이었고, 1989년이었다. 동산반야회에 관여한 이후 불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자 노력해왔다. 재가불자 계율인 5계[殺, 盜, 淫, 妄, 酒]를 지키고자 부단히 애쓰며 살아왔다. 동산반야회를 창립한 고 김재일 회장과는 같은 공무원 신분으로 동질감도 느꼈다. 함께 한국불교 미래를 내다보면서 단체 사무국장을 맡아 재가불교 활성화를 위한 교육포교를 진행해 나갔다. 1992년에는 불교계 최초로 2년 과정 동산불교대학을 설립했다. 1기로 불교대학을 졸업했다. 부처님 가르침을 바르게 배우고 익혔다. 수행과 신행은 불자로서 필수 과정이었다. 매년 3000배와 유서 깊은 전통사찰을 순례했다. 불교를 중흥시키고 법을 전했던 조사스님들과 선지식들 발자취를 돌아보며 나를 반추했다.

무진장 스님으로부터 ‘성공’이라는 법명을 받고 28년이 지난 현재까지 불자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오고 있다. 현재까지 동산불교대학 동산반야회 이사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2012년 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 동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하고 3년 전 신암사가 있고 옛 선조들이 잠들어계신 당진으로 귀향해 일심정토 염불정진을 계속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나무아미타불! 6자 명호를 1만일 동안 부르짖는 결사에 염불행자 한 사람으로서 참여 중이다. 매년 한 번씩 2박3일 동안 전국 염불도량에 집결해 정진하는 행사를 20년째 동참하는데 너무 환희롭고 가슴 벅차고 감격적이다. 역사의 한 페이지에 속했다는 자부심도 있다. 염불만일결사가 과거 통일신라시대에 강원도 건봉사에서 먼저 있었다. 758년(경덕왕 17) 발징화상이 건봉사에서 만일염불결사를 주창했다. 당시 함께한 염불행자 31명이 결사 28년 만인 786년 인로왕 보살 인도로 서방정토에 왕생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벽오유총, 만화관준, 금암의훈 스님 등 4번 결사가 있었다. 이후 명맥이 끊어졌던 염불결사는 1998년 8월, 동산 도반들이 함께하는 전국염불만일회가 결성되면서 역사적으로 6번째에 이르고 있다.

[1406호 / 2017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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