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3. 전주 완산구 흥국사[끝]

포교 불모지, 복지·봉사로 희망 제시하다

▲ 총지종 전주 흥국사. 1층은 만다라요양원, 2층은 법당으로 사용된다.

전주는 종교의 각축장이라 불릴 만큼 종교 간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인근 익산을 성지로 하는 원불교의 영향력이 널리 퍼져있고, 전동성당을 중심으로 한 가톨릭 교구가 형성돼 있으며, 인구수 대비 가장 많은 교회가 존재하는 지역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완산구는 전주시청과 전북도청을 비롯해 주거지역이 밀집돼 포교와 선교를 위한 물밑경쟁이 거센 지역이다.

밀교도량으로 수행·신행에 집중
2009년 지정정사 부임 후 쇄신
사택 개조해 만다라요양원 개원
신도들 동참, 긍정적 변화 가속

총지종 밀교도량 흥국사는 전주 완산구 따박골에 위치해 있다. 동고산 끝자락 완산칠봉을 마주하는 자리에 위치한 이곳은 비교적 최근에 세워진 신흥 도량이다. 현재 1200㎡(340평) 대지 위에 2층으로 조성된 흥국사는 40여년 전 조그만 단칸방에서 교화를 시작했다.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표방하며 진언수행과 대승정신의 실천으로 불과 2년만인 1977년 단독주택을 매입해 도심사찰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여기에 진언행자들의 십시일반 동참과 원력이 더해져 2003년 현재의 위치에 서원당을 세울 수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 흥국사는 개인적 수행과 신행 공간으로서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대사회적 역할 등 도심사찰에 요구되는 적극성이 부족했다. 신도모임인 신정회와 단월회, 청년회, 학생회 등이 간헐적으로 이웃을 돕는 게 전부였다. 구성원들 간 친분과 결속력은 높았지만, 지역 내 ‘흥·국·사’ 석자를 각인시키기엔 미약했고 그만큼 치열한 포교경쟁에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세월의 변화에 따른 바쁜 일상으로 조직력이 느슨해지면서 신도들의 동참과 실천마저 점차 옅어져갔다.

소극적이기만 했던 흥국사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지정 정사가 흥국사 주교로 부임하면서다. 오랜 기간 종단에서 사회와 복지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지정 정사는 부임 후 지역의 현안부터 살폈다. 그리고 사택으로 사용되던 1층 공간을 노인요양원으로 개조해 불자들에게 개방했다. “전주가 다른 지역에 비해 불교세가 약하다고는 하지만 요양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부득이 이웃종교 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불자들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인 결과였다.

흥국사 만다라요양원은 공간이 협소해 비록 6명 정원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관련 직원만 5명에 이를 정도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찰서 운영하는 요양원 개원 소식은 금세 지역 곳곳으로 퍼져갔고 관련 문의전화가 끝없이 이어졌다. 어르신들의 만족도도 높아 현재 입소를 희망하는 대기인원만 십수명에 달할 정도다. 어르신들을 모시면서 흥국사를 찾는 발걸음도 잦아졌다. 자연스레 가족들이 모여들고, 돌아가신 후에도 제사 등으로 인연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신도들의 자발적 봉사활동은 지역 내 흥국사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원동력이다.

1층 요양원에서 시작된 변화의 불씨는 2층 법당으로 번져갔다. 느슨했던 조직력이 다시 조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개인 기도와 수행에 머물렀던 신도들이 속속 본래 자리로 돌아왔다. 신정회를 중심으로 봉사모임이 결성돼 요양원 어르신들을 위한 목욕과 공양, 이동 등의 봉사가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신정회 활동은 비단 경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근 서원노인복지관, 사랑방노인복지센터 등으로 활동의 영역을 넓혀갔다. 뿐만 아니라 불우이웃을 위한 지원활동도 매월 정기적으로 펼치면서 지역 내 흥국사의 이름을 각인시켜가고 있다.

현재 흥국사는 지역 불교의 미래를 위한 발판을 준비 중이다. 문화를 통해 불교에 대한 친근함을 높이고,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발원한다. 우선 요가, 명상, 상담 등 문화강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불화, 찬불가 등을 전시하고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인근에 있는 정혜사, 전북불교대학 등과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흥국사는 불교의 잠재력을 믿는다. 이웃종교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불교문화가 지역사회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더딘 걸음이지만 전법도량으로서, 도심포교당으로서의 역할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전주=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지역 사찰 연계해 불교 발전 토대 쌓을 것”

흥국사 주교 지정 정사

 
“부처님 가르침 가운데 가장 소중한 진리는 인연법과 인과법입니다. 현재 흥국사가 존재하기까지 많은 분의 배려와 격려가 있었습니다. 이 지중한 인연을 보답하기 위해 이제 팔을 걷어붙여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흥국사의 이름으로 행하는 모든 불사를 응원하고 지지해준 교도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흥국사 주교 지정 정사<사진>는 이제 준비를 마치고 출발선에 선 운동선수의 마음과 같다고 했다. 지정 정사는 “흥국사는 전주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있어 도시민들을 위한 기도와 수행의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라며 “그러나 아직은 흥국사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분들이 더 많기에 전주시민의 도량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주지역 불교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열악’이라고 평가했다. 지정 정사가 지역불교와 합심해 미래 불교발전의 동력을 만들겠다고 서원한 이유다.

“복지, 문화, 교육, 수행 네 가지 항목은 불교 발전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들 요소가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갈 때 불교의 발전은 물론 포교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전주지역 내 기독교 인구는 증가하는 반면 불자 수는 감소 추세입니다. 무엇보다 어린이, 청소년, 청년층에 대한 포교를 게을리했기에 현재 상태에 봉착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지역 내 사찰들과 역할을 나눠 실천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전주불교계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기를 서원합니다.”

한편 지정 정사는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와 원광대에서 각각 사회복지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총지종에 입교해 교무로 활동하다 2004년 승직인 정사가 됐다. 총지종사회복지재단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흥국사 주교와 총지종 사회부장, 전주불교연합회 공동대표 등을 맡고 있다.

[1407호 / 2017년 9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