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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불교정화 기념관의 탄생

기자명 이병두

한국불교 영욕 간직한 조계종 청사

▲ 정화기념회관은 1957년 착공해 1959년 준공됐으며, 1995년 역사의 뒷길로 사라졌다.

지난 31회와 32회 연재에서 썼듯이, 한국 불교 정화의 불을 점화한 것은 1947년 문경 봉암사 결사이고, 그 불을 본격적으로 타오르게 한 것은 1954년 8월과 9월에 연이어 개최된 제1차와 2차 전국비구승대표자대회였다. 그리고 1955년 8월12일부터 15일까지 조계사에서 열리는 비구 측의 전국승려대회 개최를 정부가 추인해주면서 비구승들이 조계사에 입주하여 간판을 달고 업무를 하게 된 것이 정화의 전환점이 되어 일단 비구승 중심의 조계종을 설립한다. 신문에서도 “불교계분쟁 종막. 전국승려대회를 합법으로 인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비구의 승리’를 전하고 있다.

1957년 시공해 2년만에 준공
중앙행정·도제양성 도량 역할
월탄 스님 순교 결의하기도
1995년 정비사업으로 사라져

이것이 가능했던 데에는 1955년 5월 단식에 들어갔던 서운 스님 등의 굳은 서원과 결의가 있었고, 6월11일 새벽 300명이 넘는 대처승들이 조계사를 기습해 단식 중이던 서운 스님을 포함해 30명이 부상을 입게 되면서 재가자들이 적극 나서고 언론의 논조도 비구 쪽으로 기울게 되었던 것이 중요한 배경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비구승의 조계사 공식 입주가 가능하게 된 것은, “비구 측이 1954년 12월부터 불법 점거하고 있는 조계사를 명도해달라”며 대처 측이 제기한 ‘조계사 명도소송’에서 7월13일 서울지법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데에 힘입어 승려대회를 강력하게 밀고갈 수 있었던 덕분일 것이다.

이처럼 법원 판결과 정부(문교부)의 지원으로 1955년 어렵게 비구승 중심의 종단을 설립하였지만, 정화의 길은 그 뒤로도 멀고 험했다.

이에 앞서 1954년 5월 이래 대통령 이승만이 여러 차례에 걸쳐 “불교에 대처는 없다”는 뜻의 유시를 내려 정화의 명분을 제공하였고, 1955년 8월 비구 종단 출범 몇 달 뒤인 12월에는 내무부와 문교부장관에게 지시를 내려 “일본 중(僧侶)의 일본 교리와 정신이 본국 중의 교리와 정신 사이에 다소간 차이가 있는 것을 교정해서”라며 일본불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불교정화가 성공하도록] 문교부에서 돕고 내무부 경찰이 각 지방에 지시해서 보호하고 수선해가도록 해야 될 것이다”고 지시하는 등 적극 개입하여 정화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1956년 7월28일, 대처 측에서 제기한 ‘종권반환과 태고사(조계사)의 명도신청’ 소송에서 서울지법이 이번에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려, 비구승들이 쫓겨나면서 침구 등이 노천에 흩어지고 대웅전이 봉인되는 수난을 겪기도 하였다.

이런 험난한 과정을 거쳐 선학원에서 조계사로 옮겨와 종단을 만들었지만 최소한의 사무공간조차 갖추지 못한 채 힘들게 지내다, 1957년 10월 조계사 대웅전 동쪽에 2층짜리 작은 건물을 시공하여 2년 뒤인 1959년 5월 준공하여 ‘정화기념회관’(이하 회관)이란 이름을 붙인다. 이 회관은 1975년 준공되어 2003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옛 총무원 청사가 들어서기 전까지 조계종의 중앙행정기관일 뿐 아니라 도제양성의 중심 도량이고 새로운 포교를 펼치는 근거지였으며, 1960년 11월24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월탄 스님 등이 순교를 결의한 곳이기도 하다.

이 회관은 1995년 조계사 도량 정비사업에 따라 사라졌다. 그때 “저 건물이 허름해 보이지만 조계종과 한국불교 영욕(榮辱)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며 철거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큰 울림을 얻지 못하고 말았다. 이 회관을 허물어 버리게 된 데에는 겉으로 내세운 ‘도량 정비’라는 명분뿐 아니라 정화 과정에서 벌어진 아름답지 못했던 일들을 잊고 싶어 하는 정서가 깊이 자리 잡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사라진 회관의 사진을 보면서 앞으로는 정치권과 법원 판결에 불교의 운명을 맡기는 일만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라는 결의를 다져야 하지 않을까.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07호 / 2017년 9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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