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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대회의 빛과 그늘

1920년대에 첫 승려대회
긍정·부정 지닌 양날의 칼
승려대회보다 종법이 우선

10월12일 예정된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다가오면서 불교계에서 부쩍 회자되는 단어가 승려대회다. 전국선원수좌회가 8월9일 개최한 회의에서 승려대회 개최가 안건으로 올랐고, 전국 99개 선원 중 이날 참석한 10여개 선원대표들이 우여곡절 끝에 승려대회 개최를 결의했다.

순탄할 것 같았던 승려대회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전국선원수좌회 내부에서였다. 전국선원수좌회의 결의를 인준해줘야 할 원로선승들 모임인 장로선림위원회 위원 스님들이 “뚜렷한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실제 이 문제로 장로선림위원회 회의가 두 번이나 소집됐으나 성원미달로 모두 무산되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9월14일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에서 열린 범불교도대회에서 또다시 전국승려대회 개최를 결의해 눈길을 끌었다.

많은 이들이 승려대회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불교사의 큰 고비 때마다 승려대회가 새로운 흐름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승려대회가 처음 시작된 것은 일제강점기에서였다. 1922년 1월, 30본산 주지들의 전횡에 맞서 젊은 스님들이 주축이 된 불교유신회가 ‘조선승려대회’ 혹은 ‘불교총회’ 개최를 요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진 것이 첫 승려대회로 기록된다. 이어 조선불교선교양종 승려대회(1929년), 수좌대회(1931, 1933, 1935), 전국승려대회(1945), 제주승려대회(1945), 부안불교승려대회(1945)가 잇따라 열렸다.

승려대회가 가장 크게 빛을 발한 것은 1950~60년대 불교정화 때였다. 1954년 선학원에서 열린 전국비구승대표자 대회는 교단 정화의 첫 출발이었으며, 다음해 8월12~13일 8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제1차 전국승려대회를 통해 비구승들은 종권 인수, 사찰 운영권 획득을 비롯해 공권력과 일반 여론의 지지도 폭넓게 받을 수 있었다.

이후 승려대회는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됐다. 비상종단 전국승려대회(1983), 해인사 승려대회(1986), 해인사 승려대표자대회(1991), 개혁종단 전국승려대회(1994)가 열렸다. 이런 가운데 1998년 종단사태 때는 서로 대립하던 양측이 모두 승려대회를 개최하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되고 무력으로 총무원 청사를 접수하려고 시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근현대불교 연구 권위자인 김광식 동국대 교수는 ‘근현대불교와 승려대회’라는 논문에서 승려대회의 성격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승려대회는 전통적인 산중공의의 정신을 민주화, 서구화에 영향 받은 민주주의 제도에 접목한 근대적 산물이다. 또 승려대회 초기에는 의견 조정, 토론, 결정 등 토론문화가 중심이었지만 점차 분규 및 모순 해결의 만능수단으로 변질됐으며, 종권 장악의 성격이 강하고 폭력성이 수반된다고 보았다.

▲ 이재형 국장
김 교수는 이어 세간에서 승려대회를 분규의 상징으로 보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는 점과 향후 계율, 종헌종법, 전통적인 공의방식으로 풀어가야 할 것을 제안했다. 승려대회가 초법적 권위를 지니게 된다면 앞으로도 모든 문제들을 승려대회에 의지해 해결하려는 기대와 반불교적인 행태가 깊어지리라는 우려 때문이다.

김 교수의 분석처럼 승려대회는 양날의 칼이다. 한국불교를 발전시킨 원동력이며, 동시에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폭력성도 깊이 내재돼 있다. 그렇기에 승려대회라는 보검을 휘두르려면 그것이 갖는 효용성보다 위험성부터 깊이 숙지할 일이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408호 / 2017년 9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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