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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축제-상

1700년 전 부처님 사리 모신 환희 축제는 지금도 계속된다

▲ 페라헤라 축제 기간 동안에는 캔디시 전체가 북 소리로 가득찬다.

에살라 페라헤라(Essala Perahera) 축제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불교 축제라고 여겨진다. 이 화려한 축제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스리랑카의 아름다운 도시 캔디(Kandy)에서 매년 여름 열린다. 이 축제가 열리는 기간은 부처님께서 오늘날의 인도 보드가야(Bodhga ya)인 우루빌바(Urubilva) 마을에서 그의 첫 설법을 전하신 7월로 정해져 있다. 인도의 성지인 바라나시 근처에 위치한 리쉬파타나(Rishipattana) 수목원에서 부처님께서는 불교의 법륜을 최초로 말씀해 주셨고 처음으로 그의 제자들을 교육시키셨다. 페라헤라 축제는 키르티 스리 메가바르나(Kirthi Sri Meghavarna) 왕이 아누라다푸라(Anuradhapura) 왕국을 통치하던 시절(304~332) 부처님의 치아 사리가 스리랑카에 도착한 것을 기념해 그 당시를 재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축제이다. 또한 이 축제가 열리는 에살라, 즉 7월은 우기가 시작되며 스님들이 집중적인 참선을 시작하는 때이기에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부처님의 자비와 은혜에 더불어 그해에 그들에게 큰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기도 한다.

4세기 초 아누라다푸라에
불치사리 도착 역사 기념하며
당시 모습 재현한 화려한 축제

코끼리 앞세운 이운의 전통
시작은 정확한 규명 없지만
스리랑카 불자들 신심의 표출
행렬 참여 자랑스럽게 생각해

음악과 어우러진 장식·춤사위
전 세계의 대중 매혹시켜

페라헤라 축제에 대한 역사적 증거를 살펴보면 먼저 동진 시대 인도의 중국 전역을 두루두루 여행했던, 우리에게는 법현 스님으로 알려진 파 히엔(Fa Hien) 스님의 기록을 찾을 수 있다. 법현 스님은 5세기 부처님의 치아 사리가 보관되어있던 아누라다푸라 왕국을 방문해 그곳에서 예를 올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1636년부터 1684년까지 캔디 지역 왕국을 통치했던 라자심하(Rajasimha) 왕의 죄수로 궁정에 갇혀 살던 영국인 로버트 크녹스(Robert Knox)가 매년 열리는 캔디의 거대한 축제에 대해 서술한 문구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기원이 어땠는지,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그 어느 역사 서적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스리랑카 캔디의 페라헤라 축제는 불자들의 깊은 불심과 에너지가 가장 크게 반영되어 표출된 가장 오래된 종교 행사라는 사실이다. 오래된 시간이 경과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축제의 행렬 속에서 보여지는 의식들과 행사들은 세계에서 가장 세련되고 화려한 종교 행사임을 증명해준다.

▲ 부처님의 치아 사리를 담고 행렬을 펼치는 코끼리들의 치장이 인상적이다.

17세기 부처님의 치아 사리가 공식적으로 캔디에 위치한 불치사(Temple of the Scared Tooth)에 모셔졌을 때부터 불치사는 스리랑카 불자들에게는 가장 성스러운 성지로 간주되고 있다. 영국 정교회의 최고위급 주교인 캔터베리(Canterbu ry) 주교와 요크(York)의 주교 또한 이 귀한 부처님의 치아 사리를 지키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7월에 시작되어 몇 주간 열리는 거대한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서 매년 1월부터 행렬에 참여할 불자들과 그들이 축제에서 보여줄 의식들을 계획하기 시작한다. 이 행사 기간 동안 스리랑카의 전통 춤을 추는 몇몇 가족들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 기간 동안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춤 실력을 공개하기 위해 일상을 헌신한다. 이들은 세대를 걸쳐 연습과 연습을 거듭하며 불자로서 축제에 참여해 그들의 전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7월29일, 공식적인 페라헤라 축제의 시작을 공포하기 위해 세 발의 대포를 쏜다. 세 발의 대포 소리가 울린 후, 드디어 거대한 축제 행렬이 본격적으로 막을 연다. 제일 먼저 하얀 사롱 바지를 입고 맨 상체를 드러낸 남자들이 길다란 가죽 채찍을 허공에 흔들어 대며 기대로 가득 찬 관중들의 눈앞에 나타난다. 그들의 뒤로 스리랑카 불교를 상징하는 깃발을 든 사람들과 캔디시의 로고를 담은 기를 든 이들이 뒤따른다. 그들의 바로 뒤에는 수많은 보석들과 반짝이는 전구들로 장식된 코끼리들의 행렬이 이어지며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5t이 넘을 듯한 무게를 가진 거대한 코끼리들은 아이들의 그림책에서나 볼 듯한 모습으로 관중들 앞을 지나간다. 형형색색의 비단과 보석들로 장식된 코끼리들의 모습은 단연코 페라헤라 축제의 하이라이트임이 분명하다. 파라무나라하(Paramunaraha)라고 불리는 스리랑카 귀족들의 전통 의상을 걸친 남성은 부처님의 치아 사리의 역사와 페라헤라 축제의 역사를 서술한 기록의 두루마리를 들고 코끼리들의 뒤를 이어 행진한다.

▲ 북과 피리 소리에 맞추어 전통 무용을 보여주는 춤꾼의 모습.

7월 스리랑카 캔디의 열대의 밤은 세계 그 어느 공연에서보다 더 화려한 불빛들로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여기저기 켜진 횃불들, 수백 개의 스리랑카 전통 북에서 울려 나오는 현란한 리듬과 전통 피리에서 나오는 멜로디는 이 축제에 참여한 관중들의 가슴을 더욱더 빠르게 뛰게 만든다. 행렬에 참여한 불자들이 불경을 외우는 소리들과 코끼리들의 사슬이 움직이는 소리, 채찍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 행렬에 참여한 불자들을 태운 마차들의 바퀴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들은 한밤에 커다랗게 울려 퍼지는 음악과 어우러져 관중들을 매혹시킨다. 빨간색의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악사들과 머리 위에 터번을 착용한 춤꾼들은 모두 팔목과 다리에 화려한 보석들을 착용하고 있어 여기저기 밝혀져 있는 불빛들에 반사되는데 이 모습이 마치 보는 이들의 눈에 최면을 걸고 있는 듯하게 여겨진다. 축제가 이어지며 춤꾼들은 바쁘게 반복되는 북과 피리의 리듬에 맞추어 쉬지 않고 춤을 춘다.

▲ 화려하게 장식된 코끼리들이 축제를 위해 불치사 앞을 출발하고 있다.

갑자기 가장 화려하게 장식된 코끼리와 함께 그 위에 앉아있던 남자가 등장한다.   이 사람은 왕실 코끼리를 관리하는 대표이다. 이 코끼리의 등장은 페라헤라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이 코끼리가 부처님의 치아 사리를 운반하면 이 축제의 음악과 불빛은 절정에 달한다. 부처님의 치아 사리가 지나가면 행사를 구경하는 스리랑카의 불자들은 신성한 마음으로 손을 모아 각기 소원을 빈다. 

페라헤라 축제가 벌어지는 캔디의 거리에는 수백 마리의 코끼리들이 행렬을 벌인다. 실제로 스리랑카에 서식하는 코끼리의 수는 20세기 초반만 해도 약 1만마리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불행하게도 현재 코끼리의 수는 2500마리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코끼리들은 매일 목욕과 정화의식을 하며 축제 기간 동안 불치사와 캔디시를 왕복하는 행렬을 벌인다. 스리랑카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의 존재로 여겨지는 코끼리는 이 축제에서 잘 길들여진 신사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곳 불자들로부터 그 소중한 가치를 매번 인정받게 된다.  

▲ 페라헤라 축제에 참여하는 코끼리들은 오랫동안 정성껏 씻겨진다.

이후 이 행사를 주관하는 책임자가 쟈스민 꽃으로 가득 장식된 왕실 사원 소속의 코끼리인 말리가와(Maligawa) 코끼리와 함께 도보로 그 행렬의 뒤를 잇는다. 행사 책임자는 도보로 걷다가 바닥에 앉아서 부처님께 예를 올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려하게 차려입은 그의 아름다운 전통 복장은 주변 횃불이 만들어 내는 빛을 맞아 그의 움직임에 따라 믿기 힘들 만큼 아름다운 광경을 자아낸다. 전통 음악에 맞추어 행진을 해 나가고 있는 코끼리 주변으로 캔디시의 주요 책임자들과 정부 관리들이 화려한 복장을 입고 행진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중세 시대의 캔디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곡예 무술을 보여주는 춤꾼들과 손에 횃불을 들고 스리랑카 전통 춤을 보여주는 춤꾼들은 하나로 뭉쳐 춤을 추며 축제의 흥을 한껏 높인다. 캔디의 아름다운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거리들은 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도착한 수많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이게 된다. 열대야가 깊어가며 캔디시를 가득 채웠던 음악 소리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다.

2000년의 역사를 가진 것으로 간주되는 스리랑카의 페라헤라 축제는 단연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화려한 불교 축제일 것이다. 성스러운 부처님의 치아 사리를 기념하기 위한 이 축제에 잠시나마 참여해 깊은 불심으로 축제를 준비하는 그들과 같은 시간을 공유할 수 있었다는 것은 불자로서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으로 내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08호 / 2017년 9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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