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신데렐라 ④
17. 신데렐라 ④
  • 김권태
  • 승인 2017.09.1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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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다뤄 욕망 해소 과정 보여주는 이야기 힘

하나의 물이 존재의 감각기관과 인식에 따라 저마다 다르게 보인다. 천신에겐 빛으로, 인간에겐 물로, 아귀에겐 피고름으로, 물고기에겐 집으로 보인다. 일수사견(一水四見)이다. 저기 저 뱀이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바라보니 한갓 삼으로 꼬아놓은 밧줄이다. 어느새 공포는 사라지고, 뱀은 밧줄로, 삼으로 여실지견(如實知見)한다. 근(根)·경(境)·식(識)으로 이루어진 세계가 어느 것 하나 참다운 모습이 아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참다운 모습이 아님을 알아차릴 때, 다시 이 모든 것은 참다운 모습이 된다. 공성의 체득이다.

신데렐라 이야기 속 다양한 인물
각 대상에 감정 이입해 읽으면
다양한 시선으로 사물 바라보고
인간 이해 풍부하게 할 수 있어


이야기를 읽는 독법은 다양하다. 주인공의 시선으로, 주변 인물의 시선으로 감정이입하여 그 대상이 되어본다. 아이들은 어느 때 신데렐라가 되어 동정심을 구하다가도, 미운 동생을 골려주며 의붓언니가 되기도 한다. 신데렐라 아버지의 속마음을 그려보기도 하고, 계모가 되어 혈육이 아닌 남의 딸을 키우는 심정을 헤아려도 본다. 입장을 바꿔 보니 이해 못할 것이 없다.

신데렐라는 세 가지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쾌락을 추구(pleasure principle)하는 ‘원초아(id)’의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쾌락을 지연시키고 현실적인 충족방법을 찾아 해소(reality principle)하는 ‘자아(ego)’의 마음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사회가 요구하는 보편적 도덕원칙(moral principle)을 추구하는 ‘초자아(super ego)’의 마음이다. 이제 이야기 속의 ‘쥐’는 신데렐라의 충동을 상징했다가, 호박마차를 끄는 ‘마부’로 변신하며 도덕적 승화를 성취한 양심을 상징하기도 한다. 하나의 사물이 다양한 층과 결을 이루며 그 의미가 풍부해진다. 그만큼 인간의 이해 또한 더 풍부해지는 것이다.

신데렐라는 처음에 ‘죽은 엄마를 대신하는 나무’를 키우며 세상에 대한 ‘신뢰와 안전감’을 키웠다. 이는 절대적인 대상에 의존하며 생명을 유지하는 공생의 시기를 상징한다. 이에 대한 변주로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성냥팔이 소녀’ 등의 이야기가 있다. 조금 커서는 ‘막내딸로 자기 역할을 자각하고 심부름’을 하며 ‘자율성’을 키웠다. 이 시기는 엄마와 분리-개별화를 시작하는 시기로 의존과 독립, 함입공포(의존하면 엄마에게 잡아먹혀 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와 유기불안(독립하면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에 대한 변주로 ‘헨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 소녀’ 등의 이야기가 있다. 다음은 ‘나무에게 자신의 고달픔을 하소연하고 나무와 함께 성장’하며 ‘주도성’을 키웠다. 이 시기는 이성부모를 향한 소망과 동성부모에 대한 두려움으로 갈등하는 오이디푸스시기로, 이에 대한 변주로는 ‘잭과 콩나무’ ‘백설공주’ 등의 이야기가 있다. 특히 이 오이디푸스 시기는 관계의 복잡성이 시작되는 시기로 성에 대한 은밀한 호기심과 금기가 주를 이루며, 대부분의 동화들은 이 시기의 양심과 성정체성의 갈등을 핵심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처럼 신데렐라 서사는 발달단계와 발달과업에 따라 주변의 다른 이야기들과도 서로 연결해 읽어낼 수가 있다.

신데렐라의 소망과 금기의 싸움은 불안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불안은 다시 증상을 만든다. 마치 끓어오른 주전자가 폭발하지 않기 위해 뚜껑을 들썩이며 김을 빼내듯이 불안은 증상을 통해 원초아와 초자아의 서로 다른 두 욕망을 한 자리에서 해소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증상처럼 서로 다른 두 욕망이 폭발하지 않고 해소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가 미처 소화하지 못한 핵심감정과 갈등을 다루는 방법을 이야기로서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하나의 물을 나 하나의 시선이 아니라 물을 바라보는 다양한 주체의 시선으로 이해하며, 두려움과 어리석음을 씻어내는 새로운 일수사견의 비유가 되는 것이다.

김권태 동대부중 교법사 munsachul@naver.com
 

[1408호 / 2017년 9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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