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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자원 순환, 작은 수고로움에서 시작

기자명 최원형

분리배출된 물건이 순환의 흐름으로 들어가려면?

다 쓴 식용유통을 재활용 바구니에 넣으려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식용유통도 식용유를 담으려고 만들어졌으니 포장재다. 재활용이 되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분리배출하고 나면 식용유통과 나와의 인연은 다 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소비자로서 자원이 순환하는데 작은 역할이나마 했다고 여겼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아직 식용유통 속에는 기름기가 남아 있고 식용유통 둘레에는 종이 상표가 붙어있다. 이 상태로 분리배출하게 되면 재활용이 가능할 수가 없다는데 생각이 이르렀다. 되가져와 식용유통에 남아있는 기름기를 제거하려다 뚜껑이 분리가 안 되도록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같은 플라스틱이라 해도 뚜껑과 통을 만든 재질이 서로 다른데 이대로 버린다면 어떻게 재활용이 될까 싶었다. 일단 겉에 둘러진 종이 상표를 물에 불려 제거하고 안쪽으로 어렵사리 비눗물을 넣어 완벽하진 않지만 기름기를 제거했다. 부엌에서 식용유통 하날 가지고 이렇게 씨름을 하고 있자니 식구들마다 지나가며 한 마디씩 끌탕을 했다. 혼자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느냐고 말이다. 내가 생각해도 그렇긴 했다. 나 혼자 이러고 깨끗하게 해서 식용유통 하나를 내놓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은 생각이 들긴 했다. 얼마나 많은 것들이 재활용에 뛰어들 준비도 없이 재활용되는 척 했을까를 생각하니 아찔했다. 그렇지만 찜찜한 생각이 들고 나니 재활용 바구니에 담긴 물건들 상태가 궁금해졌다. 베란다 한 구석에 놓인 재활용통을 거실로 가져와 쏟아놓고 하나씩 들여다보았다. 종이 상표가 그대로 붙은 것, 내용물이 말라버린 것, 뚜껑을 제거하지 않고 버린 음료수병까지 다시 손을 봐야할 것들 천지였다. 집집마다 분리배출해서 나오는 물건들이 과연 재활용의 흐름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2020년 쓰레기 제로 목표 마을
분리배출 기준 34가지로 구분
마을 쓰레기 80% 재활용·퇴비로
버리는 물건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

내가 이렇게 재활용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건 얼마 전에 본 다큐 때문이다. 일본에 있는 한 작은 마을에서 벌이고 있는 쓰레기 제로 운동을 소개하는 다큐였다. 요즘처럼 쓰레기가 넘쳐나는 시대에 쓰레기 제로가 과연 가능할까 싶었는데 가능했다. 일본 시코쿠 섬 동편 도쿠시마현 카미카츠 마을 이야기이다. 이 마을에서는 분리배출 구분을 34가지로 정했다. ‘깨끗한 플라스틱’, ‘뜨거운 물로도 제거되지 않는 기름이 묻은 플라스틱’ 하는 식으로 같은 플라스틱이라도 오염정도에 따라 세세하게 구분지어서 분리배출을 하고 있었다. 페트병의 경우에는 반드시 뚜껑을 분리한다. 카미카츠 사람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분리배출을 잘 했던 건 물론 아니었다. 그들도 전에는 쓰레기가 쌓이면 소각을 했다. 그러다가 그런 행위가 환경을 파괴하고 사람들 건강에 해롭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카미카츠 마을 사람들은 2003년부터 쓰레기 제로 운동을 시작했다. 마을 쓰레기의 80%는 재활용되거나 퇴비로 사용한다. 순환하는 쓰레기인 셈이다. 나머지는 매립을 한다. 2020년까지 완전한 쓰레기 제로에 도달하는 것이 이 마을의 목표다. 재활용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재활용할 물건에 오염이 남아있어서는 안 된다. 사실 용기를 철저하게 씻어서 내용물을 남기지 않도록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가 밥을 먹고 나서 설거지하듯 하면 되는데 재활용할 물건들의 오염을 제거하는 일은 왜 어렵고 어렵다고 느낄까? 재활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재활용하려 분리배출한 물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재활용되는지 그 과정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보니 음료를 마시고 난 병을 비닐 라벨도 뜯지도 않고 뚜껑을 분리하지도 않으며 더더구나 안을 헹구지도 않은 채 내놓게 되는 것이 아닐까. 더 근본적으로는 버려지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 자원이고 에너지인가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독일은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폐기물을 귀한 자원으로 여긴다. 우리나라 역시 광물자원의 90%, 에너지의 97%를 수입하고 있다. 이렇게 비싸게 수입한 자원이 소비된 후 연간 2,278만 톤이라는 폐기물을 매립하거나 소각하고 있다. 자원의 낭비가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다. 더구나 이렇게 매립 혹은 소각되는 폐기물 가운데 56%는 사실상 재활용이 가능한 유용자원이다. 재활용을 하려해도 분리배출 하는 단계에서 오염원이 제거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가정에서 나오는 재활용품들을 가정에서 깨끗이 관리해서 내놓는 작은 수고로움만 추가가 되어도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자원으로 순환할까? 작은 수고로움이 모여 지속가능한 사회가 된다면 그 수고로움은 결코 작은 게 아닌 것이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408호 / 2017년 9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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