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배려하는 삶을 살자
자비로 원한을 갚는 것이 물로 불 끄는 지혜 우린 관계속에 함께 사는 존재 나만의 행복이란 거대한 착각 인욕‧배려는 다른 이에 전해져 나‧우리에게 반드시 회향될 것
최근 우리 사회는 점차 개인만의 생활을 영위하고 각자의 역할에 대한 분리가 심해지고 있다. 이는 생산, 노동의 분야나 사회구조가 예전과 같이 협동이나 협력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창의성과 능력을 보다 중시하게 되며 이러한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물론 예전과는 달리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간편해지는 것은 분명 우리의 삶을 풍족하고 여유롭게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이처럼 개인의 삶이 더욱 중시되면서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성은 점차 멀어지고 상대에 대한 배려도 사라져 가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그다지 풍요로운 생활은 아니었어도 가족 간의 대화나 이웃들과의 만남이 지금보다는 잦았다. 허나 지금의 모습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메시지로 대화 하거나 이웃들 간에도 예전과 같은 만남은 아예 찾아보기 힘들고 단체 메세지방에서 정보만을 공유하는 풍토가 생겨났다. 회사에서도 각자의 역할만을 잘 해준다면 근무외적인 팀원들 간의 회식과 같은 자리는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 되돌아보면 언젠가부터 우리는 ‘나’라는 단 한 명만을 위한 삶과 사회로 변화되어왔다.
이러한 개인의 삶을 중요시 하는 사회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이러한 삶에서 파생되는 다른 문제가 보다 염려된다. 최근의 사람들은 자신과 자신의 것에 대해서만 집중적인 삶을 살다보니 그것에 조금이라도 피해가 생기거나 그러한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생각되면 곧바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 보복운전이나 보복폭력과 같은 뉴스기사만 보더라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사회문제가 생겨난 것을 알 수 있다. 운전 중에 자신을 앞지르거나 운전이 미숙하여 실수라도 하면 곧바로 달려가 자칫 생명이 위험할 수 있을 정도의 위협을 가한다. 또한 아이들끼리의 다툼에 부모가 끼어들어 자신의 아이가 조금 다쳤다고 자동차로 그 아이를 쫒아가서 자동차 사고를 내는 상상할 수조차도 없는 끔찍한 일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분노조절장애,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같은 무서운 정신질환이 생겨나며 사람들이 사회 속에서 한 명의 구성원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안에서 무관심이나 타인에 대한 불신이라는 성벽을 두른 섬 속에 갇혀 살게 되었다. 개인의 삶을 존중하고 자신의 역할만을 다하면 모든 것이 보장되는 사회가 오히려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그리고 개인의 삶만을 풍족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면 할수록 점차 외톨이가 되고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게 변해간다.
이러한 지금의 모습에 대해 ‘범망경’ 제21경계인 ‘불인위범계(不忍違犯戒)’는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 이 계는 상대에 대해 배려하지 않고 분노를 분노로 갚고 폭력을 폭력으로 갚는 행위, 즉 보복이나 복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특히 원한으로 원한을 갚는 것은 마치 불로 불을 끄는 것과 같아서 그 불길이 더욱 거세지기만 하고 결국 자신조차도 불태워버리게 된다. 그러나 불교적 가치관에서는 자비로움으로 원한을 갚는 것, 즉 물로서 불을 끄는 것과 같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생명의 존재로서 그 누구 한 명도 소중하지 않은 이가 없다. 그렇기에 지금 자신의 화나 분노를 다시 다른 누군가에게 풀거나 전한다면 그 불길은 언젠가 반드시 우리 자신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우리 모두는 사회적 관계성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다. 마치 불교에서 육도윤회의 모든 중생이 공업(公業)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처럼 누구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처가 되어주는 존재들이다. 그런 삶 속에서 나 하나만, 나만의 것, 나만의 행복이란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만든 거대한 착각일지도 모른다. 인욕과 배려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배려가 다른 이에게 전해지고 그것이 다시 언젠가 나 또는 우리 가족에게 반드시 회향되어 돌아올 것이다. 나만이 아닌 우리의 삶의 행복을 위해 오늘 하루 조금 더 우리 주변에 배려하는 삶을 살아보자.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48호 / 2020년 8월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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