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홍제중, ‘코로나 극복·학교발전 기원’ 교직원 108배 정진기도
3월9일부터 31일까지 매일 오후 김웅 교장 등 13명 자발적 동참 인성교육 특화로 폐교극복 발원
3월 새학기의 오후 햇살이 방과 후 중학교 운동장의 주인공이 되었다. 재학생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시각, 홍제중 법당에는 나지막한 목탁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도 어김없이 13명의 교직원 전원이 모여 목탁에 맞춰 한배 한배 108배 정진 기도를 봉행한 것. 절 수행이 처음인 기간제 교사부터 108염주를 들고 정진하는 수행 베테랑 교사까지 나이도 경력도 각양각색의 교사들이 부처님 앞에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온몸을 낮췄다. 본관 앞 홍제존자 사명 대사의 존상이 이 기도의 증명법사가 되어 법당을 향해 지긋이 미소를 짓는 듯했다.
동국대 사범대 부속 밀양 홍제중학교(교장 김웅) 교직원들이 코로나 극복과 학교의 발전을 위한 릴레이 108배 참회기도 정진을 이어가고 있어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3월9일부터 31일까지 23일 동안 매일 수업 후 교직원들이 모여 전개하고 있는 이 기도는 ‘코로나19 극복과 학교발전 기원을 위한 108배 참회 정진’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이번 기도를 위해 김웅 홍제중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은 학교 일과를 마치는 오후 3시50분 이후 교내 법당인 홍제당에 모여 김동섭 법사의 집전에 맞춰 108배 참회기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기도에는 홍제중 교직원 13명 전원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며 정진의 열기를 더하고 있다.
기도 3일째인 3월11일에도 어김없이 학교의 모든 수업이 끝난 뒤 교직원들의 108배 정진이 이어졌다. 이날 기도를 마친 뒤 김웅 교장은 “처음 시작할 때는 일단 도전해보자 싶어 출발했는데 조금씩 신체의 통증도 조금씩 나타나고 이런저런 개인적인 일들이 기도를 방해할 수도 있을텐데 기꺼이 동참해주시는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김 교장은 “밝은 마음과 건강한 생각으로 원만하게 기도를 성취하여 학생들과 학교를 위해 나아가 우리 사회를 위해 진정한 교육자의 길을 걸어가는 데 매일 흘리는 땀방울이 조금이나마 밑거름으로 작용할 수 있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음악과 교사와 교법사 활동을 겸직하고 있는 김동섭 법사도 “교직원들이 솔선수범하여 정진에 동참해주신 덕분에 매일 매일 소중한 경험을 이어가고 있다”며 “학교의 여러 가지 어려움도 해결되어 밀양 단장면 청소년들이 꿈과 희망을 설계하는 학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108배 정진은 김웅 교장의 발원으로 시작됐다. 동대 사범대학 부속여고 등 서울권에서 교직에 몸담아 온 김 교장은 정년을 5년 앞두고 최근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홍제중학교 소임을 자진, 3월1일 교장으로 발령받았다. 홍제중학교는 개교 73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와 전통의 종립학교이지만 현재 재학생 68명에 불과한 ‘시골 학교’에 머물러 있는 것. 이대로 방치할 경우 폐교의 수순을 밟을 수 있다고 진단한 그는 취임 후 일주일 동안의 적응 기간을 거쳐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새로운 시도를 발원했다. 그전에 교직원들이 마음을 모으고 원력을 응집하는 기도의 장을 제안했고 구지예 홍제중 학예실장, 김 법사 세 명의 동참 의사로 108배를 시작했다. 출발은 기대 이상이다. 교직원 전원이 매일 기도에 동참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오후의 정진과 더불어 아침예불에도 담임 외 전 교직원이 동참한다.
홍제중 교직원들은 이번 기도 회향 이후에는 재학생들을 위해 본격적인 인성 함양 프로그램을 전개할 예정이다. 또 법당에 학생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공양물 간식을 비치할 전망이다. 뿐만아니라 홍제중학교가 위치한 밀양시 단장면 지역 각 마을을 찾아 예비 중학생을 둔 가정으로붜 학교에 바라는 점을 수집하고 학교 발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학교 운영을 위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나갈 예정이다.
홍제중학교 측은 “시설 면에서는 다소 낡고 학생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종립학교의 오랜 역사와 사명당 홍제 존자의 나라를 위하는 호국 정신으로 코로나19를 극복을 기원하며 모든 교직원이 힘써 정진하고 있다”며 “이번 기도를 디딤돌로 삼아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롭게 발전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밀양=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577호 / 2021년 3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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