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집 임시이사들 '정상화 역주행·자격요건' 논란

3월30일 임시이사회 개최, 제보직원 불러다가 사업계획 면담 “대표이사 직무대행 선출”까지 표명…“임시 역할 괴리” 지적 감사 “임시이사들 선임절차 부적합”…광주시에 법적근거 요구

2021-04-01     김내영 기자

검찰이 나눔의집 후원금 횡령 및 학대 의혹에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서 나눔의집 정상화에 기대가 모아지는 가운데 경기도 광주시가 선임한 임시이사들이 정작 정상화에 역주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임시이사 자격 요건 논란도 불거져 이사회 구성 자체를 무효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나눔의집은 3월30일 지난 이사회에서 회계 확인 불가로 연기된 안건 처리를 위해 나눔의집 교육관 1층에서 임시이사회를 개최했다. 이사회에는 광주시가 선임한 임시이사 7명만 참석해 진행됐으며, 2020년 제1차 추경 및 결산, 2021년 본예산 확정이 안건으로 다뤄졌다.

이사회는 3월 초 진행된 감사에서 법인 회계 담당 B씨의 후원금 관리 소홀과 전문성 결여, A학예사의 제반 법률 위반 등 일명 ‘내부제보 직원’들의 운영상 문제점들이 다수 발견된 지 2주 만에 열렸다. 이사회에서는 이날까지 광주시에 결산보고서를 제출해야만 한다며 지난해 결산은 외부감사 및 사실 여부 확인 등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그러나 할머니들의 1:1 맞춤케어를 위한 의료 인력 보충이 시급한 상황에서 본예산 확정은 보류됐다. 회의에 참석한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민관합동조사단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몇몇 임시이사들이 나눔의집 사업계획 확정에 앞서 내부 제보 직원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나눔의집과 관련한 모든 책임은 시설장에게 있음에도 어떠한 보고과정도 거치지도 않고 직원들을 직접 불러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것은 나눔의집 운영체계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들 임시이사는 자신들의 의견을 끝내 고수, 내부 제보 직원들과의 면담을 이어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편파성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민관합동조사단과 친분이 있는 임시이사들이 내부 직원들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것은 공정하지도, 임시이사라는 본래 역할에도 부합하기 어렵다”며 “어려움에 직면한 나눔의집을 정상화하려는 순수한 의도보다 이번 기회로 나눔의집을 아예 장악하려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이날 이사회에서는 민관합동조사단원으로 활동했던 한 임시이사가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차기 이사회에서 선출하자는 의견까지 노골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임시를 넘어 나눔의집 장악 의도’라는 의혹에 불을 지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초기부터 편파적 구성 및 활동 비판이 끊이지 않았으며 민간 조사단은 조사과정에서 자문역할만 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직접조사권을 행사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이날 임시이사의 자격 요건 자체에 대한 공개적인 문제제기도 있었다. 이사회에 앞서 진행된 나눔의집 감사에서는 임시이사들의 구성요건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내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는 법인의 실질적인 의사결정기관으로 사회복지사업법 및 공익법인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선임절차가 이뤄져야 함에도 외부추천이사 선임 절차가 형식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사회복지사업법 18조에 따르면 이사 정수의 3분의 1 이상을 관련법이 정하는 기관이 3배수로 추천하고 법인이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나눔의집 임시이사들의 경우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감사는 광주시에 이같이 판단한 법적인 근거 답변을 문서로 요청했다.

이밖에 감사보고서에는 법인 직원의 결산서 미작성 및 감사범위 제한, 법인카드를 이용한 일부 직원들의 무단 중식비 사용, 근태 기록기 미작동 및 미사용, 근로계약서 미체결, 타회계간 자금의 전출입, 기준 없는 상여금 지급, 계약직 직원 유지 등 내부 제보 직원들의 위법 행위가 또다시 지적됐다.

이날 나눔의집 임시의장 이찬진 이사도 나눔의집 정상화를 위해선 조속한 정식이사 체제 운영의 전환을 피력했다. 이 이사는 “나눔의집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시설 운영 주체와 외부 간 주파수가 안 맞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나눔의집은 무료양로시설로 되어 있지만, 위안부 피해자 지원 시설인 만큼 특수성이 있기에 오해와 불필요한 갈등이 생겨났다”며 “임시이사로서 진행할 수 있는 일들이 제한적이기에 근본적인 나눔의집 정상화를 위해서는 조속히 정식이사 체제 운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나눔의집 임시이사회는 사업방향 논의를 위해 불교계와 4월 중순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며, 차기 이사회는 4월21일 열린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80호 / 2021년 4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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