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수행 ③
로종수행 핵심은 보리심 계발 남의 고통 떠안는 명상한다면 자비수행 발심 더욱 견고해져 자비수행인 통렌수행 선행 뒤 지혜수행을 해야 더욱 효과적
‘화엄경’ 보현행원품에는 통렌수행(자타전환수행)의 전거(典據)로 삼을 만한 말씀이 설해져 있다. “만약 여러 중생이 나쁜 업을 쌓아 모음으로써, 불러들이는 온갖 극심한 괴로움의 과보를 내(보살)가 다 대신 받아, 그 중생이 모두 해탈을 얻고, 끝내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도록 한다.”
남들의 고통을 내가 다 대신 받는 아개대수(我皆代受), 그들을 모두 해탈하게 하는 실득해탈(悉得解脫), 위없는 깨달음을 끝내 이루게 하는 구경성취(究竟成就)라는 보살(수행자)의 자비수행의 대도가 명징하게 표현되어 있다. ‘화엄경’에 관한 논이라 할 ‘보행왕정론’과 ‘입보리행론’에서도 같은 울림을 주는 말씀을 만나게 된다.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항상 자비심을 일으키며, 만약 그들이 아주 극악하더라도 역시 대자비를 일으켜야 합니다(보행왕정론 정교왕품).”
“이 세상의 모든 행복은 남들의 행복을 바라는 데서 오고, 이 세상의 모든 불행은 자신의 행복을 바라는 데서 오네(입보리행론 선정품).”
수행자는 문제가 되는 고통을 만났을 때 피하지 않고 직면하며 자신의 고통과 똑같은 고통을 받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직관하고, 그들이 겪는 고통을 대신 떠맡을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고통을 초래한 원인까지도 떠맡는다는 명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명상을 하면 자신이 당하는 고통은 남들을 위해서 자신이 대신 겪는 미덕이 되며, 그들의 무명을 밝혀 깨우쳐 주리라는 자비수행의 발심은 더욱 견고해진다.
불교의 이와 같은 자비수행의 대의는 티베트의 자연풍토와 역사문화를 배경으로 통렌수행이란 결실을 거두었다고 할 것이다. 톡메 상뽀는 ‘보살의 37수행법’에서 “모든 고통은 자신의 행복만을 바라는 데서 생겨나고, 원만하신 부처님은 타인을 이롭게 하려는 마음에서 나셨으니, 자신의 행복과 타인의 고통을 진심으로 바꾸는 것이 보살의 수행이라네”라 기도하였고, 랑리 탕빠는 ‘마음 다스리는 여덟 가지 게송’에서 “남이 나를 질투하여 헐뜯고 모함하여도, 부당한 패배는 내가 받고 승리는 남에게 바치게 하소서”라고 기도하였다.
이러한 경구(經句, 警句)는 통렌수행을 포함한 로종수행 전반에서 중시된다. 마음을 수련하는 로종수행은 가장 고결한 마음인 보리심을 계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보리심수행이 로종수행이다. 보리심을 갈고 닦는 데에 있어서 보리심을 밝히는 경구의 활용은 티베트 로종수행의 특징이지만, 어떤 경우에도 마음수련을 정체성으로 하는 불교일반의 제반수행의 실참에도 적극 권장되어야 할 것이다.
상대적 보리심을 계발하는 자비수행으로 통렌수행을 선행하고, 절대적 보리심을 계발하는 지혜수행으로 위파사나수행을 후속으로 하면 자연스럽고 효과적인 수행이 이루어진다. 다만 다음 두 가지 사항을 반영하면 한결 원만한 수행을 할 수 있다.
첫째는 통렌수행 이전에 사마타수행(고요수행, 止)을 하여 마음이 자연스러운 상태에 머무르게 하여야 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위파사나수행(통찰수행, 觀)이 사마타수행과 짝을 이루므로 통렌수행을 위파사나수행 다음에 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와 관련해서 상대적 보리심은 절대적 보리심의 조응(照應)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일견 논리적 타당성을 확보한다고 하겠다. 지혜로 자비를 비추어 지혜가 자비의 기반이 되게 하는 방법이다.
말하자면 로종수행에서는 ‘사마타수행-통렌수행-위파사나수행’의 경로와 ‘사마타수행-위파사나수행-통렌수행’의 경로를 상정할 수 있다. 수행자의 근기에 맞추어 경로를 취택하면 된다. 통렌수행의 자타전환은 불교일반의 동체대비 곧 자비수행(연민수행)으로 등치될 수 있는데, 전자의 경로는 ‘사마타수행-자비수행-위파사나수행’으로, 후자의 경로는 ‘사마타수행-위파사나수행-자비수행’으로 보다 보편적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수행의 경로를 충분하게 살핀 경전은 ‘원각경’이다. 제7장 위덕자재보살장에서는 3종 수행법이, 제8장 변음보살장에서는 이들 3종 수행법을 바탕으로 25종의 경로가 제시되고 있다.
박희택 열린행복아카데미 원장 yebak26@naver.com
[1584호 / 2021년 5월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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