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합창단, 불교계 비판에도 앵콜까지 ‘기독교 찬양’

6월24일, 기독교 찬양곡 일색 공연 강행 부산불교연합회, 부산시청에 항의 공문 금정총림 범어사 “성명서 및 집회 예정”

2021-06-25     주영미 기자
부산시립합창단이 6월24일 불교계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찬송곡으로 편성한 정기공연을 강행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부산시립합창단 홈페이지 캡쳐.

부산시립합창단이 부산불교연합회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곡이 기독교 찬양곡으로 편성된 정기연주회를 강행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부산시립합창단은 기독교 찬양곡에 대한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앙코르곡마저 기독교 찬양곡을 불러 빈축을 샀다. 부산불교연합회는 부산시에 항의 공문을 발송하는 등 부산시립합창단의 선교공연에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시립합창단은 6월24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제182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했다. ‘위로의 메세지’를 주제로 열린 이날 공연은 예정된 곡목 레너드 번스타인의 ‘치체스터 시’, 윌리엄 월튼의 ‘벨사살의 향연’을 그대로 무대에 올렸다. 두 곡 모두 기독교 찬양곡이었다. 이날 공연장에서 배포된 안내문에도 “번스타인의 ‘치체스터 시’는 히브리어 성경의 시편 23편 ‘다윗의 시’ 등으로 구성된 유대계 작품”이라고 설명돼 있고, 윌리엄 월튼의 ‘벨사살의 향연’ 역시 “고대 바벨론에서 유대인의 포로 생활과 베사살 왕의 죽음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한 대규모 합창곡”이라고 밝혔다.

이날 무대의 예술감독을 맡은 이 모 부산시립합창단 상임 지휘자도 공연에 앞서 관객들에게 곡을 소개하면서 “치체스터 시는 시편 23편,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도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며 “벨사살의 향연은 고대 이스라엘 바벨론의 포로 시대를 표현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지휘자는 “두 곡 모두 성경 구절이 등장하긴 하지만 축제를 위한 곡”이라며 기독교 찬양곡이라는 비판을 애써 무마하려 했다. 부산시립합창단은 한발 더 나아가 두 곡이 마무리된 이후 앙코르 무대에서도 사실상 찬송가로 알려진 ‘An Irish Blessing’를 번안해 불렀다. 특히 합창단은 이 곡의 후렴구인 “주의 보호하심이 있기를”이라는 가사를 반복적으로 합창했다.

이 공연에 앞서 당일 부산광역시불교연합회는 부산시청 문화예술과로 ‘부산시립합창단 종교편향 문제의 건’을 제목으로 하는 항의 공문을 발송했다. 부산광역시불교연합회는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부산시립합창단이 공적 예술단체 임에도 불구하고 존립 이유에 맞지 않는 특정 종교 찬양 공연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부산시 차원의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공문에서 △최근 10년간 부산시립합창단 공연 중 종교편향 실태 상세 내용 공개 △종교편향 연주 상임지휘자 및 관계자, 관리책임자 문책 △종교편향 진행 시 해촉 및 처벌가능 지자체 조례 제정 △부산광역시장 서면 공식 사과 등을 요청했다.

금정총림 범어사(주지 경선 스님)도 공연 다음날인 6월25일 국장단 제2차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범어사는 부산불교연합회 공문의 회신 결과가 나오는 대로 부산불교연합회와 공동 성명서를 내고 부산시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부산지역 각 종단에도 관련 사항을 전달해 부산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 선곡에 대한 공동 대응을 협의하기로 했다. 조계종부산연합회(회장 원허 스님)도 6월25일 정례 회의에서 부산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 선곡의 건을 안건으로 채택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부산불교연합회 사무총장 보운 스님은 “부산시 측에 부산시립합창단의 다분히 종교 편향적인 연주회 곡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공연이 그대로 진행됐고 앙코르 무대까지 찬송가나 다름이 없었다는 사실은 상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공연 외에도 그동안 부산시립합창단의 공연 기록을 통해 이미 수차례 종교 편향 공연이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며 “부산시민 모두를 위해 공연을 기획해야 할 부산시립합창단이 특정 종교에 지나치게 편향된 공연을 이어왔던 상황을 지금이라도 참회하고 앞으로는 시민을 위한, 모든 종교를 위한 문화공연을 펼칠 수 있도록 재발 방지를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591호 / 2021년 6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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