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류병숙의 ‘말배우기 책 대로’
아가의 인생 첫 번째 선생님은 부모 엄마에게 말 배우는 과정 노래한 시 과일은 ‘까일’, 주세요는 ‘주까’ 태어나 앉고서는 기간 거쳐서 응석 부리고 말 알아듣는 과정 아기 행동 모두가 예술이자 시
아가는 태어나면서 울음소리를 낸다. 젖을 먹고, 옹아리를 한다. 주먹을 빨고, 고개 들기, 뒤집기, 기어 다니기, 일어나 앉기, 따로 서기를 거쳐서 걷는다. 이것이 태어나서 1년의 성장 과정이다. 한 살이 넘고부터는 응석을 부리고 말을 알아듣고 배운다. 이 과정의 아기를 살펴보면 아기의 귀여운 행동 모두가 예술이요, 시다.
시는 성인 사회에서 시작되었지만 차츰, 어린이들이 주 독자가 되는 동시 갈래가 생겼다. 그러다가 유아교육이 발전하면서 그 영향으로 생겨난 것이 동시에서 갈래가 생긴 유아동시다. 유아동시는 유치원생이나 초등 저학년을 주 독자로 하는 시의 갈래이다.
유아동시의 소재는 주로 아가들 세계를 노래한 내용이다. 아가들 우는 소리, 떼쓰기, 뒤집기, 섬마섬마, 걷는 모습이 모두 유아시의 소재다. 유치원생, 초등 저학년 어린이들이 유아동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자기들이 얼마 전 경험한, 자기들 세계가 시 속에 있기 때문이다.
아가의 첫 선생님은 엄마다. 두 번째 선생님은 아빠다. 그래서 ‘인간은 부모로부터 배운다’는 속담이 생겼다. 아가는 모든 걸 부모로부터 배운다. 역사에 남은 위인들 중에는 훌륭한 부모 밑에서 가정교육을 잘 받아서 성공한 분들이 많다. 아버지는 물론, 첫 번째 선생님인 어머니가 훌륭해서 자녀를 성공시킨 예는 아주 많다. 율곡 선생과 그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하나의 예이다.
엄마한테 말 배우는 과정을 내용으로 한 유아동시 한 편을 살피기로 하자.
‘말 배우기 책’ 대로 ㅡ라완이에게 / 류병숙
ㅡ 엄마 까일 주까?(과일 주세요)
ㅡ 어마 밥 주까?(밥 주세요)
두 살 라완이
무얼 달라는 말이
‘주까?’다.
‘말 배우기 책’인
엄마 말 따라
ㅡ 엄마, 우유 주까?
ㅡ 엄마, 빵 주까?
먹고 싶다고
주까? 주까? 묻는다,
‘말배우기 책’대로.
류병숙 동시집 ‘모퉁이가 펴주었다’ (2021)에서
아가 라완이는 지금 말을 배우고 있다. 말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엄마다. 엄마의 말이 ‘말배우기 책’이라 했다. 라완이의 말배우기는 말 배우기 책 대로란다. 그런데 아가는 발음이 바르지 않다. ‘과일’ 이 ‘까일’이다. 이 틀리는 발음이 시가 되고 있다.
그리고 말뜻 하나를 잘못 알고 있다. ‘주세요’를 ‘주까?’로 알고 있는 것이다. “엄마, 과일 주세요”를, “엄마, 까일 주까?” 하고 묻는 말을 만들어 쓴다. “엄마 밥 주세요”를, “엄마 밥 주까?” 하고 묻는 말을 만든다. 이런 아가의 잘못이 재미있다. 그래서 그 장면이 시의 구절이 되고 있다. 아가는 실수까지가 예술이요 시인 것이다.
우유가 먹고 싶을 때는 “엄마 우유 주까?” 하고 엄마를 조른다. 빵이 생각 날 때는 “엄마, 빵 주까?” 하고 엄마를 조른다. 물론 엄마는 아가의 그 말뜻을 알아듣고 “우유 여기 있다. 빵도 여기 있네” 하고 우유와 빵을 내어준다.
아가의 잘못 쓰는 말이 재미나는 시가 된 것이다. 그래서 “아가는 시다!” 하는 유아동시의 이론이 이루어졌다. 엄마가 말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는 것, 아기는 실수까지도 예술이라는 것이 시의 주제다.
시의 작자 류병숙 시인은 경북 상주 출신(1955)으로 ‘오늘의 문학’ 신인상과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였다. 동시집으로 ‘개구리 녹음실’, 수필집 ‘하나 뿐인 여자’ 등이 있으며, ‘미래 동시모임’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94호 / 2021년 7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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