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보는 콘텐츠와 듣는 콘텐츠

자막은 중요부분 선택 넣기가 중요 영상 접근 매체 TV로 이동 자막 제공 중요성 높아지지만  너무 많으면 되려 영상 방해 젊은층·고령층 차이 고려해야

2021-07-26     ​​​​​​​자현 스님

얼마 전, 다른 분과 유튜브 동영상에 ‘자막을 넣는 것이 맞느냐’로 논의한 적이 있다. 우리 말로 하더라도 자막이 있으면, 내용이 보다 분명해지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유튜브 설정에는 ‘자동 자막 기능’이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아나운서처럼 말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인식에 오류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즉 중간중간에 암호가 출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막을 넣어 줄 수만 있다면, 보다 의미전달이 명료하고 친절한 영상이 되는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문제는 자막을 입히는데 시간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영상을 보시는 분 중에는 간혹 틀린 글자가 나오면, 댓글에 오자가 있다고 무성의하다는 지적을 하시는 분이 있다. 그러나 작업 과정을 안다면, 감히 이런 댓글을 달지는 못하리라. 자막은 말 그대로 지난한 중노동이다. 해서 자막 없이 올리는 분이 많은 것이다.

자막 문제의 본질은 유튜브를 ‘눈으로 보느냐’와 ‘귀로 듣느냐’와 관련된다. 라디오처럼 귀로 듣는 분들에게 자막은 필요가 없다. 그러나 보는 분이라면, 자막이 있는 것이 리듬감도 있고 이해가 용이하다.

또 유튜브를 사용하는 방식과 관련해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분’과 ‘티비로 보는 분’의 차이도 존재한다. 노안이 시작된 분들의 경우, 스마트폰만 사용하면 라디오식이 되기 쉽지만 티비랑 연결할 경우에는 상황이 사뭇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양한 관점을 검토해야 하므로 자막의 판단은 의외로 쉽지 않다. 나의 최종 결론은 모든 자막을 넣을 필요는 없고, 중요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입힌다는 것이었다.

연세 드신 분들의 유튜브 활용은 스마트폰에서 점차 티비로 옮겨갈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유튜브 자막의 인식률 또한 높아질 것이다. 즉 앞으로는 입히는 자막의 필연성보다는 자막이 화면을 가려서 저해하는 측면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티비 프로들처럼, 필요한 자막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 결론이 귀결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콘텐츠에 여러 가지 길이의 영상을 제작해보면, 현재 불교에서는 긴 영상의 조회수가 오히려 높게 나온다. 최근에 나는 90분짜리 영상을 올린 적이 있다. 보통 때 같으면 2∼3개로 나눠서 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냥 올려보자고 했다. 그런데 조회 수가 평균보다 몇 배나 잘 나왔다.

또 나는 전체 길이가 5분인, 참고자료가 많이 들어가는 콘텐츠도 작업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영상일수록 오히려 조회 수는 평균 이하로 떨어진다.

이 말은 불교 콘텐츠의 수요층인 50∼60대 분들은 현재 ‘보는 유튜브’가 아닌 ‘듣는 유튜브’를 선호한다는 의미다. 이는 단순 반복적인 염불이, 이 바닥에서는 먹어주는 콘텐츠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보는 콘텐츠를 만들면 10∼30대가 반응을 보일까? 이 때문에 나 역시 5분짜리 영상을 만들고 있는데,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다. 최근 통계자료에 따르면, 20대의 78%는 종교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 즉 보는 콘텐츠를 만들어도 젊은 층이 종교 카테고리로 넘어올 확률은 극히 낮은 것이다.

그렇다면 듣는 콘텐츠로만 가는 것이 맞을까?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나이든 분들의 콘텐츠 소모방식이 스마트폰에서 티비로 옮겨가고 있다. 이는 듣는 콘텐츠의 수명이 길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보는 콘텐츠지만 길이는 드라마 1편 정도가 되어야 하며, 너무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어떤 분들은 ‘좋으면 어떻게든 다 알고 찾아 온다’고 한다. 분명 맞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예전과 달리 너무 좋은 게 많다. 즉 좋은 게 귀한 것이 아니라, ‘좋고 편리하며 재밌는 것’이 귀한 시절인 것이다.

자현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kumarajiva@hanmail.net

[1595호 / 2021년 7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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