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이종호의 ‘오륙도 아이들’
다섯 개로도 여섯 개로도 보이는 섬 부산의 상징 오륙도를 본 시적 해석 여섯 바위섬을 바위‧돌이 아닌 부산서 움직이는 아이로 인식 생각의 키 쌓아둔 어린이 표현 향토사랑 마음 담은 동심의 시
오륙도는 부산의 관문이면서 부산의 상징이요 파수꾼이다. 부산시 기념물 제22호인 명소다. 부산의 관광 자원이면서 이야기 거리가 되고 있다. 보는 위치, 조수의 차이와 그날 날씨에 따라 섬이 다섯 개로도 보이고, 여섯 개로도 보여서 오륙도라는 이름이 생겼다 한다. ‘나는 다섯(5)개 섬이기도 하고, 여섯(6) 개 섬이기도 하죠’ 하는 애교 있는 이름이다. 이것이 재미나는 사실이어서 오륙도는 옛적부터 많은 시의 소재가 되어 왔다.
그러나 확인을 하고보면 조수가 줄어드는 썰물 때는 오륙도는 방패섬‧수리섬‧송곳섬‧굴섬‧등대섬 등 다섯 섬이다. 밀물이 되면 방패섬 다음에 솔섬 하나가 더 생겨 여섯 개 섬이 된다. 육지에서 가장 가까운 방패섬은 세찬 비바람을 방패처럼 막아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솔섬은 소나무가 자생하고 있어서 이름이 생겼다. 송곳섬은 송곳처럼 뾰족하게 생겨서 이름이 되었다. 등대섬은 부산을 안내하는 등대가 있어서 생긴 이름이다. 오륙도 등대는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배들이 꼭 지나가야 하는 곳에 자리 잡고 있어, 부산을 지키고 안내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중 굴섬의 높이가 68미터로 제일 높고, 나머지는 그보다 낮다. 이 여섯은 수만 년 철썩이는 바닷물에 깎여 온 바위섬이다. 등대섬 외는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이며, 부산광역시 남구 용호동에 속해 있다.
오륙도를 일주하는 유람선이 운항되고 있으며 휴일에는 낚시꾼과 관광객들이 많이 모인다. 오륙도를 글감으로 한 동시 한 편을 살펴보자.
오륙도 아이들 / 이종호
오륙도는
다섯인 듯 여섯인 듯
마냥 바위인 듯 보이지만
바닷바람에 머리칼 날리며
물결치는 그들의 몸짓을
갈매기 눈으로 여겨보면
부산한 부산 아이들이지 뭐야.
오륙도가
다섯인 듯 여섯인 듯
꿈을 모르는 듯 보이지만
낮엔 파도가 싣고 온
동화 책 속 꿈을 찾고
밤엔 달을 지나 별 마을에 사는
아이들을 만나는 꿈을 꾸지 뭐야.
오륙도는
다섯인 듯 여섯인 듯
키가 크지 않은 듯하지만
자란 키는 생각의 키로 바꿔
머릿속이 차곡차곡 쌓아두고
그리기나 글짓기 할 때
조금씩 떼어 쓰지 뭐야.
이종호 동시집 ‘찰랑찰랑 바다 읽기’(2021)에서.
시에서도 오륙도가 다섯으로도, 여섯으로도 보이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마냥 바위로만 서 있다는 사실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시인은 시적인 해석을 내린다. 이 여섯 바위섬이 여섯이 아닌 바로 부산의 아이들 전체라는 것이다.
바위섬이 바위거나 돌이 아니요, 바닷바람 속에서 바다물결처럼 부산하게 뛰고 움직이는 부산의 아이들이란다. 바다 위를 휘젓고 있는 갈매기 눈으로 본 판단이 그렇단다. 오륙도의 바위가 바로 살아서 뛰고 있는 부산 아이들이지 뭐냐고 반문한다.
다시 보니 그 오륙도 다섯 바위에 비유되는 부산의 아이들은, 낮에 파도에서 얻은 동화책 속에서 꿈을 찾고, 밤에는 달을 지나 먼 별나라 아이들을 만나서 우주의 친구로 사귀고 얘기하는 꿈을 꾼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산의 자랑스런 오륙도 어린이들은 머릿속에 생각의 키를 쌓아 두고 그림 그리기나 글짓기 할 때 조금씩 떼어다 쓴다는 것. 향토 사랑에 스케일을 지닌 동심의 시다.
시의 작자 이종호 시인은 경남 진주 출신으로, 한국아동문학신인상(1971)으로 등단하였다. ‘열어보자 꽃이 피게’ ‘오아시스 속의 한국인학교’ 등 동시집을 출간했으며, 오륙도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96호 / 2021년 8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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