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다른 종교 지도자들의 깨달음에 관심을 갖는 바라문을 교화하다

선정을 성취한 뒤 지혜로써 번뇌를 부셔라 다른 지도자의 깨달음보다 자신의 깨달음이 더욱 중요 남들을 평가하려 들지 말고 나의 번뇌 해결 관심 가져야

2021-08-01     ​​​​​​​이필원 교수

세상에는 수많은 스승들이 있다. 그들은 나름의 관점에서 자신이 다른 스승들보다 뛰어나다고 말하거나, 다른 스승들은 진리를 알지 못한다고 말하거나 하면서, 자신을 추종하는 사람들을 보다 결속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많은 스승들 가운데 누가 진짜인지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을 한다. 사실 이 부분은 매우 관심이 가는 부분이긴 하다.

부처님께서 사왓띠의 아나타삔디까 승원에 계실 때, 바라문 삥갈라꼿차(Piṅgalakoccha)가 부처님을 뵙고 나눈 대화가 ‘맛지마니까야’ ‘나무심에 비유한 작은 경(Cūḷasāropamasutta)’에 전한다.

[삥갈라꼿차] 세존이신 고따마여, 세상에는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자들, 뿌라나 깟사빠, 막칼리 고살라, 아지따 께사깜발린, 빠꾸다 까챠야나, 산자야 벨리티뿟따, 니건타 나따뿟따가 있습니다. 그들 모두는 스스로 일컫듯이 깨달았습니까? 혹은 깨닫지 못했습니까? 또는 어떤 자들은 깨닫고 어떤 자들은 깨닫지 못했습니까?

[붓다] 바라문이여, 그들이 깨달았는지 여부를 묻지 마십시오. 바라문이여, 여기 한 훌륭한 가문의 자제가 믿음으로써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합니다. 그는 ‘나는 태어남, 늙음, 죽음, 슬픔, 비탄, 고통, 근심, 절망에 빠졌다. 괴로움에 빠져서 괴로움에 정복되었다. 나는 이 모든 괴로움의 다발의 종식에 관해 분명히 알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와 같이 출가하여 이득과 칭송과 명성을 얻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오묘한 다른 원리를 깨닫기 위해 의욕을 일으키고 노력을 기울이고 거기에 탐닉하지 않고 태만하지 않아서 계행을 성취합니다. 그는 계행에 만족하지 않고 삼매를 성취합니다. 그는 삼매에 만족하지 않고 앎과 봄을 성취합니다. 그는 앎과 봄의 성취에 만족하지 않고 더 오묘한 다른 원리를 깨닫기 위해 의욕을 일으키고 노력을 기울이고 거기에 탐닉하지 않고 태만하지 않습니다.

삥갈라꼿차 바라문은 당시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던 여섯 명의 영적 스승들을 열거하면서, 누가 깨달았는지를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에 부처님은 그것을 묻지 말라고 하시면서, 계정혜삼학에 대한 가르침을 주신다. 앎과 봄이란 지혜를 의미한다. 그런데 경문의 흐름을 보면 지혜를 성취하고도 그 성취한 지혜에 만족하지 않고 더 오묘한 다른 원리를 깨닫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씀이 이어진다. 이는 지혜를 밝혔다고 해도, 그것을 통해 얻어야 하는 결과가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 내용이 이어서 나온다.

[붓다] 바라문이여, 앎과 봄보다도 한층 더 오묘한 다른 원리란 어떠한 것입니까? 바라문이여, 4선정을 성취하는 것이 앎과 봄보다 한층 더 높고 한층 더 오묘한 원리입니다. 바라문이여, 4무색정을 성취하는 것이 앎과 봄보다 더 오묘한 원리입니다. 바라문이여, 다시 사문은 상수멸정(想受滅定)을 성취합니다. 그리고 그는 지혜로써 보아 번뇌를 부숩니다. 바라문이여, 이것이 앎과 봄 보다 한층 더 높고 한층 더 오묘한 원리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보면, 앎과 봄, 즉 지혜보다 선정이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세히 보면, 4선정, 4무색정, 상수멸정이란 선정을 성취한 뒤, 지혜로써 번뇌를 부순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결국 부처님의 가르침은 번뇌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여, 열반 해탈의 성취를 얻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우리는 남들이 어떠한 삶을 사는지 궁금해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살림살이인 것이다. 남들이 깨달았는지를 갖고 평가하려 하지 말고 자신의 번뇌를 해결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바라문 삥갈라꼿차에게 이것을 말씀하신 것이다. 이러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삥갈라꼿차는 재가신자로서의 삶을 살게 되었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96호 / 2021년 8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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