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신문 통해 기도하는 즐거움 익혀보길”

제천 심흔사 회주 고산 스님

2021-08-17     정주연 기자

충북 제천 장치미못을 따라 걷다보면 심흔사를 만날 수 있다. 마음 심(心), 해 떠오를 흔(昕). 모든 이들 마음에 밝고 환한 해가 뜨길 바라는 회주 고산 스님의 원력이 담긴 이 사찰엔, 눈에 띄는 전각이 하나 있다. 서른 세 분의 산신이 모셔진 산신각(山神閣)이다. 규모도 35평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 고산 스님은 오랜 시간 산신기도를 올려 왔다고 한다. 간화선, 사경, 명상 등 다양한 수행법이 있지만 스님은 왜 산신기도를 택했을까. 

“처음에는 복만 빌러오는 불자들이 안타까웠어요. 깨달음을 얻으려는 이들은 없고 온통 소원에만 관심이 있더군요. 근데 다르게 생각해봤어요. 모두가 귀한 시간을 아껴 절까지 찾아 왔는데 권력도, 돈도 없는 내가 그들에게 기도라도 해줄 수 있는 게 감사한 일이다 싶더라고요.”

이 생각을 계기로 스님은 기복의 거부감을 내려놨다. 이어 산신신앙을 중점으로 기도, 염불했다. 사자산, 구봉대산, 백덕산의 세 분의 산신이 모셔진 사자산 법흥사부터 시작해 태백산, 지리산 등 곳곳에 기도를 다녔다. 형식은 없었다. 무작정 기도했고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염불했다. 어쩔 땐 18시간을,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꿈쩍없이 정진했다. 

최근 산신신앙 연구로 동국대 불교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스님은 논문 ‘한국불교의 산신신앙과 지장신앙 연구’를 통해 신앙이 형성됐던 신라시대부터 고려, 조선시대의 계승·발전 과정을 체계화해, 한국불교만의 독특한 신앙 체계를 탐색했다. 특히 신앙의 독자적 면모가 통일신라시대 이후부터라 설명하며 산신신앙과 지장신앙의 융합·변용 역사과 의례화 과정을 꼼꼼히 살폈다. 그런 스님은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하며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재소자에게 법음이 꼭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교리는 한약 같고 산신기도는 진통제 같아요. 고해를 허우적 거리는 중생에게 부처님 가르침은 꼭 필요하죠. 하지만 한약은 꾸준히 먹어야 은은하게 효과가 나잖아요. 한편 기도는 지금 당장의 아픔을 삭혀줘요. 배고픔, 삭막함, 외로움, 그리움, 두려움…. 고통과 아픔이 깊은 이들에게 교리보단 기도가 친근할 수 있단 생각이 들어요. 경전보단 쉽고 읽기 편한 법보신문을 통해 재소자들이 기도의 재미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97호 / 2021년 8월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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