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어린 사미승 라훌라를 교화하다

거짓말을 하면 수행의 덕성은 사라진다 곧잘 거짓말하는 어린 라훌라 물그릇에 담긴 물을 통해 교화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전할 때 어떠해야 하는지 좋은 본보기

2021-08-17     이필원 교수

부처님에게는 외아들이 있었다. 속가시절 이웃나라 공주 야소다라와 결혼해 29세때 라훌라(Rahula)라고 하는 아들을 보았다. 17세에 결혼했으니, 꽤 늦게 아들을 본 셈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라훌라는 ‘장애’라는 의미이다. 출가를 가로막는 가장 강력한 존재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고따마 태자는 아들이 태어난 날 밤 출가를 감행했으니, 라훌라는 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하고 이야기만 전해 듣고 자라났다.

그러던 중, 정각을 성취하고 2년 뒤에 부처님은 모국인 까삘라왓뚜를 방문하게 되고, 아들인 라훌라를 처음 만나게 된다. 라훌라는 어머니 야소다라의 말을 듣고, 아버지인 부처님에게 ‘유산’을 달라고 말을 하게 된다. 이에 부처님은 라훌라에게 ‘믿음, 계율, 양심, 부끄러움, 다문, 보시, 지혜’라고 하는 가르침을 유산으로 주시면서, 사리뿟따 존자를 스승으로 출가를 시키게 된다. 그의 나이 7세 때 일이다. 

어린 라훌라는 곧잘 거짓말을 하였다. 어린아이였기에 아마도 장난삼아 거짓말을 자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어린 아들이자 제자인 라훌라를 가르치신 경전이 있다. ‘맛지마니까야’의 ‘암발랏티까에서 라훌라를 가르친 경(Ambalaṭṭhikārāhulo vādasutta)’이 그것이다. 경전에서는 부처님께서 발을 씻으시고 물그릇에 물을 조금 남겨두고 난 뒤에 대화가 시작된다.

[붓다] 라훌라야, 물그릇에 물이 조금 남아있는 것을 보았느냐?
[라훌라] 세존이시여, 보았습니다.
[붓다] 라훌라야, 고의로 거짓말을 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자에게 수행자의 덕성은 이 물과 같이 적다. 

그리고는 물을 버리시고 라훌라에게 물으셨다.

[붓다] 라훌라야, 물이 버려진 것을 보았느냐?
[라훌라] 예, 보았습니다.
[붓다] 고의로 거짓말을 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자에게 수행자의 덕성은 이처럼 버려진다.

이어 물그릇을 뒤집어 엎어버리시고 라훌라에게 물으셨다.

[붓다] 라훌라야, 물그릇이 뒤집어엎어진 것을 보았느냐?
[라훌라] 예 보았습니다.
[붓다] 고의로 거짓말을 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자에게 수행자의 덕성은 이처럼 뒤집혀 엎어진다. 

그리고는 물그릇을 다시 바로 하시고 라훌라에게 물으셨다.

[붓다] 라훌라야, 이 물그릇이 텅 비어진 것이 보이느냐?
[라훌라] 예, 보입니다.
[붓다] 고의로 거짓말을 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자에게 수행자의 덕성은 이처럼 텅 비어진다.

부처님은 어린 아들 라훌라에게 발을 씻은 물을 갖고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계신다. 농담으로 하는 거짓말이든, 어떤 목적을 갖고 하는 거짓말이든 그것이 의도를 갖고 하는 것은 수행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거짓말을 하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것은 수행자로서의 덕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음을 말씀하신 것이다. 이어 코끼리 상아, 거울의 비유를 갖고 신체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신적으로 어떤 행위를 해야 하는지를 가르치셨다.

[붓다] 라훌라야, 그러므로 성찰하고 또 성찰한 뒤에 청정하게 신체적으로 행위 할 것이고, 언어적으로 행위 할 것이고, 정신적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너는 배워야 한다.

아이를 가르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아이에겐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아이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전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 경전은 많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경전은 부처님이 어린 라훌라에 대한 가르침만 전하지만, 사실 가르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처님의 평소 삶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누구나 말은 잘 할 수 있지만, 한결같은 언행일치의 모습은 아무나 보여줄 수 없는 것이다. 라훌라는 스승 부처님의 삶의 모습과 정성스러운 가르침을 듣고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수행자의 덕성을 키워나가게 되었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97호 / 2021년 8월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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