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부처님의 목소리
우레 같으면서도 맑고 부드러워 32상80종호에 부처님 음성 언급 사자소리 비유하면서도 큰 차이 부처님 사자후는 공포 아닌 편안 경전은 부처님 목소리와 같은 것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목소리의 소유자는 누구일까? 케사르와 같이 최고의 웅변가들이나 조수미처럼 천상의 목소리로 평가받는 성악가들을 꼽을 수 있다. 불경에서는 모든 존재 가운데 최고의 목소리 소유자는 부처님이라고 말한다. 우선 부처님은 ‘32길상 80종호(種好)’라는 일반 중생들이 지니지 못한 32가지의 특별한 관상과 80가지의 위대한 사람이 갖춘 이상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 가운데 부처님의 목소리도 언급하고 있는데 32길상 가운데의 ‘범성상(梵聲相)’과 80종호 가운의 ‘성불추광(聲不麤撗)’, ‘성여뢰음청창화아(聲如雷音淸暢和雅)’가 그것이다. ‘범성상’이란 음성이 더 없이 말고 깨끗함을, ‘성불추광’은 거칠고 억세지 않음을, ‘성여뢰청창화아’는 마치 우레 소리와 같으나 맑고 부드러움을 각각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부처님의 음성과 관련해 가장 많이 듣는 용어는 사자후이다. 사자후는 사자가 외치는 소리로 부처님의 음성을 사자의 음성에 비교한 것이다. 부처님의 첫 사자후는 탄생게이다. 탄생게는 부처님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동서남북으로 각각 일곱 걸음을 걸으며 하늘을 향해 ‘천상천하유아독존 삼계개고아당안지(天上天下唯我獨尊 三界皆苦我當安之)’라고 외치신 게송이다. ‘하늘 위와 하늘 아래 내가 가장 높다. 삼계가 모두 괴로움에 빠져 있으니 내가 마땅히 편케 하리라’는 말씀이다.
그런데 이러한 최초의 사자후인 탄생게를 많은 사람들이 왜곡하여 해석하고 있다. 이들은 ‘천상천하유아독존’은 ‘부처님이 세상에서 제일 높고 위대하다’는 게 아니라 ‘모든 생명이 각기 존귀하고 위대하다’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부처님의 탄생게를 생명존중과 평등사상으로 둔갑시키고 있는 것이다. 경전에서는 ‘부처님이 동서남북의 하늘을 향해 사자처럼 탄생게를 외치자 동서남북의 모든 천왕(하느님)들이 감히 이의제기를 못하였다’고 한다. 부처님의 이러한 사자후에는 부처님이 인간들이 추앙하는 신들의 차원을 넘어 그 신들을 교화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부처님은 인간들의 스승일 뿐만 아니라 모든 신들의 스승임을 탄생게를 통해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부처님의 이러한 외침이 사자의 음성과 같다하여 사자후라고 하지만 사자의 울부짖음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대지도론’에서는 부처님의 사자후와 관련하여 상세하게 밝히고 있는데 여기를 보면 사자의 외침은 모든 짐승들이 놀라고 두려워하여 죽거나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받지만 부처님의 사자후는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난다고 한다. 또한 사자의 외침은 그 소리가 거칠고 사나워서 모든 동물들이 듣고 싶어 하지 않지만 부처님의 사자후는 그 소리가 부드럽고 깨끗해서 모두가 들으면 좋아한다고 한다. 사자의 울부짖음은 자신의 힘과 욕망을 위함이지만 부처님의 사자후는 중생들에게 기쁨과 안락을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대승에서는 부처님의 이러한 음성을 좀 더 세분화 시켜 설명하려 한다. 대승경전들을 보면 부처님의 음성과 관련한 여러 종류의 용어들이 눈에 띤다. 원음(圓音), 일음(一音), 묘음(妙音), 해조음(海潮音), 해탈음(解脫音), 무루음(無漏音) 등 부처님의 음성과 관련한 갖가지 용어들을 만나게 된다. 간략하게 이를 설명하면, 원음이란 결점이 없는 완전무결한 음성이며, 일음이란 하나의 음성이 전체의 가르침을 포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 묘음이란 유무·단상·생멸 등 일체의 대립이 끊긴 중도 묘법을 나타내는 음성, 해조음은 중생의 근기에 맞추어 때를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내는 음성, 해탈음은 중생들의 괴로움을 능히 벗어나게 하는 음성, 무루음은 번뇌를 없애주는 음성이라는 의미이다.
대승의 가르침에서는 이와 같은 부처님의 갖가지 음성을 화신불의 음성과 법신불의 음성으로 구분하여 설하기도 하는데 법신불의 음성은 지금도 온 법계에 가득하여 미치지 않는 곳이 없으며 미래에 중생계가 다하여도 끊어지는 법이 없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목소리를 중시한다. 부처님의 목소리에는 중생을 해탈시키는 묘약이 들어 있다. 그 묘약을 달리 표현한 것이 곧 경전이다. 경전은 부처님의 목소리와 같은 것이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597호 / 2021년 8월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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