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승려교육제도 정비

출가공동체 양성하는 교육과정 설계 기준은 ‘종학’ 사찰 승가대학 교과과정에는 선종과 교종이라는 큰 틀 유지 대학서 공부하는 불교학과 출가공동체 위한 종학과는 차이 승가대학 학생 줄고 이동 잦은 상황서 교육과정 재검토 필요

2021-08-30     신규탁 교수
조계종의 정식 승려가 되기 위해서는 승가대학 등에서 4년간의 교육과정을 마쳐야 한다. 사진은 중앙승가대 학인스님들이 포살법회에 참여한 모습. 출처=중앙승가대 홈페이지.

사람이 태어나면, 태어나는 그 자체로 존귀하다. 그런데 이렇게 태어난 ‘자연인’이 사회의 한 구성원인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 교육을 하는 과정이 초중등교육이다. 나아가 전문적인 직업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소위 고등교육과 대학교육을 받는다. 승려사회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마을공동체 즉 ‘가(家)’를 떠나 출가공동체 즉 ‘승가(僧伽)’ 속으로 들어간다. 역시 승가의 일원으로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조계종의 경우를 보면 우선 ‘사미(니)’ 생활을 4년 하게 된다. 이 4년간의 교육을 마치면 비구(니)가 되어, 특정 공동체에 들어가 수행생활을 계속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교육에는, 무엇을, 어떻게, 왜, 얼마큼, 교육할까를 설계하는 교육과정이 있게 마련이다. 바로 이런 교육과정 설계에 종학(宗學)은 중요한 기준이 된다.

현행하는 4년간의 교육과정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불교의 역사만큼이나 긴 배경이 있다. 가까이는 일제강점기와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임란 후 조선후기의 승려교육제도로부터 영향받고 있다. 물론 더 올라가면 고려, 통일신라와 그 이전까지 소급된다.

일제강점기가 되면, 소위 봉건의 해체와 근대의 건설이라는 시대조류 속에서, 변화와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당시 정황의 한 단면을 전하는 월간잡지 ‘불교’의 창간사를 소개한다. 1924년 7월호에 실린 발행인 권상로 스님이 제시하는 조선불교의 현안 개혁 방안이다.

첫째. 참선하는 도량의 신설, 재래식 도량의 개량과 통일.
둘째. 신식 불교전수학교의 신설, 재래식 전문학교의 개량과 통일.
셋째. 법요의식과 범패의 연구와 통일.

첫째의 참선도량을 신설해가는 과정에서 소위 ‘비구-대처’의 갈등도 겪었지만, 현재는 많은 선원이 운영된다. 조계종 자료에 의하면, 2021년 하안거에는 총림 7곳, 비구 선원 59곳, 비구니 선원 31곳 등 전국 97개 선원이 운영되었다. 그곳에서 총1883명(총림 248명, 비구 1045명, 비구니 590명)이 참선수행을 했다.

둘째를 위해, 1930년대에 ‘중앙불교전문학교’를, 그 뒤를 이어 ‘혜화전문학교’를, 다시 ‘동국대학교’로 계승 운영했다. 현재는 종합대학 내에 단과대학으로 ‘불교대학’으로 편제되어 불교학연구의 세계적 반열에 들었다. 한편, 재래식 전문학교 즉 강원(講院)도 많은 변화를 거쳤다. 현재는 김포의 중앙승가대학과, 본사급 사찰의 지방승가대학으로 각각 운영되고 있다.

셋째를 위해, 1998년 조계종 포교원에서는 ‘통일법요집’을 간행했고, 그 후 계속해서 전문의례를 연구하여 표준화하고 있다. 최근 들어 더욱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고 성과도 많이 내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 100년간 역사의 격동기 속에서, 1924년 당시 조선불교계가 주목했던 목표가 상당히 성취되었다. 여기에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추동력이 큰 역할을 했다. 1924년 ‘(재)조선불교교무원’의 기관지였던 ‘불교’에 제시된 당시의 불교혁신운동 방향이 무엇이었고, 또 그 성취 결과를, 우리 불교계는 지금 경험하고 있다.

지난 10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의 100년을 위해 종학(宗學)의 측면에서, 위에서 거론된 ‘둘째’를 살펴보고자 한다. 위의 ‘둘째’는 한마디로 말하면 승려교육이다. 하나는 새로운 근대교육제도인 ‘대학’이라는 기관을 통한 승려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재래의 교육제도인 ‘강원’이라는 기관을 통한 승려교육이다. 이 둘을 염두에 두고 지난 100년을 달려온 셈이다.

위에서 필자는 승려가 된다는 것을, 마을공동체인 ‘집[家]’을 떠나 출가공동체 즉 ‘승가(僧伽)’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승가공동체 속에서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는, 공동체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4년간의 교육을 교육부 인가를 받은 동국대 ‘불교대학’과 ‘중앙승가대학교’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더불어 교육부 인가는 받지 않았지만 종단에서 인가한 큰 사찰의 ‘지방승가대학’에서 담당하고 있다.

자. 그런데 여기서 위에서 말한 두 부류의 대학이 과연 승가공동체의 일원으로 한 수행자가 살아가기 위한 기초교육을 담당하고 있는가? 구체적으로 질문을 바꾸어보자.

조계종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인재양성을 목표로 교육과정이 설계되었는가? 교육부 인가 대학이란 한국의 대학교육이 지향하는 교육의 일반성이 있다. 그런 대학의 교과과정이 ‘조계종맨’을 길러내는 데에 과연 적절하고 유효한가? 대학에서 지적인 훈련은 하겠지만, 소위 수행을 수반하는가? 지적인 훈련이라 해도 불교학 일반에 관한 교육이지, 그것이 과연 조계종의 종지와 종풍으로 연결되는가? 대학에서 필자처럼 불교학을 공부했던 것과, 대학의 불교학과를 다니는 예비승려들의 공부 사이에 차이가 있는가? 결국은 수행의 유무인데, 대학에서 가르치고 공부하는 내용에 대해 ‘불교학’과 ‘종학’ 사이의 차이를 반성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필자는 ‘불교학’과 ‘종학’의 반성적 검토를 거론했는데, 큰 절에서 운영하는 승가대학에서는 그래도 ‘종학’의 역사가 남아있다. 과거 ‘강원’ 교육의 전통이 남아있어, 사미과(1학년), 사집과(2학년), 사교과(3학년), 대교과(4학년) 등등의 이름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사미과의 ‘치문’, 사집과의 ‘도서’ ‘절요’ ‘선요’ ‘서장’, 사교과의 ‘금강경’ ‘능엄경’ ‘기신론’ ‘원각경’, 대교과의 ‘화엄경’ ‘전등록’ ‘선문염송’ 등의 교과목을 공부하는 지난 세월의 ‘강원’ 흔적이 남아있다.

전통 ‘강원’의 교과과정 속에서는 크게 ‘선종’과 ‘교종’이라는 큰 틀이 유지된다. 장래에 선사로 수행할 사미(니)를 위해서 ‘도서’ ‘절요’ ‘선요’ ‘서장’ ‘전등록’ ‘선문염송’ 등의 교과목을 시설했다. 한편 장래에 학승으로 수행할 사미(니)를 위해서 ‘금강경’ ‘능엄경’ ‘기신론’ ‘원각경’ ‘화엄경’ 과목을 설치했다.

이렇게 ‘선-교’ 양종(兩宗)의 종학 전통을 유지하면서, 유서 깊은 도량에서 기성의 비구(니) 스님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마치 장강의 물결이 밀고 이끌며 흘러가듯 불교의 교단을 면면히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전통을 이어가는 큰 사찰 승가대학의 학생 수가 줄어든다. 게다가 지방승가대학에서 중앙승가대학으로, 다시 중앙승가대학에서 동국대 불교대학으로, 이렇게 학생의 이동 현상이 점점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중앙승가대학, 더 나아가 동국대 불교대학에서 승가공동체의 구성원을 교육하는 교과과정을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 불교학과 종학(宗學)의 차이를 고려하면서 말이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599호 / 2021년 9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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