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조정미의 ‘제주 올레길을 걷는 나와 그림자’
신비의 자연세계 제주로 이사한 시인 아이들 손잡고 올레길 걸으며 얻은 시 제주 자연 감상할 도보 여행길 제주의 올레는 전체 21개 코스 어린이 화자로 그림자와 함께 걷는 올레길에서 제주 담아내
서울 출생 시인이 남편과 의논해서 딱 2년 작정하고, 제주도로 생활터를 옮겼단다. 우선 아이 남매가 자연을 보고 자라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남편의 직업이 거주지 제한을 받지 않아서 가능했던 것이다.
화산섬 제주도는 신비한 자연의 세계였다. 우선 ‘제주특별자치도’라는 재미나는 이름이 그러했고, 어디에서나 보이는 우리나라 제2의 산 높이, 한라산이 그러했단다. 고‧부‧량, 탐라의 시조 3형제가 솟아났다는 삼성혈 땅 구멍이 그러했고, 탐라국 옛 전설이 모두 그러했단다.
시인 부부는 한라산이 펑펑, 불을 뿜었을 몇 억년 옛날을 오늘의 눈으로 보면서, 그 백록담과 한라 꼭대기에 올라가 만세도 불렀단다. 휴일에는 부부가 아이들 손을 하나씩 잡고, 올레길을 걸으면서 유채꽃, 귤 밭과 제주도 자연을 살피는 일이 자주 있었다는 것. 여기서 얻은 동시 한 편을 살펴볼까?
제주 올레길을 걷는 나와 그림자 / 조정미
귤 밭이 보이는/ 올레길을 걷는데
햇살이 따라와/ 그림자를 만드는 거야.
내가 팔을 흔들고 걸으면/ 그림자도 나처럼 걷고
내가 하트 손 하면/ 그림자도 내게 하트 손 하네.
나는 살아 있는 그림자가 귀여워
전봇대 뒤에 내 몸을/ 쏙 숨기고는
“나 찾아봐라”/ 그림자를 놀려댔더니,
기운이 없어 보이는 거야.
그래서/ 내가 짜~잔, 하고
햇빛이 내리쬐는 곳으로 나오자
그림자도 재빠르게/ 나를 따라 하는 거야.
그래서 우린/ 따스한 햇살과 함께
올레길을 다시 걸었지.
사이좋게 걷다보니/ 어느새 바다가 보이고
한라산이 보이네!
조정미 동시집 ‘지구를 돕는 아빠’(2021)에서.
‘올레’는 제주도 말로 ‘좁은 골목’의 뜻이란다. 올레길은 큰길에서 대문에 이르는 골목길을 뜻하는 말.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제주도를 찾아온 관광객이 걸어서 섬을 한 바퀴 돌면서 제주의 풍물과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도보여행 코스를 완성하고 이를 ‘제주 올레’라 이름 지었다. 제주 올레 전체는 21코스다. 한 코스는 15㎞ 미만의 거리. 천천히 걸어서 5~6 시간이 걸린다.
제주도 해안을 따라 골목길‧산길‧들길‧해안길‧오름을 이어서 만든 길이다. 하루에 한 코스씩 걷는다면 여러 날이 걸려야 제주도 한 바퀴가 이루어진다.
시의 화자는 어린이다. 귤 밭이 바라보이는 올레길을 걷는데, 햇살이 그림자를 만들어, 꼬마의 흉내를 내게 하고 있다. 그런데 만든 그림자들이 하나씩 살아 있는 거다. 제주도 올레길에서만 있는 현상인 것 같다.
꼬마는 흉내쟁이 그림자가 귀여워서 그림자 몇 가지를 만들어 놓고는, 전봇대 뒤에 몸을 숨기고 “날 찾아 봐~라!”하고 소리친다. 그림자에게 장난을 걸어본 것.
그러자, 살아 있는 그림자가 힘을 잃고 만다. 그림자가 꼬마를 찾지 못해서인 것 같았다. 꼬마가 “짜~잔!” 하고 햇빛 앞으로 다시 나오자 그림자가 힘을 얻어 재빠르게 올레길에 따라나선다. 그림자와 같이 올레길을 걸었더니 어느새 제주도 전체가 펼쳐진다.
ㅡ 저쪽은 제주 바다요, 태평양!
ㅡ 이쪽은 제주도를 지키는 한라산!
“야~” 소리가 절로 나고 말았다.
시의 작자 조정미(趙貞美) 시인은 서울 출생이며, 아동문예 신인상으로 등단(2017), 한국아동문학인협회와 반달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시집으로 전기한 ‘지구를 돕는 아빠’(2021)가 있다. 아이들이 자연을 보고 자랄 수 있게, 2년 계획으로 제주도에 옮겨 살면서 보기의 시를 구상했다 한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600호 / 2021년 9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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