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제78칙 백장기특(百丈奇特)
나무하고 밥 짓고 물 긷는 것이 신통과 묘용이다 기특은 불가사의한 신통 아니라 홀로 좌선 수행하는 납자의 본분 자기자신에 대해 자각하는 것이 백장 스님이 말한 ‘기특’의 의미
승이 백장에게 물었다. “기특한 수행이란 어떤 것입니까.” 백장이 말했다. “대웅봉에서 홀로 좌선하는 것이다.”
백장은 백장회해(百丈懷海, 749~814)이다. 기특(奇特)이란 기묘특별(奇妙特別) 내지 기특현묘(奇特玄妙)의 줄임말이다. 대단히 드물고 뛰어난 모습이다. 그래서 기특한 수행[奇特事]이란 불가사의하고 심원하며 미묘한 수행의 모습을 의미한다. 본 문답에서 승이 질문한 기특한 수행이란 바로 어떻게 해야 그와 같은 수행을 성취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승이 생각하고 있는 기특이란 보통을 초월한 불가사의한 신통력을 지니고 있다든가 보통 사람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기기묘묘한 행위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승의 깜냥이다.
그러나 백장의 답변은 지극히 단순명쾌하다. 기특한 수행이란 납자의 본분 이외에 달리 없다고 답변한다. 납자라면 당연히 좌선수행을 최고로 간주한다. 그러한 좌선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장 뛰어나며 가장 보편적인 수행법으로 조금도 부족하거나 모자람이 없이 완전무결하다는 것이다.
대웅봉(大雄峰)은 백장이 수행하고 있는 지명이다. 백장에게 있어서 대웅봉은 예로부터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도 또한 그러하다는 것이다. 지금 자신이 머물고 있는 그곳이 다름 아니라 수행처로 그 어떤 곳보다도 훌륭한 명당자리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현재 자신이 수행을 하고 있는 그 자리 이외에는 수행처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현재‧이것을 벗어나서 추구하지 않는 선의 정신이야말로 그 어떤 것보다도 기특한 수행이다. 더욱이 그것도 좌선하는 수행이다. 나아가서 오로지 홀로 좌선하는 수행이야말로 가장 기특한 수행이 아닐 수 없다. 좌선은 앉음새의 모습일 뿐만 아니라 깨침의 의미로도 널리 활용된다. 또한 홀로 좌선한다는 것은 일체의 잡사와 반연과 망상을 초월하여 무소의 뿔처럼 정진하는 본분납자의 이상적인 이미지이다. 백장은 자신이 그래왔던 것처럼 기특한 수행은 특별한 것이 아님을 일러주고 있다.
그러나 승은 지금 현재 질문하고 있는 승으로서 자신과 같은 상황을 아득히 벗어나 있는 그 어떤 거시기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백장은 바로 그와 같은 생각을 멀리 벗어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특한 수행을 하는 사람은 기특한 사람이다. 기특한 사람이란 불법을 터득하여 활달자재하게 살아가고 있는 납자를 가리킨다. 승이 추구하고 있는 수행이란 기특한 수행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일찍이 한 승이 ‘일대장교(一大藏敎) 가운데 기특한 것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원징암(圓澄巖)은 ‘누런 것은 종이이고 검은 것은 글씨이다. 이처럼 알아야지, 일대장교의 언구를 되씹어서 알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답하였다. 그리고 방온거사(龐蘊居士)는 신통과 묘용이란 다름이 아니라 방에 불을 지피기 위해서 산에 가서 땔 나무를 하고 밥을 짓기 위해서 물을 길어오는 행위를 벗어나 있지 않다고 노래하였다.
그러나 일대장교에서 기특한 것이란 경전을 기록하고 있는 누런 종이와 거기에 씌어져 있는 까만 글씨를 벗어나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나무를 해오고 물을 길어오며 누런 종이와 까만 글씨가 씌어져 있는 경전 그대로가 기특한 것일 수는 없다. 거기에는 반드시 주체적인 자각이 필요하다. 무릇 전심을 기울여서 좌선을 하고 전력을 바쳐서 물을 긷고 나무를 하며, 정신을 하나로 집중하여 경전을 독송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코 기특한 수행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동물과 마찬가지로 기특한 사람도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피곤하면 잠을 잔다. 그러나 동물과 기특한 사람의 근본적인 차이는 바로 그와 같은 상황을 자명하게 인식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백장은 결국 기특한 수행이란 바로 자신에 대하여 자각하는 것임을 일러주고 있다.
김호귀 동국대 불교학술원 HK교수 kimhogui@hanmail.net
[1600호 / 2021년 9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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