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가톨릭 순례길’ 추진한 광주시에 항의공문

9월13일, 사업 배경 및 백지화 요구

2021-09-13     김내영 기자

조계종(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나눔의집과 남한산성, 천진암을 비롯해 천년고도 광주의 역사문화유산을 대거 포함한 ‘가톨릭 성지순례길’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광주시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조계종 사회부(부장 원경 스님)는 9월13일 광주시에 항의 공문을 발송하고 순례길 추진 배경과 사업의 백지화를 요구했다. 조계종은 공문에서 “본 순례지의 출발지인 남한산성은 국난의 위기에 수많은 스님들이 성을 축조하고 승병으로 활동하는가 하면, 남한산성 일대 사찰은 승영사찰로서 기능을 하며 민족과 함께 해 온 역사가 있다”며 “더구나 순례길에 포함되어 있는 주요 코스에는 특정 종교와 관계없는 지역의 역사문화 탐방지뿐만 아니라 불교계에서 만들고 운영해 온 나눔의집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본 종단은 호국불교의 성지인 남한산성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나눔의집, 지역의 자연문화공간까지도 특정 종교의 성지로 탈바꿈시켜 관광 명소로 개발하겠다는 광주시의 안일한 역사인식과 행정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역사를 왜곡하고 종교간 갈등을 야기한 이번 순례길의 기획 및 그간의 경과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과 본 사업을 원점에서 재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시의 ‘가톨릭 성지순례길’ 조성과 관련해 조계종과 지역불교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사업백지화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02호 / 2021년 9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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