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일흔여덟의 사진사와 교장선생님

자연스레 다가가는 것이 포교 첫걸음  종교 밖에서 만난 사진사와 선생님 불교와의 인연 회상하며 대화 나눠 불자 수 감소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장애불자로만 테두리 치지 말아야

2021-09-13     최명숙
일흔여덟 사진사가 한손으로 찍는 화엄사 전경.

인연이 어떻게 오는지 알 수 없지만 소중한 것은 분명하다. 오늘은 두 분의 인연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일흔여덟 사진사의 생애 첫 전시회를 도와드리는 중이다. 보리수아래 행사 때마다 자발적으로 와서 사진을 찍어주는 자원봉사자이다. 행사 때마다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포교사님이 행사 전체를 기록해주고, 장애불자 개인에 초점을 맞춰 자료를 남겨주신다.

일흔여덟 사진사는 수년 전 중풍으로 장애인이 되었다. 왼손에 카메라를 들고 기대서거나, 전동휠체어에 앉아 사진을 찍는다. 한 손으로 카메라를 다루기 위해 같은 동작을 수천번 반복하는 노력을 했다고 한다.

항상 그 마음이 고마워 어떻게 보답해야 하나 고민하다 장애인복지관이나 단체의 행사에 참여했던 자료를 정리하시라고 했다. 이유는 사진작가로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증명을 받게 해드릴 수 있을까 해서였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보리수아래 장애회원들이 증명을 받게 했던 것처럼, 작년 여름에 예술인증명을, 올봄에는 창작지원금을 받게 해드렸다. 현재 그분의 꿈이었던 일흔여덟의 첫 전시회 준비를 돕고 있다.

선운사 등 각지에서 찍은 많은 사진 중에 전시할 사진을 선별하면서 사진을 처음 배우던 시절 이야기를 하셨다. 6·25한국전쟁 직후 고향인 홍성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다 아버지 친구인 스승에게 사진을 배웠다고 한다. 스승이 그에게 한자, 서예, 인장 등을 함께 가르쳐 학력 없는 자신이 사진사 생활을 제대로 하게 했다며 목이 메이셨다. 또 스승은 독실한 불자여서 암실에서 사진인화 작업을 하면 인화시간을 시계로 재지 않고 경전 독송으로 시간으로 재셨는데 그덕에 자신도 불교경전이 낯설지 않다고 했다.

사진사로서 첫 일터는 수덕사였다고 한다. 수덕사에 기거하며 참배온 이들의 관광사진을 찍어주고, 다음날 홍성 시내로 나가 인화해 우편으로 보내주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수덕사에 쌀 한 가마니를 보시하면 1년을 묵을 수 있었다며 웃으셨다. 중간에 여러 직업을 갖기도 했지만 자신은 역시 사진사라는 말로 추억담을 마무리하셨다.

사진 선별을 끝낼 무렵, 보리수아래 화엄사 템플스테이 사진도 넣고 싶은데 마땅한 게 없다 하시기에 화엄사 사진은 다음을 기약하자고 했다. 그리고 액자와 안내지를 제작할 때 뵙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나 자신이 장애인이고 장애인복지단체에 오랫동안 근무했던 인연으로 종교를 초월해 보리수아래를 사랑하는 분들이 있다. 그 중에 특수학교 교장을 지내셨던 선생님이 계신다. 직장에서 장애인 작품심사를 청탁하면서 인연이 시작된 교장선생님은 교직생활 동안 보리수아래와 같은 장애인복지단체는 처음이라며 관심을 가지셨다. 이후 선생님께 보리수아래의 소식을 꾸준히 전해드리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불교서적을 보내드리곤 했다.

어느날 선생님께서 “나이가 드니 불교에 마음이 가요”라고 하시기에 비불자들도 재밌게 읽는 송강 스님의 ‘부처님의 생애’  ‘스프링 금강경’ 등을 보내드렸다. 선생님은 삼보의 의미를 물어보시기도 하고 지인에게 보내는 안부 메일에 경전 문구를 넣기도 하신다. 또한 가까운 이에게 불서를 보내기도 하셨다.

이 두 분은 불자가 아니지만 어느 생엔가 불교와 깊은 인연이 있으셨던 분이라 생각된다. 종교를 떠나 다가온 이 분들이 불교와의 인연을 회상하거나 처음 접한 부처님 말씀 한 구절을 기억하며 불교용어를 이해하는 것은 참 소중한 변화다.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해드린 일들이 잘 전해진 것 같기 때문이다.

통계상에 따르면 전체 불자의 수가 줄고 있고 그 가운데서도 장애인불자의 수는 아주 소수다. 이런 환경에서 더욱 어려운 장애인포교는 장애인불자만으로 테두리를 치지 말고 문을 열어 관심을 갖게 해야 한다. 이제 일반 장애인계에 장애인불자들의 활동이 알려져 ‘보리수아래’란 단어로 불교와 장애인을 동시에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들을 어떻게 더 가까이 오게 할 지 늘 고민이다.

도움도 주고, 함께 어울리게도 하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 일상에서 불교를 알게 하는 것이 포교의 첫걸음인지도 모른다.

최명숙 보리수아래 대표 cmsook1009@naver.com

[1601호 / 2021년 9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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