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일반적 콘텐츠와 특수 콘텐츠

‘특별한 피자’보다 질리지 않는 ‘맨밥’ 특별한 소재 독자 눈길 끌지만 소재 고갈되면 ‘용두사미’ 끝나 평범한 소재도 지속성이 중요 마라톤 뛰듯 페이스를 지켜야

2021-09-13     자현 스님

지금은 종영된 프로그램으로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KBS2)’, ‘화성인 바이러스(tvN)’ 같은 것들이 있다. 특이한 사람 등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이었으나 대부분 용두사미로 종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 프로의 종영 이유는 한결같이 ‘소재 고갈’이다. 즉 처음에는 야심차게 시작하지만, 점차 소재가 고갈되고 끝에 가면 과장 등의 무리수를 두다가 폐지되는 수순이다.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올릴 소재가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채 6개월이 지나지 않아 상황은 역전된다. 한강처럼 도도하기만 할 것 같은 물이, 금세 실개천으로 졸아붙기 때문이다.

‘논어’의 ‘학이’편에는 “군자는 근본에 힘쓰나니, 근본이 서야 도가 생긴다(君子務本 本立而道生)”는 말이 있다. 유튜브도 그런 것 같다. 중심 콘텐츠가 있고, 여기에 부가적인 콘텐츠가 추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면 멀리 갈 수 없다. ‘노자’ 23장에도 “회오리바람은 아침나절을 계속 불지 못하고, 소나기는 하루를 넘기지 못한다(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고 하였다. 그러므로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너무 무리하지 않은 것을 기본콘텐츠로 하는 것이 좋다.

불교 유튜브라면, 염불이나 예불·기도 영상 등이 의외로 안성맞춤이다. 명상이나 수행 콘텐츠도 좋을 것이다. 불교의 일상의례는 반복적이지만 질리지 않고, 진행하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음식으로 비유를 들면, 주식인 밥을 생각하면 된다. 밥은 특별한 맛이 없는 대신 질리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반찬이나 국은 바뀌지만, 밥은 변하지 않는다. 자신은 변화하지 않으면서 모든 변화를 받아들이는 주체. 노자는 이것을 ‘수레바퀴의 축’이나 ‘문의 지도리’라고 비유했다. 유튜브에도 이런 근본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다.

어떤 분들은 ‘이런 정도가 콘텐츠가 될 수 있을까?’라고 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사찰의 일상의례는 스님이나 신도라면 모두 아는 보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즉 누구나 아는 콘텐츠를 올리는 일이 창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튜브는 불교보다 외연이 훨씬 넓다. 그러므로 일상의례를 신기해 하는 사람이 존재하게 된다.

또 일상의례는 반복적인 속성을 가진다. 그러므로 밥처럼 꾸준한 섭취가 가능하다. 이 세상 모든 문화권의 주식은 특별한 맛이 없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주식이 되어 유전되는 것이다.

실제로 불교TV나 불교방송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프로는 아이러니하게도 예불이다. 즉 돈을 많이 들여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나, 큰스님의 법문이 반복적인 예불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불교 콘텐츠의 기본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나타내준다.

그러므로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일상의례에서 시작하는 것도 충분히 좋은 접근이다. 특히 유튜브 인공지능은 꾸준한 콘텐츠 업로드에 배점을 많이 부여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물론 중간중간에 다른 시도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즉 일상의례가 밥이라면, 밥만 먹고는 못 산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피자나 짜장면과 같은 종류도 올려야만 한다. 이런 이질적인 콘텐츠가 있어야만 추천영상에 노출이 증대하면서, 신규 구독자의 유입이 늘어나게 된다. 즉 이질적인 콘텐츠는 특별 보너스인 동시에 미끼 상품인 셈이다.

지속 가능한 콘텐츠는 반드시 나의 역량을 고려해서 찾아야 한다. 기지개를 켜서 허리를 뒤로 제치면 시원하다. 그러나 그 자세로 사람이 살 수는 없다. 그러므로 무리하지 말고 편안하며 지속 가능한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만 부담 없이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다’는 말처럼, 분명 한 번에 터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마법 같은 일은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는다. 즉 로또를 믿으며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유튜브 역시 마라톤일 수밖에 없다. 마라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리하지 않아 페이스를 잃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유튜브도 바로 이와 같을 뿐이다.

자현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kumarajiva@hanmail.net

[1601호 / 2021년 9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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