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법의 상속자가 되어야 한다
출가자, 재물 관리 매달리지 말고 법 관리 매진해야 붓다, 출가자들에 이득·환대 취해 수행 게을리 하지 말라 강조 몸·마음·의착 한거 중 하나라도 실천 않으면 재물 상속자 될 것 미래세대에 불교 전승 위해 비구·비구니 교법 전달 담당자 돼야
붓다의 가르침인 법(法)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재물(財物)을 따를 것인가? 다시 말해서 법의 상속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재물의 상속자가 될 것인가? 출가자라면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야 한다. 붓다는 ‘담마다야다-숫따(Dhammadāyāda-sutta, 法嗣經)’(MN3)에서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내 법의 상속자가 되어야지 재물의 상속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그대들에 대해 ‘어떻게 나의 제자들이 재물의 상속자가 아니라 법의 상속자가 될 수 있을까?’라고 불쌍히 여긴다. 비구들이여, 만일 그대들이 내 법의 상속자가 되지 못하고 재물의 상속자가 된다면 그대들은 그 때문에 ‘스승의 제자들은 재물의 상속자이지 법의 상속자가 아니다’라고 비난받을 것이다. 나도 역시 그 때문에 ‘스승의 제자들은 재물의 상속자이지 법의 상속자가 아니다’라고 비난받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만일 그대들이 재물의 상속자가 아니라 내 법의 상속자가 된다면 그 때문에 그대들은 ‘스승의 제자들은 법의 상속자이지 재물의 상속자가 아니다’라고 비난받지 않을 것이다. 나도 역시 그 때문에 ‘스승의 제자들은 법의 상속자이지 재물의 상속자가 아니다’라고 비난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내 법의 상속자가 되어야지 재물의 상속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그대들에 대해 ‘어떻게 나의 제자들이 재물의 상속자가 아니라 법의 상속자가 될 수 있을까?’라고 불쌍히 여긴다.”(MN.Ⅰ.12)
제자들에 대한 붓다의 한없는 연민을 느낄 수 있다. 위 인용문에서 보듯, “내 법의 상속자가 되어야지 재물의 상속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dhamma-dāyādā me bhavatha, mā āmisa-dāyāda)”는 것이 이 경의 핵심이다. 주석서에 따르면, 많은 비구들이 승가에 생겨나는 이득(利得, lābha)과 환대(歡待, sakkāre)에 고무되어 수행을 게을리 하는 것을 보고, 붓다께서 이 경을 설하게 되었다고 한다.(MA.Ⅰ.87-88)
사실 붓다의 명성이 널리 퍼지고, 승가의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왕과 대신은 물론 부유한 장자들이 승가에 많은 재물을 보시했다. 많은 사람들의 보시로 인해 당시 승가에는 재물이 풍부했다. 이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 출가하는 자들도 있었다. 또 몇몇 비구들은 수행보다는 재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들은 자연적으로 수행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붓다는 이러한 현상을 보고, ‘나의 제자들은 재물의 상속자가 되지 말고 법의 상속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간략하게 법을 설하고 붓다는 자리에서 일어나 원림(園林)으로 들어갔다. 세존께서 떠난 뒤 사리뿟따 존자가 여러 비구들에게 한거(閑居, pavivitta)에 대해 설했다. 주석서에 의하면 붓다는 세 가지로부터 한거하여 머문다. 세 가지 한거란 몸[身]의 한거(kāya-viveka), 마음[心]의 한거(citta-viveka), 의착(依著)의 한거(upadhi-viveka)를 말한다. 의착의 한거란 갈애와 번뇌의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머문다는 뜻이다. 즉 갈애와 번뇌가 곧 재생의 원인이기 때문에 ‘재생의 근거로부터의 한거’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스승은 세 가지 한거로 머물면서 정진한다. 사리뿟따 존자는 비구들에게 세 가지 한거 가운데 하나라도 실천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다그쳤다. 한 가지 한거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재물의 상속자가 되기 때문이다.
붓다는 만년에 승가의 칠불쇠퇴법(七不衰退法)을 설했다. 그중에서 여섯 번째, “비구들이 아란야(ārañña, 阿蘭若)에 머물기를 바라는 한, 비구들은 퇴보하는 일은 없고 오직 향상이 기대된다.”(DN.Ⅱ.77)고 했다. 이것은 법의 상속과 관련이 있다. 아란야에 머문다는 것은 곧 수행에 전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칠불쇠퇴법에서 붓다는 “비구들이 [잡다한] 일을 즐겨하지 않고 [잡다한] 일을 기뻐하지 않고 [잡다한] 일을 하는 즐거움에 몰입하지 않는 한, 퇴보하는 일은 없고 오직 향상만 기대된다”(DN.Ⅱ.77)고 했다. 주석서에 의하면 잡다한 일이란 옷을 찾아다니는 것, 옷을 만드는 것, 바늘 통, 발우 집, 허리띠, 물거르개, 책상 등을 만드는 것, 혹은 이런 일로 온 종일을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한다.(DA.Ⅱ.528)
붓다는 제자들에게 생존에 꼭 필요한 네 가지 필수품(음식, 의복, 좌구, 의약)에 만족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붓다는 네 가지 필수품 외에 더 많은 물건이나 재물을 갖고자 한다면 나의 제자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붓다는 자신의 제자들이 재물의 상속자가 아니라 법의 상속자가 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붓다의 간절한 소망은 교법이 영구히 지속되는 것이다. 붓다는 그 일을 담당할 자가 바로 출가자인 비구와 비구니라고 여겼다. 또 붓다가 율(律)을 제정한 목적도 정법이 오랫동안 머물게 하기[正法久住] 위함이었다.
법과 재물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재가자는 출가자에게 재시(財施, āmisa- dāna)를 베풀고, 출가자는 재가자에게 법시(法施, dhamma-dāna)를 베푼다. 이 전통은 제도화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재가자는 재물의 상속자(āmisa-dāyāda)이고, 출가자는 법의 상속자(dhamma-dāyāda)이다. 붓다는 입멸 직전 사후 장례를 재가자에게 위임했다. 붓다의 유신(遺身, sarīra, 舍利)의 상속자는 재가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통 때문에 붓다의 사리를 모신 불탑(stūpa)은 재가자의 소유로 되어있다. 이처럼 붓다는 법의 상속자와 재물의 상속자를 엄격히 구분했다. 이것은 출가자들이 오로지 법의 상속자(계승자)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에서 비롯된 것이다.
붓다가 제자들에게 물려준 유산은 무형의 자산인 법과 사방승가(四方僧伽, 미래의 출가자)를 위해 건립한 가람과 토지 등 물질적인 재물이다. 승가에서는 두 가지 붓다의 유산을 공유하고 있다. 2500여년을 통해 남긴 유형문화재는 물질적 재물에 속한다. 현재의 승려들은 이 재물들을 관리한다. 이 때문에 법보다 재물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만일 출가자가 재물의 관리에만 매달린다면, 그는 재물의 상속자이지 법의 상속자가 아니다. 미래 세대에까지 불교를 전승하기 위해서는 법의 상속자가 많이 배출되어야 한다.
마성 스님 팔리문헌연구소장 ripl@daum.net
[1602호 / 2021년 9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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