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모양 받침돌 돋보이는 ‘분황사 당간지주’ 보물된다
문화재청, 9월28일 지정 예고 “전형적인 통일신라 당간지주”
거북모양 받침돌이 돋보이는 통일신라 당간지주의 전형 ‘분황사 당간지주’가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9월28일 ‘경주 구황동 당간지주’(경북유형문화재)를 ‘경주 분황사 당간지주’로 명칭을 변경한 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분황사 당간지주는 앞서 구황동 당간지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분황사 주변 문화재 발굴조사 중 분황사 당간지주임이 확실시돼 이름이 바뀌었다.
분황사 당간지주는 현재 분황사 입구 남쪽에 세워져 있다. 제작 시기는 통일신라로 추정된다. 분황사가 선덕여왕 3년(634)에 창건됐고 양식 또한 통일신라 당간지주 전형을 보이고 있다. 당간지주는 절에서 행사나 의식이 있을 때 사찰 입구에 설치하던 깃대 장엄구로, 통일신라 초기부터 본격적으로 세워졌다. 당(깃발)을 꽂는 길다란 장대를 당간이라 하고, 당간 양 쪽을 지탱하는 두 돌기둥이라 당간지주라 부른다.
분황사 당간지주는 높이 4.5m에, 하대석 너비는 60cm다. 양 기둥은 사각형이며 위로 올라갈수록 조금씩 좁아진다. 기둥에는 조각이 없어 간결한 모습이다. 석재의 정상 부분은 안쪽면에서 바깥면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가공했다.
기둥 아래·중간·윗부분에는 당간을 고정시키기 위한 구멍이 뚫려 있다. 지름은 15cm이다. 당간지주 상중하 3곳에 간공을 마련해 당간을 고정하는 수법은 통일신라 당간지주에서 많이 적용된 기법이라는 게 문화재청의 분석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두 기둥 사이에 있는 거북모양 받침돌이다. 돌기둥 사이에 세워졌던 당간은 사라졌으나 당간을 바치고 있던 두 기둥과 그 사이로 거북모양 받침돌(귀부형 간대석)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다.
거북모양 받침돌은 신라 다른 귀부처럼 정연하고 생동감있는 조각기법은 아니다. 그러나 머리 모양과 발이 간략하게 표현돼 있다. 귀부의 머리 방향은 분황사 사찰로 진입 방향을 추정하는 데 유용하며, 귀부형 간대석이 남아있는 통일신라 당간지주는 현재 분황사 당간지주가 유일하다.
화려한 조각은 없지만 기교있는 치석 수법을 보인다. 받침돌 한가운데에는 작은 사각형이 오목하게 시공돼 있고, 물이 고이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도록 좁은 낙수홈을 마련했다. 또 받침돌 상면 사각형 좌대에는 연꽃무늬가 있어 신라시대 연꽃무늬와 친연성을 가진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문화재청은 “전체적인 외관이 ‘경주 망덕사지 당간지주’(보물), ‘경주 보문사지 당간지주’(보물), ‘경주 남간사지 당간지주’ 등 통일신라 다른 당간지주처럼 정연하고 깔끔한 치석수법과 양식을 보이며 상당히 우수한 석공에 의해 설계, 시공됐다”면서 “이들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이른 시기 조성된 것으로 파악되며 국가지정문화재로서 가치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03호 / 2021년 10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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