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결사도량 송광사서 불교중흥 발원 천리순례 첫발 내딛다

10월1일 입제식 봉행…순례단 비롯 조계총림 방장 현봉 스님 등 200명 동참 “시시처처 존엄한 삶의 길임을 알아가며 자기수행·대중화합의 불교운동 실천”

2021-10-01     김현태 기자

800여년 전 보조국사 지눌 스님에 의해 부처님 가르침에 따른 불교부흥운동이 펼쳐진 정혜결사 도량 송광사에 또다시 불교중흥과 국난극복의 염원이 울려 퍼졌다. 2019년 동안거 용맹정진으로 한국불교 수행문화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상월선원의 원력을 계승하고 전법과 포교, 세상과 어우러지는 불교를 염원하는 만행결사 두 번째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상월선원 만행결사는 10월1일 오전 승보종찰 송광사에서 입제식을 갖고 삼보사찰 천리순례의 첫발을 뗐다. 순례는 이날 승보종찰 조계총림 송광사를 시작으로 법보종찰 해인총림 해인사를 거쳐 10월18일 불보종찰 영축총림 통도사에서 회향한다. 입제식에는 상월선원 회주 자승, 동국대 이사장 성우 스님 등 순례단을 비롯해 조계총림 방장 현봉, 종회의장 정문, 교육원장 진우, 포교원장 범해,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경우, 송광사 주지 자공, 김영록 전남도지사 등 사부대중 200여명이 동참했다.

조계총림 방장 현봉 스님은 법어를 통해 정혜결사 도량 송광사에서 첫걸음을 내딛는 동참대중을 격려했다. 스님은 “이곳 정혜결사 도량에서 보조국사 스님의 마음을 이어 천릿길 도보정진 걸음마다 불심이 충만하고 순간순간 깨달음이 열리며 혜안이 밝아져 지혜와 자비의 등불로 이 나라에 불법을 중흥되고 온 누리에 부처님의 정법이 선명한 불국정토가 이뤄지길 기원한다”며 “불퇴전의 신심과 정진으로 삼보사찰 천리순례를 원만히 회향해 언제 어디서나 자유자재를 누리는 대 자유인이 되어 한국불교 중흥의 초석이 되고 미래불교를 이끄는 견인차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축사에서 “한국불교 중흥과 국난극복을 위한 삼보사찰 천리순례 입제식이 승보종찰 송광사에서 열리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걸음걸음마다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 피어나 나라가 평안하고 불교가 중흥되길 기원한다”고 인사했다.

입제식에서 비구 우봉 스님, 비구니 지해 스님, 우바새 정충래, 우바이 이태경 불자가 천리순례 동참대중을 대표해 고불문을 낭독했다. 동참대중은 고불문에서 “우리가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대자대비의 꽃비가 내리는 길임을 저마다 확인하겠다”며 “강과 산을 따라 송광사, 해인사, 통도사에 이르기까지 생명과 생명으로 이어진 존엄한 삶의 길임을 알아가며 자기수행과 대중화합이 어우러진 불교운동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천리순례 시시처처에 불국정토가 장엄되어 있음을 보게 하시고 청정수행 전통이 면면약존 이어져 내려옴을 듣게 하시며 묵언행선을 통해 세계일화의 절대평화를 깨치도록 해 줄 것”을 부처님께 서원했다.

이번 삼보사찰 천리순례의 총 이동거리는 423km다. 하루 평균 24km를 온전히 걸음에 걸음을 더해 12개 시군의 천년고찰을 순례한다. 순례단은 비구 48명, 비구니 6명, 우바새 14명, 우바이 26명 등 총 94명이 순례대중으로 동참하며 방역, 안전, 의료, 행정, 기록 등을 담당하는 외호대중까지 모두 120여명으로 구성됐다. 동참대중은 새벽 3시에 기상해 3시40분 예불을 모신 후 4시부터 7시까지 휴식 없이 행선한다. 오전 7시부터 1시간 동안 아침공양을 겸한 휴식을 취한 후 50분 행선 10분 휴식하며 나머지 일정을 진행한다. 오후 4시 저녁예불을 모신 뒤 자율정진 및 개인정비의 시간을 갖고 저녁 9시 취침에 든다.

순례길에는 한국불교의 전통을 체험하고 불교중흥의 발원을 되새기는 다양한 행사도 마련된다. 순례단 방문에 맞춰 10월1일 사성암은 ‘길 위에서 길을 찾다’ 스토리텔링 공연을, 10월2일 화엄사는 화엄음악제를, 10월3일 시암재에서 노을음악제, 10월9일 해인사는 보살계 수계산림을 연다. 10월14일에는 ‘포교진흥’를 주제로 한국불교의 미래를 준비하는 대중공사를, 10월16일 표충사는 사명대사 다례재 및 호국음악제를 개최한다.

지난해 만행결사가 세상으로 걸어 들어가는 한국불교의 첫 관문이었다면 천리순례는 불교와 세상이 함께 회통하고 어우러지는 실천행이다. 불교가 침체되고 세상이 힘들 때 스님들은 분연히 결사를 추진했다. 결사는 그 시대 불교계가 부처님 가르침과 율장에 어긋나고 대중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자각과 반성에서 출발해 그 시대가 요구하는 불교의 모습으로 변화하려는 불교혁신의 운동이다. 여기에 삼보사찰은 불법승 삼보, 즉 불자들의 귀의처를 상징한다. 천리순례는 만행수행과 성지순례의 의미가 더해져 더욱 깊은 울림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삼보사찰 천리순례 동참대중은 이날 22km를 걸어 전남 곡성 용바위 주민생활체육공원에서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2일차 순례는 구례 사성암까지 25km 구간에서 진행된다.

순천=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윤태훈 기자 yth92@beopbo.com

[1603호 / 2021년 10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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