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순례 5일차] 우직한 소걸음으로 지리산 넘어 남원에 닿다

시암재서 쏟아지는 별빛 바라보며 새벽 순례길 나서 5일간 총 117km 행선…경찰 협조로 안전하게 진행

2021-10-05     김현태 기자
상월선원 만행결사는 10월5일 삼보사찰 천리순례 5일차 일정을 진행했다.

오늘도 우직한 소의 걸음으로 26km를 더했다. 불법승 삼보에 대한 지극한 믿음과 귀의로 불교중흥과 국난극복을 염원하며 길을 나선 삼보사찰 천리순례단이 해발 1079m의 지리산 성삼재를 넘었다.

상월선원 만행결사는 10월5일 삼보사찰 천리순례 5일차 일정을 진행했다. 순례대중은 이날 전남 구례 시암재를 출발해 성삼재를 넘어 전북 남원에 도착했다. 새벽예불을 모시고 출발하는 순례단을 축원이라도 하듯 하늘 위에는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했다. 시암재에서 성삼재까지는 2km 남짓한 거리이지만 전날 화엄사에서 시암재까지 19km의 오르막길을 걸은 탓인지 순례단의 걸음은 더디기만 했다. 더욱이 밤새 숙영지를 뒤흔든 돌풍은 온전한 수면마저 방해해 전날의 피로를 털어내기에도 부족한 여건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순례 중 만나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우직한 소의 걸음으로 만리를 간다는 우보만리(牛步萬里)의 말처럼 순례대중은 걸음걸음에 발원과 원력을 담아 물러섬 없이 목적지를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성삼재부터 숙영지인 일성콘도까지 24km 구간은 경사도만 다를 뿐 계속되는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뱀사골 계곡길 따라 아침공양을 포함해 3차례 휴식을 갖고 출발한 지 7시간여 만에 숙영지에 도착했다. 행선 중 묵언하며 화두나 염불, 주력 등 개인수행에 진력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이날도 지역 경찰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으로 순례길은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출발부터 회향까지 경찰차가 순례단의 앞과 뒤를 보호하며 지나가는 차량의 서행을 유도했다.

이번 천리순례 최연소 순례대중은 안현민(동국대 경제3)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장이다. 안 회장은 “삼보사찰을 걸어서 순례할 기회가 과연 또 있을까 싶어 동참하게 됐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지만 대중들의 격려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승 삼보의 길을 걸으면 스스로 무언가 바뀌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언젠가 순례길에서 만난 모든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지역 경찰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으로 순례길은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천리순례에 동참한 김호준 스노보드 전 국가대표(앞)와 안현민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장(뒤).

김호준 스노보드 전 국가대표도 이번 천리순례에 동참 중이다. 걷는 걸 가장 싫어한다고 밝힌 김 선수는 “재적사찰인 수국사 주지 호산 스님의 권유에 한 달간 고민하다 참가를 신청했다”며 “어려움을 극복할 때 성취감은 더 크다. 18일간 423km를 걸으면 제게 어떤 변화가 생길지 기대하며 걷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발가락 5곳에 물집이 생기고 불편한 잠자리에 수면시간까지 평소라면 절대 하지 못할 일을 이곳에선 해내고 있다”며 “불교라는 공동체 속에 많은 분들이 함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함께하는 불교의 힘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보사찰 천리순례는 5일차를 맞아 총 117km를 순례했다. 6일차는 실상사를 참배하고 등구재와 오도재를 넘어 오도재캠핑장까지 19km를 이동한다.

남원=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04호 / 2021년 10월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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