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불교계 원력 모아 지적장애인 거주 시설 새 빛깔로 탈바꿈
통영불교사암연·거사림·나누우리·해경 봉사단 등 ‘사랑이모이는샘’, 폐교 건물 사용해 보수 절실 10월4일, 건물 전체 새 페인트로 단장…고압세척도
경남 통영지역 불교계가 원력을 모아 폐교를 활용해 운영되는 지적장애인 거주 시설 ‘사랑이 모이는 샘’ 건물의 낡은 색을 벗겨내고 외벽 전체의 페인트를 새롭게 칠하는 나눔 봉사를 전개했다.
통영불교사암연합회(회장 종묵 스님) 등은 10월4일 경남 통영시 광도면에 소재한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사랑이 모이는 샘(원장 김연정)’에서 ‘자비의 도색 봉사’를 펼쳤다. 이 자리에는 통영불교사암연합회 회원사찰, 태고종 나누우리, 태고종 경남지부 소속 스님들과 통영불교거사림(회장 안휘성), 통영 해양경찰서 봉사단 소속 경찰직원 등 50명이 동참해 시설의 건물 외벽 전체에 미색의 페인트로 새 빛깔을 입혔다. 이날 봉사는 사랑이 모이는 샘 측의 요청을 받은 통영 보현사 주지 묵원 스님이 각 단체에 후원과 봉사 동참을 제안해 통영 불교계의 십시일반 정성이 모여 이뤄진 불사다.
도색 봉사는 사전에 도색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봉사 3일 전 건물 외벽 전체에 고압세척을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고압세척으로 건물에 쌓인 먼지와 묵은 페인트를 걷어낸 덕분에 새 페인트의 접착력이 높아지고 도색의 지속력도 향상될 것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봉사 당일의 기온은 가을 늦더위로 인해 한여름을 연상케 했다. 뜨거운 햇살 아래 스님과 봉사자들은 연신 땀을 쏟아내면서도 “날씨가 맑은 만큼 페인트도 잘 마를 것”이라며 땀방울 대신 미소를 나누며 건물의 빛깔을 입히는데 쉼 없는 열정을 다했다.
봉사는 이날 오전9시 시작돼 오후4시까지 이어졌다. 다양한 불사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스님들이 주축이 되고 재가 불자들의 묵묵한 정성 그리고 봉사에 나선 해양 경찰들의 열정이 더해져 외벽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건물의 지붕과 건물 뒤 담벼락까지 세심하게 점검하며 빈틈없이 도색이 진행됐다. 사랑이 모이는 샘에서도 국수를 삶아 점심 공양을 제공하고 아이스박스에 생수를 담아 비치하는 등 봉사에 나선 스님과 재가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도색 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냈던 건물은 봉사를 마칠 즈음에는 완전히 새 빛깔로 탈바꿈해 있었다.
이날 통영불교사암연합회장 종묵 스님은 “지적장애인들을 위해 원력으로 운영되는 이 복지시설이 운영 측면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스님들과 불자들이 뜻을 모아 조금이라도 시설에 필요한 도움을 드리려고 한다”며 “이번 외벽 도색 작업은 여러 사찰과 단체가 자발적으로 원력을 더해 더욱 뜻깊은 나눔이 됐다”고 취지를 전했다.
대성암 주지 승원 스님도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마음과 마음을 모아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의 펼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김정연 사랑이 모이는 샘 원장은 “폐교를 빌려 사용하다보니 건물 보수는 전적으로 이용자의 몫이지만 시설 규모가 크고 오래된 건물이어서 꼭 필요한 부분만 보수해도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실정”이라며 “외벽에 페인트를 다시 칠하는 작업은 오래전부터 염원했지만 좀처럼 추진하지 못했던 숙원 사업인데 이렇게 스님들과 불자님, 봉사자분들의 도움 덕분에 밝고 깨끗한 건물에서 장애인들이 생활할 수 있게 되어 더없이 기쁘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봉사의 총괄 진행을 맡은 보현사 주지 묵원 스님 역시 “통영뿐 아니라 인근 지역의 스님들도 봉사 소식을 듣고 기꺼이 동참해주셨고 통영 해양경찰서 봉사단의 경찰관분들은 휴일을 반납하고 봉사에 힘써 주셨다”며 “새롭게 탈바꿈한 이 건물처럼 우리의 삶도 마음의 묵은 때를 훌훌 털어내고 맑고 밝은 행복의 빛깔을 채울 수 있길 바란다”고 발원했다.
통영 불교계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이 시작할 때부터 긴급 방역봉사단을 구성해 사랑이 모이는 샘을 비롯한 통영지역 공공시설을 찾아 정기 방역 봉사를 펼쳤다. 지난 겨울에는 통영시 각 주민센터를 통해 난방유와 간편식 등을 보시하며 따뜻한 소외 계층의 겨울나기를 응원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7월20일에는 ‘미얀마 미주화를 위한 통영 시민 강연회’를 개최하며 미얀마의 평화를 발원하고 후원금을 전달하는 등 통영지역 사부대중이 뜻을 모아 다양한 봉사와 나눔, 사회 참여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통영=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604호 / 2021년 10월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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